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이 주는 즐거움을 즐기는 사람이 있지만, 익숙함이 주는 친근함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유통가는 잘 알려진 유명 브랜드 혹은 캐릭터나 이름 등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도록 유도하는 마케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카드, 패션, 주류 등 업종과 제품 불문하고 ‘온고지신(溫故知新)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요즘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제품을 인증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인스타그램에서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인 ‘라이언’을 검색하면 카카오뱅크가 발급한 카드 사진이 최근에는 다수 게시되고 있다. 해당 카드가 주는 다양한 혜택도 있겠지만,  단순한 직사각형의 카드 디자인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친근한 캐릭터 이미지를 접목시켜 카드 자체가 2030대 젊은층 사이에서 ‘소장 아이템’으로 각광 받고 있는 것이다.

캐릭터 입은 체크카드 ‘소장만 해도 좋아’

▲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해 출시된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출처: 카카오뱅크

지난달 27일 출범한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발급 수는 출범 3주 만에 150만장을 넘어섰다. 특히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는 카카오 인기 캐릭터인 ‘카카오 프렌즈’가 인쇄된 귀여운 디자인으로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오로지 체크카드를 발급받고 싶어 카카오뱅크에 가입했다는 회원들도 많을 정도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라이언’ 체크카드 신청률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인기가 높다.  피치, 무지, 콘 등 익숙한 캐릭터를 품고 때 아닌 ‘체크카드 캐릭터 전쟁’에 불을 지폈다. 업계는 익숙한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분위기까지 반전시켰다고 자평하고 있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도 캐릭터 카드를 선보였다. 케이뱅크는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네이버 ‘라인’과 손을 잡고, 브라운, 초코, 샐리, 코니를 내세운 4종 체크카드의 사전예약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신선한 맛 아닌 ‘멋’으로

▲ 휠라가 빙그레 메로나와 콜라보한 패션아이템(왼쪽)과 에잇세컨즈가 농심 새우깡과 협업한 아이템. 출처: 휠라, 에잇세컨즈

평균 30~4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제과 업계 장수 브랜드도 신선한 아이디어를 입고 패션으로 새롭게 탄생해 주목받고 있다. 익숙한 식품 브랜드를 활용해  침체기를 겪고 있는 패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물산의 SPA브랜드 '에잇세컨즈' 는 농심 새우깡을 귀여운 그래픽으로 의류·액세서리에 녹여낸 45종의 아이템을 선보였다. 출시 이후 SNS에는 실제 과자인 새우깡보다 새우깡으로 디자인된 옷이 다수 검색될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도  빙그레 메로나와 손잡고 운동화와 슬리퍼 등을 내놓았다. 메로나 특유의 색상을 심은 제품들이 인기를 끌자 캠퍼스 에코백 등 ‘메로나 시즌2’를 추가 출시하기도 했다.

LF의 여성복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는 롯데제과 죠스바의 로고와 이미지를 위트 있는 그래픽으로 개발해 티셔츠, 셔츠, 블라우스 등 총 7가지 패션 제품에 담아냈다. 특히 여름 계절에 죠스바 특의 색감을 살려 시원한 디자인을 접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누렸다는 평가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익숙한 제품을 활용해 재미까지 더한 신선한 아이디어가 제품의 소장 가치를 높였으며, SNS를 통해 이런 정보가 공유되면서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친근한 지역 이름 달고 ‘훨훨’

▲ 강서맥주, 달서맥주, 전라맥주. 출처: 세븐브로이

우리가 친근하게 알고 있는 지역의 이름을 딴 맥주도 급부상하고 있다. 수입맥주에 밀려 침체기를 겪던 국산맥주가 새로운 이름을 달고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후속 제품들이 발 빠르게 출시되고 있어 주목된다.

홈플러스의 매출을 살펴보면 국산맥주가 지역맥주의 매출 상승을 원동력으로 반등했다. 지난 7월 기준으로 점유율 50%를 넘어섰는데 매출 50% 돌파는 지난 4월 이후 3개월 만이다.

맥주명인 해당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해운대맥주’의 부산광역시 점포 판매량은 전국 평균보다 약 3.2배 높았다. 해운대점, 센텀시티점 등 부산의 핫플레이스에선 전국 평균보다 무려 7.7배나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 이름을 딴 ‘달서맥주’의 대구 지역 편의점 매출이 서울보다 85.3%나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지역이름을 딴 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지역명 맥주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등 수입 맥중의 아성에 친근한 지역 이름을 달고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