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함규진 지음, 제3의공간 펴냄

 

폭력과 보복의 연쇄에서 벗어나 생존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역사에서 상호공존의 결정체, ‘조약’이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조약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과 평화를 안겨준 것은 아니다. 체결 과정에서 적의와 이해관계가 폭발하기도 하고, 강압과 기만으로 상대를 농락하거나 또 다른 폭력과 전쟁의 씨앗이 숨겨지기도 했다. 저자는 세계사에서 중요한 68개의 조약들을 둘러싼 역사적 정황과 조약이 맺어지는 과정, 조약 당사자들 간의 이해관계를 묘사한다. 근대주권국가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베스트팔렌 조약, 2천년 동아시아 조공 질서의 붕괴를 가져온 난징 조약, 2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던 뮌헨 협정 등 주요 조약들을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꿰뚫어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운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조약들도 있다. 고려와 요나라 간의 서희-소손녕 협정, 조선과 청나라 간의 백두산 정계, 강화도 조약, 시모노세키 조약, 한미상호방위조약 등이 다루어진다. 조약은 역사의 복잡한 이면을 보여주면서도 당대의 국제정치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도구라는 점을 상세히 보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