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인증 논란’은 계란 뿐만 아니라 양계와 육우, 양돈 등 축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2007년 무항생제축산물 인증 도입 이후 2013년까지 친환경 축산물 인증 숫자는 꾸준히 늘어 왔다. 2009년에는 친환경 인증 축산농가 수가 4477곳이었지만, 2012년에는 9701곳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인증제도가 강화되고 인증기관 형사처벌, 인증심사원 자격기준 강화 등이 이루어지면서 신규 인증 농가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2014년 8492곳, 2015년 8158곳).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 농가의 경우에도 2007년 도입 이후 2013년까지 1만여 곳까지 증가했지만 1회 인증 유효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면서 2015년에는 8000개 미만으로까지 감소했다.

▲ 친환경 축산물 인증 농가 현황(출처=농촌경제연구원)

일부 매체들이 보도한 것과 달리 친환경 인증의 실질적 이점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친환경 인증 농가 수 증가를 정책 목표로 삼으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인증을 받는 일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자연히 농가들 입장에서도 차별화 이점이 줄어들면서 친환경 인증을 유지할 유인도 적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무항생제 축산 농가 변동 추이(출처=농림축산식품부)

동물생명과학 분야 전문 연구자이면서 축산 농업인들을 위한 강의,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이한보름 경북도립대 겸임교수를 인터뷰했다. 그는 양돈 업체인 송학농장을 운영하는 현장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한보름 교수는 “결국은 싼 값에 친환경 축산물을 사 먹으려는 소비자들의 마인드, 외국 친환경 축산물에 대해서는 비싼 값을 지불하면서 한국 축산물에 대해서는 인색한 이중적인 태도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이한보름 경북도립대 겸임교수(제공=이한보름 교수)

살충제 계란 이야기에서, 갑자기 친환경 축산물 전반으로 불똥이 튀고 있는 분위기다. 전문가로서 소감을 이야기하자면.

“나도 무항생제 축산을 하고 있다. 양돈의 경우에는 내년부터 생애 전주기 무항생제 사육을 하게 되어 있다. 지금은 일정 기간(생후 11년) 동안만 항생제를 투여하게끔 되어 있고, 그 기간이 지나면, 치료 목적으로만 투여한다. 앞으로는 더 적용이 까다로워질 것이다. 무항생제 사육을 하게 되면 일반 농가보다 20% 생산성이 낮다. 일반 농가들이 5~6개월 만에 110kg 씩 출원하는 반면, 무항생제 농가는 7~8개월이 걸린다. 무항생제 농가가 가격을 제대로 못 받는 것도 문제다. 친환경 출원을 했어도 인센티브가 크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일반 돈육보다 더 비싸게 산다. 유통 과정에서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무항생제 인증의 실익이 농가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과거에는 무항생제 농가가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경쟁력이 없다. 정부 장려로 인해 무항생제 농가가 늘어나게 되면서, 비싼 돈 주고 무항생제 농축산물을 사먹을 필요가 없다는 소비자들의 생각이 만연하게 됐다. 농가들은 이중고를 겪는 것이다. 축산물 가격은 올랐는데, 그만큼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비싼 가격 때문에 매출이 떨어져도, 그만큼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농민들이 약품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농민들은 모른다. 평균 연령이 65세 정도로 매년 바뀌는 농축산업 트렌드에 적응하기 어렵다. 나 같은 경우에도 학교에 출강을 하면서 축산업을 겸업하고 있기 때문에 겨우 최근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수의사에 의존한다. 수의사들이 주는 정보가 거의 전부고, 수의사들이 잘못된 이야기를 하면, 농민들의 판단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

동물복지가 트렌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물복지를 하게 되면 규모를 30% 이상 줄여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도 동물복지 사육은 하지 않고 지켜 보고만 있다. 지금 양돈의 경우 이베리코가 한참 유행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의 몇몇 소비자들은 친환경 농산물에 대해 지불의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외국 농산물에 한해서다. 한국산 친환경 농산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싼 값에 사 먹으려는 소비자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이중적인 잣대가 문제인 듯 하다.

“한살림이나 친환경농산물 조합 운동 하는 사람들이 비싸게 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이 아니다. 나 같은 경우 부친께서 농민운동가이자 우리밀 운동 초기 멤버였고, 한우협회, 한살림 등에도 관여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친환경 농축산물 관계자들의 절절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축산업자들은 일본, 유럽의 농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들 국가는 축산업 구조가 한국과 매우 다르다. 외국은 쇠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더 비싸다. 돼지고기는 배합사료를 먹여야 하고, 장비 동원이 필요하다. 소는 방목해서 풀을 뜯어먹을 수 있기 때문에 생산비 절감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돼지고기를 싸게 구매하고 있다. 설령 무항생제, 친환경 인증을 붙이더라도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kg당 2~3만원씩 지불하고 구매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와 같이 프랑스를 다녀 왔을 때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프랑스는 농장 닭을 8개월 간 사육해서 마리당 200유로(한화 24만원) 가량에 판매하고 있다. 참 얄궂은 게 한국인들은 프랑스산 닭에 대해서는 비싼 값에 사려고 하지만, 한국산 닭에 대해서는 그 정도로 가격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신토불이’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이베리코는 냉동육의 경우 목살 기준으로 kg당 3만원 가량에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산은 그렇지 못하다. 내가 재래돼지 사육을 오랫동안 진행했지만 사업화까지 진행시키지는 못했다. 제값을 받을 수 없는 풍토이기 때문이다. 재래돼지 시장은 분명히 존재할 텐데, 한국산 돈육에 대해 소비자들의 애착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예전에는 ‘신토불이’(身土不二) 열풍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입산이 더 좋고 위생적이라는 인식도 팽배해 있다.”

‘싼 값에 고기 사먹으려는 심리’가 탐욕이라고 보는 분들도 있다.

“여전히 가성비가 고기 구매 선택의 핵심 기준이다. 그런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지 부조화(이상과 현실의 괴리) 있는 것도 사실이다. GDP가 3~4만 불이지만 소비자들의 안목은 4~5만 불의 선진국 수준이다. 그렇지만 구매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으니 선진국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해도 매출이 일어나기 어려운 것이다. 재래돼지를 예로 들면, ‘생산성도 떨어지고 크기도 작지만 육질이 좋고 맛있다’고 농가들이 홍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 시장에서는 반응이 시원찮다.”

생산자들에게만 혁신을 요구하지 말라는 뜻인가?

“맞다. 소비 시장에서 수요가 분명하면, 생산자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무작정 동물복지를 하라며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사육 환경을 동물복지형으로 바꾼다 하더라도 소비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시장 구조가 무너지게 될 것이다.”

다시 동물복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산지생태형 축산과 동물복지가 같은 것인가?

“한국에서는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는 땅에서 가축을 키우는 행태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닭의 경우에는 방목형, 방사형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지만, 양돈의 경우에는 불가능하다. 사육 환경의 자연을 이용해 동물을 기르는 산지생태형 축산을 한다 하더라도 적은 두 수로 방목을 해야 한다. 지자체나 농정 당국의 인허가를 받는 절차도 까다롭다. 일반적인 동물 복지 농장은 방목과 관계가 없다. 이 농장들은 스톨(돼지를 특정 공간에 가두어두는 시설)을 쓰지 않는다 뿐이지 야외에 풀어 놓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유기 축산은 야외에 풀어 둔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동물 복지는 양돈의 경우 방목이 잘 되지 않는다. 돼지는 일반적인 축종보다 두 당 면적이 높고, 임신 초기에만 스톨에 가둬 둘 수 있다. 그 뒤에는 돼지가 움직일 수 있게끔 풀어 줘야 한다.”

산지생태형 축산을 하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뜻인가.

“지금 환경법상 산지생태형 축산이 매우 어렵다고 봐야 맞다. 지금 축산 농장은 바닥이 시멘트여야 한다. 분뇨(또는 축산폐수)가 흙과 섞이지 않아야 한다. 만약 적발되면 거액의 과태료를 물게 되어 있다. 축사 바닥에 저장조가 있고, 이것이 차면 분뇨를 빼내서 액비를 만들게 되어 있는데, 그 이외의 지역에 돈분이나 축분이 있으면 역시 불법이다. 현재 동물복지형 농장들에 있는 톱밥도 매우 큰 위험 요소다. 톱밥들이 기생충이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소농들은 유통망 구축이 어렵겠다. 소비자들의 이중적인 태도도 문제다.

“소비자들은 유럽형 유기농 축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먹고 싶어 한다. 정부는 소비자에게 유기 축산물을 판매하되 환경법을 엄수하라고 말한다. 그래서 방목을 하지 않고, 시멘트 농장에서 키우면서 유럽 수준으로 가야 하는 문제다. 농가는 무항생제 기준을 제대로 맞추면서 사육이 어려우니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이 구조다. 하림과 같은 대기업이 아니라 소농들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십중팔구는 실패할 정도로 매우 어렵다.”

소농 권익 개선을 위해 누가 노력해야 하는가.

“농협이나 축협이 목소리를 내서 소농들의 권익을 대변해 줘야 한다. 대형화되어 있는 축산업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것 때문에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민들에게는 이게 전부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소농들이 살려면 농축협이 노력해야 한다. 지금 전국의 양돈농가가 4500호 정도인데 10년 내로 2800호 가량으로 떨어진다고 전망되고 있다. 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해서 대형화를 장려한다. 그렇게 해야 통제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뮤니티를 살리고, 소농을 살리기 위해서는 유기농이나 복지형 축산들을 제값 주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협동조합들이 나서야만 한다. 양돈에서도 2~3000두 농가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각계에 건의하고 있고, 권익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