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의 비전이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커넥티드카(connected car)의 비전도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의 상관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커넥티드카는 자동차와 IT 기술의 융합,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차량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는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차량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차의 하위개념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광의의 개념으로 보는 편이 맞다.

시장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2020년까지 전 세계 약 2억2000만대 이상의 차량이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커넥티드카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은 “커넥티드카는 고도의 안전·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동차로 기존의 모바일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디바이스로 부상할 수 있다”면서 “기존의 모바일 서비스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활용한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트 스마트폰 이상의 플랫폼 인사이트를 원한다면, 자연스럽게 커넥티드카의 비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산업 패러다임은 제품에서 서비스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기능에서 정보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과거 자동차는 순수하게 하드웨어 부품으로만 구성됐지만 이제는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동차 내부의 소프트웨어를 넘어 외부와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물론 ICT 기업들도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 자동차 생태계는 완성차 제조업체, IT기업, 통신 서비스 업체가 업종을 떠나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출처=산업연구원

커넥티드카, 어디까지 달릴까?

커넥티드카의 정의는 모호하지만, 자동차와 IT기술을 융합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운전의 안전과 편의성을 높인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적용 분야는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이다. 당장 적용할 수 있는데다 멀리봐서도 플랫폼 영향력을 적절하게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IVI 플랫폼은 차와 스마트폰이 연결돼 길찾기 같은 다양한 정보는 물론 음악, 오디오 콘텐츠 등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의 '카 플레이'가 대표적이다.

구글과 애플은 각각 안드로이드와 iOS 플랫폼을 바탕으로 강력한 모바일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포스트 플랫폼 경쟁에서 일종의 범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 초연결 시대로 넘어가는 관문을 ‘현재의 강자’가 영악하게 차지하는 순간이다. 산업연구원 김승민 연구원은 “커넥티드카가 보급됨에 따라 차량용 무선통신 시장, 차량 내 모바일서비스 시장, 텔레매틱스 시장 등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지금은 자동차기업이 차량용 OS(Operating System)를 개발해 차량에 탑재하고 있으나, 기존의 모바일OS의 차량용 버전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했다.

네이버랩스도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를 통해 IVI 플랫폼 'AWAY'를 선보였다. 구글과 애플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네이버도 일종의 범용 서비스를 중심으로 포스트 플랫폼 전략을 노리는 분위기다.  네이버가 하드웨어 영역에 진출해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를 제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3D 맵핑 기술을 중심으로 빅데이터 관점에서 커넥티드카 로드맵을 조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AWAY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카셰어링 인프라와 적절하게 연결하는 스탠스를 통해 자동차라는 플랫폼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 출처=네이버

심지어 ‘자동차’라는 아이템은 네이버의 취약점이기도 하다. 네이버 지도를 통해 내비게이션을 중심으로 삼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으나 O2O 비전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네이버와 연결되는 현상은 자동차를 정복하려는 의지와 일맥상통한다.

현재 IVI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구현하는 역할을 하지만, 미래의 커넥티드카는 IVI를 기반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차량은 물론 사무실, 집 등과 연결까지 지향한다. 컨트롤 타워의 허브가 되는 셈이다. 남은 연료량을 점검한 차량은 도로 사정과 목적지까지 거리를 계산해 가장 가까우면서도 저렴한 주유소를 알려주며, 차량 자체가 신용카드로 변신하여 자동으로 결제까지 진행한다. 정체된 도로에서는 주변 다른 커넥티드카에게 정보를 보내 미리 정체 구간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힘입어 현재 커넥티드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BI 인텔리전스는 오는 2020년 기준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9200만대 추정) 중 75%(6900만대)가 커텍티드 카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시장분석업체 트랜시페어런시 마켓 리서치(TMR)는 세계 커넥티드카 시장이 2019년까지 1320억 달러(1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 출처=산업연구원

누가 누가 잘 하나?

커넥티드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먼저 플랫폼의 속성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태에서 많은 ICT 기업들은 포스트 스마트폰을 찾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시장은 제대로 살아나지 않고 있으며 그 외 하드웨어 플랫폼도 아직은 ‘미완의 대기’에 불과하다. 스마트TV와 인공지능 스피커 등 다양한 ‘그릇’들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결정적인 한 방을 보여준 곳은 없다.

반면 자동차는 ICT 기술이 강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이동하는 플랫폼의 특성상 빅데이터의 확보에도 유리하다. 제조업의 결정체에서 ICT 플랫폼의 미래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 출처=각사

자연스럽게 미래 기술 주도권을 두고 완성차와 ICT 기업 간 뜨거운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차량에서 발생하는 운행 관련 정보가 축적되기 때문에 다른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연결성 강화를 바탕으로 실시간 정보교환, 맞춤형 콘텐츠 제공, 교통량 관리, 위치 기반 서비스 등이 쉬워진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이용자에게는 새로운 가치 전달을, 기업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O2O 방식으로 끌어와 일종의 ‘전자지갑’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특히 통신사를 중심으로 커머스와 관련된 커넥티드카 로드맵이 펼쳐지고 있다.

먼저 LG유플러스. 스마트홈에 있어 기존 제조업체와의 동맹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는 상황에서 지난 3월 오윈-GS칼텍스-신한카드와 함께 커넥티드카를 이용한 상거래 사업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자동차에 결제 수단과 연동되는 디지털 아이디를 부여하고, 이를 스마트폰 앱 또는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연결해 다양한 자동결제 및 편리한 O2O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 손종우 e-Biz사업담당 상무는 “이번 설명회를 계기로 커넥티드카 서비스 협력을 위한 다양한 파트너십 구축과 서비스 확산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모바일 주문 등 핀테크 시장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자동차에서의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되면 카 커머스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텔레콤도 커넥티드카 서비스에 열중이다. 지난해 11월 자사 5G 시험망을 통해 커넥티드카 T5의 운용 시연에 성공한 상태에서 올해 2월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28GHz 기반의 5G 시험망을 바탕으로 시속 170Km의 속도를 구현하기에 이르렀다. 인텔을 비롯해 에릭슨, 한국도로공사 등 다양한 국내외 기업 및 단체와 협력해 나름의 로드맵을 짜고 있다는 뜻이다.

KT도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커머스와 커넥티드카의 조합을 고민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업체의 전유물로 여겨진 자동차 시장에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들이 결합하면서 대형 IT 플랫폼 기업들의 자동차 시장 진출을 촉발하고 있다.  커넥티드카를 구현하기 위해선 인공지능, 빅데이터, 통신시스템 등 기술이 필요하다. 자동차 업체보다 해당 분야에서 앞서 있는 IT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다. 완성차 기업들도 직접 플랫폼 개발에 나서며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구글과 협력하고 있는 피아트 크라이슬러 벤. 출처=피아트 크라이슬러

커넥티드카는 미래의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지만 커넥티드카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는  낮다. 그러나 초연결 시대, 플랫폼 비즈니스의 시각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려면 자동차 자체를 ‘연결 플랫폼’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여기에는 기본적인 제조산업의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그 보다 통신 인프라를 통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더 큰 역할을 수행한다.

그럼에도  ‘커넥티드카가 미래의 플랫폼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미래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IT 전문가 레빙 스타리드는 “포스트 스마트폰을 찾으려는 각자의 노력이 모바일 생태계를 넘어 자동차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자동차가 어떻게 연결이 되어야 하는지, 또 그 연결이 어떤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