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내년 1월까지 24%로 인하하기로 했다. 대부업계는 비상경계 수준을 넘어 이미 두 손을 든 상태다. 대부업계 일각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한다면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과거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할 때마다 대부업계는 이합집산을 통한 저축은행으로 탈바꿈 등을 통해 살길을 모색해왔다. 적어도 최고금리가 30%를 유지했을 때 얘기다. 그러나 내년부터 최고금리가 24%로 주저앉게 되면 더 이상 버텨낼 힘이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업계는 정부가 업계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채 최고금리 인하를 서둘러 발표해 앞으로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길이 모두 차단당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내놓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가 가파르게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업계의 미래와 저신용자들의 긴급자금 마련의 길은 어떻게 변할지 짚어봤다.

저신용자, 대부 문턱마저 높아지나

법정 최고금리가 66%였던 지난 2002년 이후 약 10년 동안 최고금리는 39%까지 낮아졌다. 이 기간 동안 저축은행 문턱이 낮아지면서 대형 대부업체들은 저축은행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또 법정 최고금리 연 39%만 하더라도 일본에서 넘어온 대부업자들이 영업하기에 좋은 금리였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연 34.9%에서 27.9%로 추가 인하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부업 등록업자는 지난해 말 기준 8654개다. 지난해 6월 말(8980개)과 비교하면 326개 줄었다. 개인 대부업자는 512개나 감소했다. 반면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2015년 말 494만원에서 작년 말 586만원으로 더 늘었다. 문제는 2015년 9월 20.9%였던 대출 승인률이 최저금리 인하 이후 2016년 9월에 14.2%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부업은 특성상 서민들이 금리가 낮아지면 빚을 줄이는 대환 서비스를 찾기보다는 이자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돈을 더 빌리려 하는 것도 문제다. 역설적으로 대부업계가 최고금리를 인하하면 대출 리스크 관리가 더욱 까다로워져왔다. 대부업계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를 아무런 조율 없이 인하할 경우 대출 가능한 인원은 더 줄고 저신용자·저소득자의 경우 대출절벽과 마주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며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대부금융협회가 회원사 35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업체들은 최고금리가 25%(당시 예상치)로 인하되면 신규 대출을 평균 27.5%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신규 대출 금액은 7조435억원에서 5조1086억원으로 줄어들고 신규 대출자 수도 124만명에서 90만명으로 축소될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7~10등급의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대부금융협회가 발표한 ‘2017년 경제금융전망과 대부업권 발전방향’에 따르면 7등급은 5.5%, 8등급은 5.9%, 9등급은 6.3%, 10등급은 11.4%의 하락세를 보이며 저신용자일수록 대부업체 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추심 전환 대부업체 횡포 왜 못 막나

대부업계는 24%대 금리를 받는다면 신규 대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설문을 통해 증명했다. 여기에 20%대 금리까지 낮춰진다면 일본계 대부금융은 차라리 철수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대부업 최고금리는 연 15~20%면서도 조달금리가 1%대이다. 반면 국내는 20%까지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질 수 있는 상황에서 조달금리는 6%대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 통계에 따르면 대부업 이용자의 77%는 7등급 이하다. 최고금리를 낮추면 이들을 포함한 서민의 이자 부담이 줄어야 하지만 이는 제한적이다. 최고금리가 24%로 낮춰지면 신규 대출자나 대환을 실시한 사람에 한해서만 금리가 조정된다. 기존 대출자는 본래 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또 대부업체가 자금 공급을 줄이고 리스크 관리를 실시한다면 자연스레 고객층이 4~6등급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는 대부업체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저신용자들은 은행이라 불리던 등록 대부업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자 이들은 불법 사금융에 노출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협회의 불법사금융 이용추정 현황은 지난 2015년 이용자수 33만명, 이용금액 10조원에서 2016년 이용자수 43만명, 이용금액 24조원에 달한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불법사금융 이용총액은 3209만원에서 2016년 5608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용률은 0.82%에서 1.07%로, 이용자수는 41명에서 54명으로 증가한 가운데, 연이자율은 110.88%대 이르는 초고금리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중·소 대부업자들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발표된 이후 대형사에 회사나 자산을 매각하는 추세를 보인다”면서 “일부는 채권 추심 업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한다.

중·소대부업체 중에는 신규대출은 하지 않아도 기존의 다른 회사들이 보유한 채권들을 매입해 회수 작업에 몰입한다면, 과거 34% 이상의 고금리 대출 채권 중 수익성이 높은 채권을 골라 거래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입채권추심업자가 늘면서 법인 대부업자는 186개가 증가했다.

이에 관계자는 “수익성이 높은 채권의 경우 계속해서 이자를 받을 수 있어서 채권을 회수하는 업무에 몸을 기울이는 업체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부업자의 경우 추심업무에 열을 올리는 상태라면 상황이 심각하다. 일부 대부업자나 추심업자는 소멸시효 완성이 다가오는 채권을 팔아넘기고 법원에 지급명령 소송을 걸어 시효를 연장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이에 채무자는 10년에서 15년, 경우에 따라선 그 이상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오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최고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엄포에만 그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낳고 있다. 규제는 강화하면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 6월까지 대부업법 위반으로 기소된 4624명 중 실형선고는 단 171명(3.6%)에 불과하다.

▲ 한 제보자가 제공한 불법 대부업체의 문자 추심

저신용자 위한 새로운 리스크 관리 시스템 마련해야

윤석헌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대부업자들이 추심업으로 업종을 전환하면서 추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면서 “대출의 수요자가 대출을 받지 못해 밀려나는 문제도 함께 부각될 것이다. 정부도 법안을 발의해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해서 빠르게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대부업자들이 추심업과 대부업에 너무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 대부업자들은 고금리 대출과 추심업 이외에 다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의견이다. 또 채무자가 돈을 갚을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돈을 빌려준 것 자체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대부업에 가까운 고금리를 취하는 저축은행과 취약계층임을 알고 카드론을 내어준 카드사도 포함된다.

윤 교수는 “상환능력이 없는 금융소비자에게 무분별하게 대출해준 채권기관도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다”라며 “이미 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유통해 법률적으로 무지한 채무자를 회유하며 채권을 부활시키는 것 또한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시효가 완성돼 소멸한 채권이라도 채무자가 소액을 갚거나 채무를 인정해버리면 그 채권은 원금, 이자 모두 부활해버린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담보, 보증, 직업 등을 구분해 제대로 된 대출시스템을 갖추기보다 너무 쉽게 물적, 사회적 담보로 돈을 운용하는 채권기관의 문제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부업 관계자는 금리 정책이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기술적, 인적 자원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대부업 관계자는 금리 정책이 장기간 유지돼야 하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대부업 주력고객 77%가 7등급이다. 이들의 적정 금리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아주 정교화된 CSS프로그램이 필요하다. CSS는 과거에 소비자가 거래했던 금융 소비 특성, 신용등급, 소득, 연령, 자녀 수, 부채 규모 등을 대출 리스크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소비자의 부실률을 측정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대부업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앤캐시는 CSS 전산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데에 200억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만약 전산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하더라도 이를 운영하기 위해선 CSS 시뮬레이션 전문가가 필요하다. 대부업체들이 고객들에게 최대한 저금리로 대출해주기 위해서는 이같은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만, 수익성을 볼 때 전산 프로그램을 갖춰 인력을 운용한다는 것은 영세한 대부업체에게는 동기도 없고 투자할 여력도 없다.

이재선 대부금융협회 사무처장은 “7등급 이하는 나이스 신용정보 시스템을 통해 어느 정도 리스크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투자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영세한 대부업체의 입장”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대부업체의 주력고객이 7, 8, 9, 10등급이 아니라 중신용자 정도만 되더라도 시스템 투자의 가치가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상황은 7등급 이하가 대부분 대부업체 고객이기도 하면서, 나이스 신용정보 시스템을 이용한 대출 리스크 관리를 하는 곳이 대다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