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민 협동조합 농축산유통경제연구소 연구원(전 농축유통신문 편집국장)은 농축산계에서 오랫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계육시장 및 양계 시장을 분석해 왔다.

김 연구원은 ‘살충제 계란’ 사태의 근본 원인은 농가들이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검역대책이 미비했고, 검역 기준에 어긋나도 이에 따른 제대로 된 처벌이 없어서 지키려는 노력보다 안지키려는 유혹을 더 받은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기준을 어길 경우 예상 불이익이 낮기 때문에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농가들은 음성적으로 살충제 등을 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살충제 계란’ 사태는 과거 부화하다가 중단된 계란이 유통되거나 깨진 계란을 유통시키는 사례처럼 닭 시장에서 빈번히 벌어지는 품질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진단했다.

▲ 김재민 협동조합 농축산유통경제연구소 연구원(제공=김재민 연구원)

양계 시장에 대해 오랫동안 모니터링해온 것으로 안다. 살충제 계란의 핵심 원인은 무엇일까.

“2006년 이후 양계 시장을 쭉 살펴봤다. 부화가 중지된 계란을 식용란으로 사용하는 문제, 깨진 계란을 유통하는 문제, 살모넬라에 오염된 계란의 가능성, 항생제가 잔류한 계란의 유통 가능성 등 문제는 계속 되어 왔다. 원래 살충제를 뿌리는 것은 매우 관행적인 일이었고, 이번 사태와 같은 상황에서는 농장 관리가 잘 안된 ‘일부’가 적발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어떤 제도가 있으면, 그것을 지키도록 설계되어야 하는데, 농민들 입장에서 법규를 지키는 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본다. 축산물 위생관리법 상의 검역제도를 보면 소나 돼지는 60년대부터 검사가 의무화되어 있다. 이 검사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수의사들이다. 질병이나 항생제 잔류량이 규정치를 넘지 않는지 살펴 본다. 그런데 닭이나 계란의 경우에는 그 절차가 없었다. 그게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운 나쁘면 걸리고, 평소에는 안 걸리는 수준으로 검역이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소수의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계속해서 도덕적 해이에 노출되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식용축산물 중 유난히 계란 유통 과정이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도 있다.

“식용축산물은 일반적으로 고기(meat), 젖(milk), 알(egg)로 구분되는데, 고기와 젖은 원자재 축산물이고 계란은 소비재 축산물로 본다. 계란의 경우에는 다른 부류와 달리 별도의 처리 없이 소비자들에게 전달 가능한 품목이다. 그리고 농가에 의해 일정한 규격과 중량에 따른 선별만 된 후 곧바로 유통시킬 수 있게 되어 있다.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지 않도록 제도가 부재한 상황인 것이다. 양계 농가들이 2011년대에 입법을 요구한 적도 있다. 계란의 경우 전량 출하할 때마다 샘플링해서 검역을 의무화할 것을 요청했고, 법제화가 될 뻔 했는데 여러 가지 관리 비용 때문에 유야무야로 그치고 말았다. 양계협회 입장도 ‘언제까지 이렇게 불안하게 장사할 것이냐’라는 측면이다.”

계란들의 경우 일반계란, 유정란, 청정계란 등 다양한 범주가 있는데, 모두 문제가 있다고 보면 될까.

“기본적으로 ‘닭이’라고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데, 닭장 안에서 기를 때에는 모래목욕을 통해 닭 이를 떨어내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다. 이번에도 검사 결과를 보면 모든 농가가 지속적으로 살충제를 살포했다고 보기 어렵다. 잠깐 동안 문제가 될 때에만 살충제를 살포해서 방역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싶고. 계란 유형별로 다 문제라기보다는, 음성적으로 뿌리는 일부 농가라고 본다. 이 계란들을 평생 먹어도 기준치만큼의 유해물질이 쌓이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프랑스, 덴마크, 네덜란드 등도 ‘닭이’ 문제가 심각했던 모양이다. 유럽산이 아니라 미국, 태국산 등은 안전하다고 보면 될까.

“이번에 진원지가 네덜란드 산 계란이었던 것처럼, 모든 농장에서 빈번하게 썼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사과, 채소 등의 진드기를 제거하는 데 사용됐던 살충제를 닭에 썼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본다. 사실 전체 수입 계란의 양이 국내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양만큼도 안 된다. 국내 시장에서 하루 5000만 개 정도의 계란이 소비된다고 하는데, 지금 수입된 계란은 다 합쳐서 1000만개 정도다. 어떤 이들은 가격 안정 기능을 위해 계란을 수입한다고 하는데, 사실상 계란 가격 자체를 변화시키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어느 나라 산(産)이냐를 본질적인 문제로 보면 안 된다.”

지금 사후약방문 식으로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결국 근본적인 변화 방향은 농민들의 자정을 통해 나온다고 봐야 할까.

“솔직히 말하면 양심적인 농가가 문제가 되는 계란을 전량 폐기처분 하게끔 하는 것 외에 현 상황을 돌파하는 대책은 없다고 보면 된다. 닭은 매일 같이 계란을 낳고, 3만 수 규모 농장이라면 거의 매일 3만 개 정도의 계란이 나온다고 하면 되는데, 이것을 전부 없애 버려야 한다. 지금처럼 계란 가격이 좋을 때는 하루 300만원 가량의 손실이 나게 되고, 일 주일이면 2억 1000만원 가량의 피해를 보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부실 계란을 처리해 줄 테니 싸게 넘기라는 악마의 유혹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정부는 검사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처방이 절대 아니다. 사전 검역 체제 강화를 통해 농가들도 사회적 기준을 따르고, 정부도 문제 해소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 가는 시도를 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