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그 물건에 얽힌 그렇고 그런 이야기, 일상가젯

두툼한 스테이크 사이즈다. 입이 떡 벌어진다. 고기맛을 상상해서만은 아니다. 그 물건이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주는 까닭이다. 뱅앤올룹슨 베오플레이P2 이야기다. 존재 자체가 이런 얘길 해주는 느낌이다. “포터블 블루투스 스피커도 뱅앤올룹슨이 만들면 다르다.”

 

P2가 내게로 왔다

뱅앤올룹슨 박스 디자인은 여전히 아름답다. 패키지에 킨포크 감성이 묻어있다. 언박싱에 임하자 ‘Make Beautiful Music’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박스에 담긴 P2가 영롱한 푸른빛을 낸다. 사진으론 담기 어려운 질감이다. 로열 블루(Royal Blue) 컬러다. 왜 로열인지 알 것만 같은 빛깔이다. 참고로 샌드 스톤과 블랙 컬러도 있다.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P2를 쥐어본다. 한손에 들어오는 건 맞지만 생각보다 큼직하다. 부담스러운 크긴 아니지만. 주머니에도 넣을 수 있으니 ‘포터블’이 맞다. 무게는 275g으로, 스마트폰보다 조금 무거운 정도다. 크기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두툼한 스테이크다.

뱅앤올룹슨 제품답게 외부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맡았다. P2는 세실리에 만즈 작품이다. 덴마크 유명 산업 디자이너다. 몸체에 천연가죽 스트랩이 있어 휴대하기 편하고 어디에 매달 수도 있다. 심플함을 넘어 어쩌면 밋밋할 수 있는 디자인에 포인트를 주기도 하고.

 

작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P2

겉에 버튼이 하나밖에 없다. 조금 당황스럽긴 하다. ‘어떻게 작동시키란 거지?’ 패키지에 적힌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 달리 생각하면 그만큼 조작이 어렵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버튼 하나로 해결될 정도이니.

사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시키는 대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게 우선이다. 설치 자체가 번거로울 수 있지만 마치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 다음부턴 알아서 연결이 되니까. 

기본 조작은 앱으로 모두 가능하다. 여러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 스피커폰이라든지 알람 기능을 설정 가능하다. 특히 톤터치(Tone Touch) 모드로 내 위치나 공간 형태에 맞춤으로 사운드 세팅이 가능하다. 소리를 듣고 터치만 하면 끝이다.

▲ 사진=노연주 기자

앱으로 가능하지만 스피커 자체로도 조작이 가능하다. 방법이 신기하다. 제품 상단부를 2번 두드리면 음악이 재생된다. 이 동작을 반복하면 정지된다. 트랙 이동은? 스피커를 흔들면 된다.

폰과 연결해 음악을 재생해본다. P2를 쥔 손에 벅찬 진동이 오롯이 전해진다. 사운드 출력은 자취방에서 감당 안 되는 수준이다. 층간소음이 우려될 정도? 몸집은 작지만 공간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야외에서도 손색없을 출력이다.

반전으로 뱅앤올룹슨 제품답게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낸다. 중저음도 단단하다. 뭉게지지 않고 음이 명확해 울림을 준다. 강력하면서도 섬세한 소리를 낸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 성량이 출중하며 중후한 저음과 미성 고음 보컬을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가수 느낌이다.

4분의 3인치 트위터 1개와 2인치 풀레인지 드라이버, 15W 클래스 D 앰프 2개를 작은 몸에 구겨넣었다. 다른 포터블 스피커가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사운드를 내는 이유다. 스펙상 출력이 100W에 달한다. 입이 떡 벌어진다. 동급 포터블 스피커랑 비교하면 말이 안 되는 초격차 스펙이다. P2가 ‘물건’인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 사진=노연주 기자

 

고문실의 집념, 리스닝 경험을 완성하다

IP54 등급 방수·방진 기능으로 아웃도어 스피커의 면모를 갖췄다. 앞면은 아노다이즈드 알루미늄 소재라 외부 충격에 강하다. 표면에 스크래치 방지 코팅도 했다. 뒷면은 폴리머 커버라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립감이 좋다. 또 스피커를 바닥에 눕혀 놓으면 360도로 소리를 쏴준다. 친구들과 음악을 함께 듣기 좋다.

몸체 밑면 테두리에는 마이크가 있다. 덕분에 스피커폰 통화도 가능하다. 음악을 듣다가 전화가 걸려온다고 당황할 필요가 없다. 애플 시리와 구글 나우 보이스 컨트롤 지원한다. 블루투스 4.2와 USB-C 타입을 적용해 데이터 전송속도도 높였다.

뱅앤올룹슨은 ‘고문실(Torture Chamber)’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상의 품질을 위해 각종 테스트를 하는 공간이다. 큐브라는 공간도 운영해 아티스트가 의도한 본래 사운드를 제대로 재현해내려고 노력한다. 이런 정신은 P2에도 온전히 담겨있는 듯하다.

▲ 사진=노연주 기자

고문실로 대표되는 집념이 유저에겐 완벽에 가까운 리스닝 경험으로 전해지는 구조다. P2를 만나고 내 자취방은 ‘잠만 자는 곳’에서 ‘나만의 리스닝룸’으로 진화했다. 주말을 P2와 함께하고는 확신했다. 이걸로는 하루종일 음악을 들어도 질리지 않겠다고.

P2는 뱅앤올룹슨에도 의미가 각별하다. 라인업 중 가장 작은 스피커니까. 개인적으로 이 사이즈 포터블 스피커 중엔 P2 적수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 포터블의 한계를 뛰어넘은 퀄리티이니. 정가는 22만원. P2가 주는 경험의 퀄리티를 고려했을 때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오히려 가성비가 출중한 제품으로 인식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구매에 앞서 정품 스티커를 꼭 확인해보기 바란다. 정품 스티커 부착되지 않은 제품은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한 A/S가 어렵다. 정품을 판매하는 공식 온라인몰은 뱅앤올룹슨 블로그를 통해 확인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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