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가 60곳에서 무더기로 ‘살충제 계란’이 나오면서 친환경 축산물 인증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언급하는 반론도 만만찮다.

일부 매체들은 17일 보도를 통해 무항생제 축산물, 유기축산물, HACCP 인증(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 동물복지 인증 등이 난립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친환경 축산물 기준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친환경 축산물 인증절차(출처=농촌경제연구원)

유기축산물 인증은 2001년에, 무항생제축산물 인증은 2007년에 도입됐다. 무항생제 축산물의 경우 가축에게 전혀 항생제를 쓰지 않는 의미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에 명칭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친환경 축산물 인증 기준에 의하면 유기 축산물 또는 무항생제 축산물 농가라 하더라도 수의사 처방에 의해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도 일부 농가들이 수의사 자문을 받아 피프로닐 및 비펜트린 함유 약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1월부터 인증 사업 주체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민간 인증 기관(65개 인증기관)으로 바뀐 것도 문제시 됐다. 많은 민간업체들이 친환경 인증을 많이 내 줄 수록 수익을 올리기 쉽기 때문에 방만한 인증 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도 제기됐다. 인증심사원들의 전문성 부족, 축산 분야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을 질타하는 여론도 있었다.

이코노믹리뷰는 HACCP 인증을 비롯해 농식품부 인증평가사업 관련 위원으로 오래 활동해 온 한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이 전문가는 “한국의 친환경 축산물 인증체계는 세계에서 제일 우수한 수준이며, ‘친환경의 배신 논란’은 체계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람의 문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지금 친환경 인증을 복수 기관이 진행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무항생제인증, 유기축산물 인증, HACCP 등은 각각 내용이 다르다. 규제의 영역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통합이 어려운 것이다. 과거 농식품부가 인증체계를 손보면서 합치려는 시도를 했지만, 중도 포기했다. 일본의 경우에 유기축산 인증 기준에 동물복지 인증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어 유기축산인증(JAS)으로 대체한 것을 제외하면, 전세계적으로도 각기 독립적인 인증체계가 존재하는 것이 큰 무리는 아니다.”

민간인증기관을 문제시하는 여론도 있다.

“국가가 하면 투명하게 운영되고, 민간이 하면 인증이 남발된다는 시각은 너무 편향적이라고 본다. 공공기관은 2~3년마다 부서 개편을 하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가장 큰 단점이 있다. 친환경 축산물 인증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민간인증기관이 담당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아직 인증에 대한 마인드가 후진적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당국에서도 하고 민간에서도 한다. 그러면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문제가 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보는 것 아닌가? 사실 아니지 않은가.”

민간 인증사업자의 수익구조를 문제 삼는 시선도 있다.

“애초에 맡길 때 수익성이 나기 때문에 민간 차원에서도 유지가 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시작한 것 아닌가. 그런데 막상 문제가 발생하니까 타겟을 그쪽으로 돌려 놓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인증평가원들의 역량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논의라면 몰라도, 민간에 위탁한 체제 자체가 문제라는 논지는 타당하지 않다. ”

무항생제라는 표현이 문제라는 이야기도 있다.

“항생제의 경우에 지금은 수의사가 처방하면 되는데, 농가가 직접 하면 안 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규정이 있다. 따라서 농민들은 상황 논리에 의거해서 수의사 처방을 받고 항생제를 쓸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무항생제 인증이 문제라는 표현을 하면 호도가 심한 것이다.”

제도 개선보다는 사람이 더 문제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인증원들이 전문가 윤리에 입각해 의사결정을 하도록 정부가 유도하는 게 최선의 대책이다. 한국은 문제가 생기면 제도를 제일 먼저 바꾸는 나라다. 이런 변덕을 갖고 식품 산업의 백년대계를 어떻게 꾀하겠는가. 친환경의 배신이라는 표현 자체가 틀린 것도 아니다. 그러나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의 문제를 두고 시스템 자체가 오류이니 전부 바꿔 버리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동물복지인증을 받고 생산된 축산물의 경우에 판매가 덜 될 수 있으니 단체(공영) 급식 등으로 소화해 줘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친환경 축산물 생산 농가가 자체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문제지, 단체 급식으로 일괄 소화를 해 주는 것은 또 다른 지대 추구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