롯데그룹이 주요 계열사인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롯데푸드 등 4개 업체의 분할합병과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 소액주주들이 업체별 분할합병 비율을 두고 신동빈 회장에 대한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약 70명으로 구성된 롯데소액주주들의 연합인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이하 연대모임)은 18일 “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위해 공시한 4개사 합병비율에서 롯데쇼핑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게 평가됐다”면서 “중국발 사드 리스크 등으로 엄청난 손실을 내고 있는 롯데쇼핑의 비중이 과대평가 된 것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쇼핑의 대주주로 있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은 그룹에서 말하는 경영효율화가 아닌 신 회장의 개인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은 13.7%다. 

연대모임은 지난 4일 일자로 자기들의 주장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유료 광고를 주요 일간지에 집행하기로 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든 언론사에서의 광고가 취소된 것을 근거로 들면서 “롯데그룹이 사안의 확산을 막기 위해 언론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연대모임 이성호 대표는 “우리가 그룹에 요구하는 것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평가된 롯데쇼핑 합병 비율 측정에 대한 근거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라면서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관련 문제에 대한 조정을 요청해놓은 상태로 곧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대모임의 의혹 제기는 국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롯데그룹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이 시기에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그룹 지주사 전환의 부당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다시 전면에 나서 동생 신동빈 회장과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주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가운데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관점이 섞인 주장”이라고 연대모임의 주장을 일축했다. 

롯데그룹이 공시를 통해 밝힌 4개사의 분할합병 비율(롯데제과 비중을 1로 산정)은 롯데쇼핑(1.18), 롯데제과(1), 롯데칠성(8.35), 롯데푸드(1.74)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각 사의 합병비율 책정은 그룹의 자의적 설정이 아닌 외부 전문 평가기관에서 기업의 가치를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신동빈 회장의 지분 비율은 평가에 고려된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롯데그룹은 “중국 리스크는 사업 회사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 회사 간합병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평가한 국제의결권자문기구(ISS)의 평가의견을 제시하면서 지주사 전환에 대한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연대모임의 언론 광고 중단 압력에 대해 이 관계자는 “광고의 집행은 전적으로 언론사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룹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면서 연대모임이 제기한 의혹을 부정했다.    그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연대모임의 특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양 측의 특수한 이해관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17일 주주가치의 제고를 위해 배당성향을 기존의 2배 이상인 30%까지 확대한다고 밝히고 지주사 전환에 대한 그룹의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연대모임은 “명백한 비전 제시 없이 배당성향을 높이는 것이 과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함인지 의심된다”고 비판하고 “신동빈 회장과 일본 롯데홀딩스의 일본인 경영진들의 배당 수익을 높이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고 다른 의혹을 제시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모든 계열사의 경영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완전한 신동빈 회장 중심의 롯데가 본격 출범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롯데는 또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연대모임이 제기한 의혹들과 그를 대하는 롯데그룹의 대응은 완벽히 반대되는 논리로 대립하고 있다. 

연대모임의 주장대로라면 지주사 전환은 신 회장 개인 이익을 위한 행보이고, 그룹의 주장대로라면 이번 논란은 일부 주주들이 자기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신 부회장까지 끌어들인 압박용 언론플레이가 된다. 진실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