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초연결, 즉 모든 기기와 사람이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영향을 받는 모델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지난해 발간한 세계경제포럼 백서의 제목이 '극도의 자동화와 연결성(Extreme automation and connectivity)'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동화와 연결성은 사용자 경험의 무한한 확대를 넘어 사물인터넷 시대의 초연결, 뒤이어 큐레이션의 정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초연결의 구체적인 로드맵은 어떨까. 인공지능이 플랫폼 중심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 클라우드와 센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등이 상황에 맞게 작동하는 그림이다. 당연히 '두뇌'에 해당되는 인공지능이 초연결 시대의 핵심적 가치며, 현대 ICT 기업들은 딥러닝과 머신러닝 등을 통해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인공지능 기술이 성장을 거듭해 인류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마치 아버지 크로노스를 무찌르고 신들의 왕이 된 제우스처럼. 인공지능이 인류를 배반하고 스스로가 세상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의구심이다.  반론도 만만치않다. 인공지능은 인류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벗어난다고 해도 오랜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영화 알피. 출처=캡처

그들의 이야기

인공지능이 바둑을 두고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며 물류 시스템을 보완하고 개인비서가 되는 시대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들은 인공지능이 보여줄 수 있는 일부의 존재감에 지나지 않는다. '약 인공지능' 시대를 넘어 '강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인공지능은 인류처럼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956년부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인공지능은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파괴력과 맞물리며 눈부신 발전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학습능력과 자연어 추론 능력 등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인공지능이 가야할 길은 아직 멀지만, 딥러닝을 매개로 삼은 기술적 진척도는 어느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딥러닝은 인공신경망을 활용해 데이터를 묶거나 분류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시냅스의 결합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인공적인 뉴런의 총합을 인공신경망이라고 말한다면, 딥러닝은 이를 활용해 분류를 통한 예측에 나서는 방식이다.

구글과 IBM, 애플, 페이스북 등 많은 ICT 기업들이 인공지능 기술력에 집중한다고 해도 전체적인 기능을 보면 아직 인공지능은 대부분 '엄청나게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해결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단 지금은 '약 인공지능' 시대라는 뜻이다.

 구글 알파고는 정책 네트워크와 가치 네트워크를 겹쳐 최선의 방식을 찾아내는 방식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지만, ‘엄청나게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해결하는 선’에서 기능적 한계를 보인다. 즉, 인간의 창의성과는 철저하게 괴리된 초 수퍼 컴퓨터 수준이다. IBM 왓슨의 '온 콜로지(Oncology)'도 의학 포털 수준이며 단독으로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영향력까지 과소평가할 수 없다. 기후문제를 예로 들면, 종전 인간의 두뇌와  수퍼 컴퓨터가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도출할 수 없는 문제를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순식간에 해결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자리 문제와 연결된다.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도 5년 후면 인간의 일자리 약 710만개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제조 분야의 파괴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로봇의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관련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강 인공지능'이 더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현재의 인공지능은 초 수퍼 컴퓨터의 영역에서 통찰력을 기계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여기서 비정형 데이터를 더욱 적극 사용해 ‘강 인공지능’의 단계로 발전하는 순간 인공지능의 위력은 4차 산업혁명의 '절대반지'로 거듭날 확률이 높다.

온라인 과학매체인 '피에이치와이에스'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진이 아기처럼 학습하는 로봇의 가능성도 발견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의 페녹스VC가 지난해 발표한 ‘8대 투자 관심 분야’에는 로봇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나 인간과 교류할 수 있는 소셜로봇이 등장하기도 한다. 참고로 소프트뱅크의 페퍼는 탄생부터 인간과의 교감을 위해 등장한 인공지능 로봇이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은 '약 인공지능'의 초입에 막 들어섰으며, 현재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공지능은 수퍼 컴퓨터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학습하고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으나 그 영역이 한정적이라는 뜻이다.  페이스북은 인공지능 기술로 클로킹 게시물을 적발하고 네이버는 음란 이미지를 자동으로 잡아내고 있다. SK텔레콤 T브레인이 개발한 디스코간(DiscoGAN)은 관련 알고리즘 논문 ‘Learning to Discover Cross-Domain Relations with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을 통해 데이터간의 연관관계를 발견, 자동으로 학습하는 탁월한 기술을 보여줬으나 이를 '강 인공지능'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강 인공지능'의 가능성은 열려있고, 그 시기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 (좌) 마크 저커버그.(우)앨런 머스크. 출처=recode.net

예찬론자와 회의론자의 충돌

지난달 글로벌 ICT 업계에서 흥미로운 논쟁이 있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겨영자(EO)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인공지능의 미래를 두고 설전을 벌인 것이다.

시작은 머스크가 했다. 그는 트위터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인공지능을 두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고 대응하는 것은 늦다"고 우려했다. 이에  저커버그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인공지능에 반대하거나 종말론적 시나리오를 만드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그러한 생각은 너무 부정적이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이에 머스크가 재반박했다. 그는 저커버그의 말에 대해 "제한적인 생각"이라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난 12일(현지시간)에는 트위터에 추가로 "인공지능은 북한보다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사실 머스크는 대표적인 인공지능 회의론자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공지능에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인물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차의 기술을 핵심으로 둔 상태에서 기간 에너지 인프라 사업까지 진격하며 그 중심에 인공지능 기술력을 최우선으로 개발하고 있다. 심지어 머스크는 '오픈 AI(인공지능)'를 설립해 인공지능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고 올해 초에는 '뉴럴링크'를 통해 전자두뇌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 회의론자인 머스크가 인공지능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두렵움'이다. 11일 오픈 AI의 인공지능이 유명 전략게임인 도타2의 인류 챔피언들을 연이어 격파한 후 12일 북한 운운하며 인공지능 공포를 설파한 이유다. '적을 알아야 승리한다'는 전제를 세워놓고  머스크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2월에는 인공지능의 잠재적 위협을 경계하고 세계의 전문가들이 이를 위해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인공지능 23원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이자인 스티븐 호킹도 대표적인 인공지능 회의론자다. 그는 올해 초 비즈니스인사이더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급성장하며 사람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8월에는 더타임즈 인터뷰에서 "세계가 총괄정부를 만들어 인공지능의 대재앙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는 인공지능 회의론자로 분류되지만 현실을 인정, 제3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꺼낸 '로봇세'라는 화두가 대표적이다.

그는 쿼츠 인터뷰에서 로봇에 세금을 부과해 세수 부족을 충족하고, 이를 활용해 공동체의 균등한 발전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빌 게이츠의 의도에는 동의하지만 로봇세를 매길 확실한 논리적 근거가 없다"며 로봇세 논쟁은 한 때 모든 ICT 기업들의 화두가 됐다. 유럽의회는 지난 1월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인 지위를 '전자인간'으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며 로봇세 논쟁에 불을 당겼고, 이 논란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인공지능의 순기능에 집중하는 인물들도 많다. 대표적인 사람이 저커버그다. 그는 공식석상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의 대담을 통해 인공지능 예찬론을 폈고, 초연결의 SNS를 통해 인공지능 비서가 인류에 꼭 필요한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레인이자 연구 총괄책임자 에릭 호비츠도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인간이 위협을 받을 일은 없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인공지능 예찬론자다. 그는 지난 2월  MWC 2017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은 우리의 훌륭한 파트너"라고 단언했다. 슈퍼인텔리전스(Super Intelligence)를 강조하며 30년 후 IQ 1만의 수퍼인텔리전스 컴퓨터가 등장해 싱귤래리티(특이점/Singularity)의 시대가 올 것이라 장담했다.

예찬론자들은 현재의 인공지능 공포가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말한다. 포브스 등 주요 외신은 최근 페이스북 인공지능 챗봇이 자체 실험 중 인간으로 부터 배우지 않은 언어로 대화에 나섰다고 보도해 충격을 안겼다. 복수의 인공지능이 대화를 하던 중 갑자기 인간의 언어가 아닌,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를 한 것이다. 인공지능이 감정과 인지능력을 키운 상태에서 '우리를 만든 인간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그러니 우리만 알 수 있는 언어로 대화하자'로 선회한 뉘앙스다.  

당시 인공지능이 나눈 대화를 보면 "공은 내게, 내게, 내게, 내게, 내게, 내게, 내게 공을 갖고 있다(balls have a ball to me to me to me to me to me to me to me)"라고 말하자 다른 인공지능이 "나는, 나는 다른 모든 걸 내가, 내가, 내가 할 수 있어(i i can i i i everything else)"로 답했다고 한다.

외신들은 이를 '인공지능의 협상'으로 정의했다. 두 인공지능이 특정 소재를 가지고 거래를 하는 협상을 훈련하던 중 초반에는 정상적인 언어를 사용했으나 협상이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협상의 극대화'를 위해 '언어를 파괴'하는 현상이 나왔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흥정할 때 상인이 깎아주지 않자 손님이 화를 내거나, 욕을 하는 것처럼 '이성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인 것과 비슷하다.

물론 '단순 오류'라는 주장도 만만치않다. 이성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였든, 단순한 오류이든 페이스북 인공지능이 보여준 언어 파괴현상은 당연히 '초지능'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 원자폭탄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사람이 중요하다

옥스퍼드 대학교 인류미래연구소(Future of Humanity Institute)의 카티야 그레이스(Katja Grace) 연구진이 최근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석학들에게 "인공지능이 인류를 뛰어넘는 시기는 언제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인류의 일자리가 완전히 인공지능에 넘어가는 시기가 20년내 찾아올 것"라고 답한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은 '약 인공지능'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력이 스마트폰을 비롯해 많은 디바이스에 스며들어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약 인공지능에 머물러있는 기술을 우리가 '좋은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고, 또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기술이라는 전제도 성립된다. 예찬론자들이 주장하는 논리다. 여기서 인공지능은 축복의 천사가 된다.

기술의 발전이 생각보다 빨리 진전되거나, 그 도중에 '킬 스위치'같은 극단적이지만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인류가 위험해진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반문한다. '인공지능을 관리할 수 있는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작은 마을 로스앨러모스에 세계적인 석학들이 몰려왔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히틀러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것. 연구 책임자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였고 미국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불렀다. 1945년 7월 16일 알라모고도에서 성공적으로 원자폭탄 폭발 실험을 한 후, 2주일이 지난 후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인류는 원자폭탄이라는 괴물과 조우했다. 원자폭탄은 국력의 상징으로 정의되어 국제사회의 변수로 부상했고, 인간들은 핵확산금지조약(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이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한 남용을 경계하고 나섰지만 완벽하지 못했다. 현재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 일보직전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한 번 등장한 기술에 대한 제어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은 원자폭탄의 등장으로 설명되기 때문에, 고삐가 풀린 인공지능을 인류가 관리할 수 없다는 전제도 성립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테이가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영향을 받아 결국 최악의 챗봇이 된 사례도 의미심장하다. 이 경우 인공지능은 종말의 상징인 앙골라 대마왕이 된다.

결국 약 인공지능에 머물러 있는 현재, 이를 운용하는 우리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뜻이 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H. 클리핑거 박사는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은 우리가 체험하지 못한 미지의 기술"이라면서  "기술혁신은 결국 인간의 행복을 위해 이뤄질 것이며, 결과는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