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다주택 보유자들이 정부의 ‘8.2부동산 대책’ 이후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8.2대책’이 다주택자를 정조준한 정책이어서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8.2부동산 대책’ 발표 바로 다음날인 3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이사철까지 집 팔 기회를 드리겠다는 뜻이다. 이번 정부는 어떤 경우에든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 것을 압박했다.

내년 4월부터 청약조정대상지역 내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된다. 2주택자는 양도세에 10%포인트의 세율이,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포인트의 세율이 가산된다. 이 때문에 다수의 다주택자들은 세금을 더 내기 전에 집을 팔아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통계청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기준으로 주택을 2건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187만9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15만8000명(9.2%)이나 증가했다. 다주택자 중에서도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사람은 2014년 30만5000명에서 2015년 39만2000명으로 늘어나 1년 만에 무려 28.5%나 증가했다. 1주택자는 2014년 1093만명에서 1116만5000명으로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주택자의 주택시장 독점이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고 본 문재인 정부는 세제 강화와 금융 규제로서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도록 압박하고 있다. 188만명의 다주택자들은 어쩔 수 없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보유한 주택을 팔아서 양도세 부담을 줄일지, 임대주택사업자로 정식 등록을 할지, 아니면 관망하면서 버틸지를 결정해야 할 판국이다. 그런데 선택지가 많지 않다.

박진규 해인세무회계사무소 대표 세무사는 <이코노믹리뷰>에 “8.2대책 발표 이후 다주택자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하고 “일단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은 4월 이전에 파는 게 유리하다. 현행의 양도 차익에 따른 6~40%의 기본세율에 3주택자의 경우 최고 20%포인트 추가세율이 붙으면 최대 66%(농특세 포함)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세무사는 “내년 4월부터 부활하는 양도세 중과와는 별도로 10여년 만에 부활한 투기지역 지정에 따라 지난 3일부터 3주택 이상 보유자가 투기지역 내 집을 팔 때는 보유 기간 등에 관계없이 기본세율(6~40%)에 10%포인트를 더해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 차익의 10~30%를 공제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조정대상지역에 해당하는 전국 40개 시·구에 집을 소유한 다주택자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집을 오래 보유할수록 차익이 크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더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시, 세종 등 투기과열지구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40%로 줄이고, 서울 11개구와 세종 등 투기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제한하고 주택담보대출 건수도 차주당 1건에서 가구당 1건으로 줄이는 등 대출도 조이고 있다.

또한 다주택자들이 투기 지역에서 추가대출을 받으려면 2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도록 했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최근 투기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다주택자에게는 승인요건으로 2년 안에 기존 집을 처분하겠다는 약정을 맺도록 했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다주택자들이 보유 기간을 늘리기 위해 만기를 연장하거나 전세자금을 돌려주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내년 3월 말까지 잔금 지급 등의 계약을 사실상 완료하려면 늦어도 2월에는 계약을 끝내야 해 시장에는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단기 투자처로 각광받은 분양권도 무피(웃돈 없는 가격)에 시장에 나왔다.

8.2대책 발표 이후인 8월 7일 기준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수우위 지수는 95.7로 매도세가 매수세보다 우위를 점했다. 12주 만이다. 팔겠다는 사람이 사겠다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서울 구로구의 한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5000만원 이상 싸게 내놓겠다는 다주택자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바라는 것은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이다. 이들이 민간의 임대주택이 주택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어서다. 다주택자의 양성화인 셈이다.

임대주택은 보유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고 재산세가 감면된다. 의무임대 기간 4년인 단기 임대의 경우 5년 이상 세를 놓으면 종합부동산세 납부 의무도 없다. 6년 이상 임대해 장기임대주택이 되면 양도세가 2~10%까지 공제된다. 임대기간 동안은 임대료 인상률이 연 5%로 제한되고 의무임대 기간 내에 세놓은 주택을 매각할 때 매수자가 같은 조건으로 임대사업을 이어나가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시장의 셈법은 아주 복잡하다. 서울의 공인중개업자는 “자금력이 있는 서울 시내 주택 보유자들은 무조건 버티려는 것 같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정권은 유한하고 강남은 무한하다’는 말을 신봉하는 이들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서 서울의 주택공급이 늘지 않을 것이라고 읽었다. 앞으로도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는 값이 오른다는 계산이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자는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자산이나 소득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고 건강보험료 등으로 세제 혜택이 반감되는 것도 계산에 넣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주택거래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은 조정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비조정지역에 주택이 있고 조정지역에도 주택을 보유했다면 비조정지역의 주택을 먼저 팔아서 주택 수를 줄이라”고 조언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센터장도 “비과세에 거주 요건이 추가돼 거주할 목적이 아닌 조정지역 내 집은 매각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시장이 개선될 때를 기다려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서울 도심과 강남 등 보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지역이라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것이 낫다. 안 팔릴 집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것이 아니라 잘 팔릴 집을 장기적 관점으로 보유하라”고 조언했다. 이 센터장은 “정부의 주택에 대한 정책 방향이 명확해 단기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보유세 강화라는 카드가 남았다”면서 “자금력을 믿고 버틸 게 아니라 정부 정책과 개인의 상황을 고려해 매각이나 임대주택 등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