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재성 기자

그 물건에 얽힌 그렇고 그런 이야기, 일상가젯

그리스 시대 유산인 황금비율이 지금도 유효할까. 단언컨대 아니라고 본다. 보기 좋은 비율이란 시대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인스타그램에선 정방형 사진이 주를 이루는 것과 같이. 황금비율이란 개념은 객관성을 가장하지만 주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단 얘기다.

마우스의 ‘황금 그립감’ 역시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통하는 최고의 그립감이란 건 존재할 수 없다. 다만 철저히 개인 기준 황금 그립감이란 가능한 영역이다. 내게도 그런 그립감을 주는 게이밍 마우스를 발견했다. 게이머들에게 아직 조금 생소할지 모를 이름, 리오나인 X1이다.

▲ 사진=조재성 기자

 

인생 마우스를 찾아서

흔히들 ‘인생 영화’나 ‘인생 게임’을 논하는 것처럼 게이머에게 ‘인생 마우스’는 중요한 화두다. 무얼 인생 마우스로 삼을지는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그걸 판단하는 기준도 개인 몫이다. 누가 정해줄 수 없다는 뜻이다.

게이머들 의견을 모아보면 교집합을 이루는 조건 하나가 드러난다. 그립감 말이다. 마우스 모양만 봐선 모르고 쥐어봐야만 알 수 있는 영역이다. 더 나아가 게임 플레이를 해봐야 완전히 파악 가능하다. 내 손에 딱 들어맞아 함께 최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지를.

이제 와서 생각하면 내 첫 게이밍 마우스는 그립감이 나빴다. 처음 구입할 때 그립감 따위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일단 디자인에 끌렸다. 3만원대라는 가격에 이끌린 점도 부인 못하겠다. 그 브랜드를 향한 막연한 동경심도 있었고.

첫 마우스를 샀을 땐 세상 다 가진 기분이었다. 당시 자취방에선 게임을 할 수 없는 환경이라 PC방에 마우스를 챙겨다녔다. 낯설었다. 매일 쓰던 PC방 마우스가 손에 익은 탓인지 내 마우스랑은 유독 컨트롤 실수가 잦았다.

‘처음이어서 그렇겠지.’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마우스와 내 관계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쯤 깨달았다. 이 마우스의 그립감이 내 손엔 맞지 않다는 것을. 청바지에 구두를 신고 운동하는 느낌이랄까. 서로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 마우스는 내 인생 마우스가 되지 못했다.

▲ 사진=조재성 기자

 

사자의 용맹함 닮은 마우스

이후로도 여러 게이밍 마우스가 내 손을 오갔다. 첫 마우스보단 그립감이 괜찮은 녀석도 제법 만났다. 어설픈 게임 실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다들 어느 정도씩은 아쉬었다. 그러다 최근 예사롭지 않은 마우스가 내게로 왔다. 리오나인 X1이다.

패키지를 풀고 서둘러 손에 쥐어보았다.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전에 경험한 마우스들과 달랐다. 불편한 손가락 없이 안정감이 뛰어났다. 마우스패드 위에서 괜히 휙휙 움직여봤다. 무게감도 적당한 것이, 적이 눈앞에 나타나도 무서울 게 없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잠깐 리오나인 소개가 필요할 듯하다. 알고 보면 배경이 우리에게 생소하지 않은 브랜드다. 토종 컴퓨터 회사로 잘 알려진 주연테크의 게이밍 전문 브랜드가 리오나인이니까. 에이수스의 ROG, 델의 에일리언웨어, 벤큐의 조위기어처럼 주연테크는 지난해 리오나인을 론칭했다.

미국 게이밍 기어 브랜드 커세어가 범선 문양으로 게이머들에게 각인됐다면 리오나인은 사자 얼굴 문양으로 매력을 어필한다. 리오나인 마우스만 있는 건 아니다. 주연테크는 사자가 박힌 키보드, 모니터, 노트북 등을 내놨다. 라인업이 계속 확장되고 있다.

▲ 사진=조재성 기자

 

4만원대 프리미엄

X1은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4만원대 후반이다. 조금 비싸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프리미엄 모델급 스펙과 옵션을 제공한다는 걸 고려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유명 게이밍 기어 브랜드 마우스는 10만원 넘는 프리미엄급 모델이 다수다.

마우스의 핵심부품은 센서다. 마우스의 생명인 정밀도와 민감도를 결정하는 부품인 까닭이다. X1에는 아바고9800 레이저 센서가 탑재됐다. 옵티컬 센서로 유명한 픽스아트와 양대산맥인 아바고의 최고 사양 센서다.

마우스 민감도는 최대 8200DPI까지 설정 가능하다. 초고감도 유저가 아니고는 충분한 스펙이다. DPI 전환 버튼이 상단에 달려있어 게임을 하다가도 쉽게 전환할 수 있다. 이 버튼으로 총 4단계 조절이 가능하며 우클릭 버튼 위엔 LED로 현재 단계를 표시해준다.

전용 설정 프로그램으로 단계별 DPI 수치는 사전에 정할 수 있다. 최소 값은 100DPI다. 이 프로그램으론 마우스를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각 버튼에 어떤 기능을 넣을지 설정할 수 있으며, LED 조명 컬러라든지 효과도 마음대로 조절 가능하다. 조명은 RGB 풀컬러 1680만색을 지원한다.

▲ 사진=조재성 기자
▲ 사진=조재성 기자

끝이 아니다. 직조 케이블이라든지 무게추 옵션 역시 프리미엄 게이밍 마우스에 걸맞는 요소다. 무게추는 4g짜리 3개가 주어진다. 무게감을 자신에게 맞게 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게추를 모두 제거했을 때 무게가 스펙 정보엔 존재하지 않는데 90g대일 것으로 예상된다.

방패가 떠오르는 디자인도 멋스럽다. 공격적인 사자 문양이 있는 방패라니. 한 가지 흠이라면 DPI 조절 버튼에 그려진 조잡한 이미지? 마우스가 직관적인 주변기기라고는 하지만 패키지 안에 간단한 설명서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전용 커스터마이징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제품 자체에서 알기 어려우니.

 

인생 마우스 유력 후보, X1

그립감은 단순히 마우스를 쥐어만 봐서는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X1과 함께 ‘오버워치’를 했을 때 ‘황금 그립감’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교착상태에 있던 경쟁전 점수가 오르기 시작했다. ‘샷발’(적을 보았을때 정확하고 신속하게 상대를 겨냥해 쏘는 것)이 평소보다 훨씬 좋았다.

평소에 ‘장비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떠들고 다녔는데 무안해졌다. 정정하겠다. 장비발은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X1은 적어도 지금 내겐 황금 그립감을 지닌 인생 마우스 유력 후보다. 조만간 더 나은 그립감을 지닌 마우스를 찾게 될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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