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되면 온라인 여행 게시판에는 종종 인종차별에 대한 질문이 올라오곤 한다.

“레스토랑에서 이런 이런 대우를 받았는데 이거 인종차별인가요?”라거나 “미국을 처음 방문하려고 하는데 정말 인종차별이 심한가요?” 혹은 “요즘 미국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시위가 있다는데 방문해도 괜찮을까요?” 등이다.

낯선 땅에서 인종차별을 받을 생각에 걱정도 되고 또 한편으로는 불쾌한 경험을 했지만 이것이 인종차별인지 혹은 단순히 그 사람이 인성이 나쁜 사람인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다양한 인종이나 문화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종의 다양성을 경험해보지도 못했고 인종차별을 받은 경험도 드물어서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의 경우 워낙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관광객이 대놓고 인종차별을 겪을 가능성은 높지 않고,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는 ‘언어적 오해’ 혹은 ‘언어 차별’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부 관광객들은 분명히 인종차별을 경험하기도 하고 영어가 유창하지 못해서 이를 항의하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분을 삭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관광객이 아닌 미국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더 눈에 띄지 않고 인종차별이라고도 말하기 애매한, 알 수 없는 ‘차별’ 혹은 ‘기분 나쁨’을 경험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과거 흑인 노예제도에서 시작된 차별을 없애는 데 주력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소수인 황인종, 동양인들에 대한 차별은 거의 언급이 없거나 동양인에 대한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 문제점이다.

미국에 비교적 늦게 이민을 시작한 동양인들은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과 달리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많고 유학을 통해서 정착한 경우가 많아서,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과 높은 소득을 받으니 사회적 차별이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온라인 매체인 ‘버즈피드(BuzzFeed)’가 만든 비디오는 ‘뭐라고 꼭 집어서 지적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기분이 개운치 않은’ 동양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을 잘 묘사해서 크게 호응을 얻었다. 버즈피드는 2006년 설립된 온라인 미디어로 2015년 한국에서도 매체들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 즉 ‘보는 사람에 따라 색상이 다른 드레스’ 기사를 만든 곳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뉴스로 <뉴욕타임즈>의 최고 경쟁자로 지칭될 만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버즈피드가 시리즈물로 선보인 비디오 중 하나가 ‘만일 백인들이 말하는 것을 동양인이 말했다면(If Asians said the stuff White people say)’로 이는 미국으로 이민 온 동양인들, 혹은 이들의 자녀들이 겪은 내용들을 코미디 형식으로 만든 것이다.

백인들이 별 생각 없이 동양인들에게 평소에 하는 말이 사실은 인종차별적이거나 선입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백인과 동양인을 서로 바꿔서 역할을 맡게 한 것이다.

동양인이 백인 친구에게 ‘너 고향이 어디라고?’라고 질문하자 백인 친구는 ‘테네시’라고 말했지만 동양인 친구는 ‘아니, 거기 말고 진짜 네 고향이 어디냐고’라고 재차 질문을 하고 백인 친구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정말 어이없는 질문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 미국에서 거주하는 많은 동양인들이 이와 같은 질문을 받곤 한다.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에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인 뉴욕, LA, 시카고 등의 이름을 대지만 대부분은 ‘아니, 정말로 니가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기어이 ‘나는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우리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오셨다’는 답변을 듣고서야 ‘아, 넌 한국에서 왔구나’라고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이 비디오에서는 동양인이 백인 친구에게 ‘너 정말로 영어를 잘하는구나, 어디서 영어를 배웠어?’라는 얼토당토않은 질문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미국인이 동양인들은 이제 갓 이민 온 것으로 간주해서 이민 3세대쯤 되어 미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말이나 중국말을 아예 못 하거나 서툰 동양계 미국인에게 영어 실력을 칭찬하는 황당한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선입견으로 인해 미국에서 나고 자란 동양계 미국인이 영어로 발표하는데 ‘네 억양이 너무 강해서 영어를 잘 못 알아듣겠다’면서 ‘영어 좀 더 연습하라’고 하는 미국인 상사의 에피소드도 아시안계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동양인 친구가 자신의 눈을 손가락으로 크게 만들고서는 ‘날 봐, 백인 같지?’라고 말하거나 ‘나는 피자를 너무 좋아하는 걸 보니 사실은 이탈리안이었나 봐’라는 내용도 있는데 어이없는 이런 경험도 사실 많은 아시안계 미국인들이 경험한다.

한국인이라는 말에 ‘나 김치 정말 좋아하는데, 내가 전생에 한국인이었나 봐’라고 하거나 눈을 모아서 작게 만들고서 ‘나 아시안처럼 보이지 않아?’라는 행동은 사실 드물지 않다.

만일 아시안이 피자나 와인을 좋아한다고 나는 이탈리안이거나 프랑스인인가 봐라고 했다면 단박에 백인이 되고 싶어서 미친 사람처럼 취급받을게 뻔하다. 그런데 백인이 김치 한 조각 먹고서 나는 한국인인가 봐라고 하면 왜 한국에 대한 칭찬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