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해외로 휴가 가느라 은행에 환전하러 다녀왔다. 정말 오랜만의 방문이다. 환전마저도 공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20년 이상 거래해왔지만 이제는 은행에 갈 필요 없이 모바일 앱으로 은행 업무 대부분을 할 수 있고, 다양한 페이와 휴대폰에 장착되어 있는 모바일 결제로 인해 지갑도 필요 없어진 지 오래인데, 그나마 유일하게 현금으로만 가능했던 남아 있던 경조사비도 이제 계좌번호 없이 전화번호나 메신저 ID로 송금할 수 있게 되어버렸다.

출시한 지 며칠 만에 지난해 1년 전체 개설한 통장수를 훌쩍 넘어서 신규계좌 200만좌를 기록한 카카오뱅크의 돌풍으로 시장이 시끄럽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은 아니었지만, 독립적인 인터넷전문은행이었던 K뱅크와 달리 이미 카카오톡으로 국민 대부분을 확보하고 있는 ‘같지만 다른’ 카카오의 은행은 무엇이 다를까 많은 기대가 되었다.

일단 K뱅크도 그렇고 카카오뱅크도 그렇고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은행에 갈 필요 없고, 은행의 영업시간을 지킬 필요도 없고, 늦은 밤에 가입하고 싶을 때 아무 때나 가입할 수 있고 접수해주는 직원이 없어도 돼서 좋다. 시중 은행의 모바일 앱과는 다르게 공인인증서도 별도로 필요하지 않아 가입 절차가 더 간편하다. 신규 계좌 개설을 직접 해보았다. K뱅크의 경우 서비스 약관에 대한 동의를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가입 절차가 무척 지리했으나, 카카오뱅크는 본인확인을 위한 절차도 간단하고 UI(User Interface)나 UX(User Experience)가 역시 모바일 플랫폼 회사답게 각 단계별 디자인이나 경험에서 편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다만 가입 절차 중에서 본인 확인을 위한 신분증 촬영이 있는데, 야심한 밤 조명 때문에 반사가 많아서 그런지 신분증 인식이 잘 되지 않았다. 물론 직접 입력 기능이 있었지만 이미지 센싱이 얼마나 잘되나 확인하고 싶어 계속 시도했으나 결국 20번 정도의 실패 끝에 손으로 입력했다. 찍을 때마다 운전면허증 번호가 1~2자리씩 틀리고 계속 읽은 결과의 숫자가 달라져서 ‘이미지 센싱’ 기술은 더 발전이 필요해 보였다. ‘아마존 고’의 선반에서 어떤 상품을 들었다 내렸다를 인식해 상품을 자동으로 장바구니에 넣는 이미지 센싱 기술은 정말 놀라운 테크놀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과정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비밀번호 외에도 패턴과 바이오 인증으로 접속이 편리하다. 자유 입출금식 신규 계좌를 생성하고, 이 통장의 의미를 정하고 싶어 고심 끝에 ‘나를 위해’로 정했다. 수고한 ‘나를 위해’ 내가 시간과 돈을 쓰고 싶을 때를 위해 혼행이나 쇼핑이나 맛집을 갈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을 먼저 급여 통장에서 이체를 했다. 잠시 송금할 때 입금 계좌에 카카오뱅크가 없을까 우려했지만, 이미 시중 은행 모바일 앱에도 카카오뱅크가 들어와 있다. 송금을 하고 상품을 둘러보니 카카오 캐릭터를 활용한 체크카드가 있다.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은행 업무를 할 것이기 때문에 체크카드가 많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디자인이 예쁘고 모바일 삼성 페이에 적용하려는 생각에 신청했다. 해외에서도 쓸 수 있고 K뱅크와 다르게 후불 교통카드 기능이 있다. 가입한 지 10일이 되었는데, 아직 카드는 도착하지 않고 있다. 신청이 많아서 밀린 모양이다. 급하게 쓸 것은 아니라서 예쁜 디자인의 카드를 받기 위한 기다림은 즐겁다.

상품을 더 둘러보니, K뱅크와 마찬가지로 일정 금액을 지정하고 출금을 하지 않으면 1% 이상의 높은 이율을 주는 ‘세이프 박스’ 서비스가 있다. 급하게 쓸 것은 아니므로, 반을 뚝 떼어서 금고(Safe Box)에 넣었다. 금액이 크지 않아 월 이자가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겠지만, 시중 은행에서는 거의 제로 금리인 입출금 통장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다. 예금 상품과 적금 상품도 간단하게 하나씩 있다. 기간과 금액에 따라 이율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중 은행의 고객 등급이나 이용 범위에 따른 우대 금리처럼 복잡하게 되어 있지는 않다. 어차피 당장 출금을 해서 쓸 계획은 아니므로 하루 커피 한 잔을 절약해 그 금액을 일 단위 자동이체로 송금하는 적금을 가입했다. 1년 신청하니 기본 이율 2%에 자동이체로 0.2% 추가 금리가 적용된다. 매일 내가 적금을 가입했던 시간이 되면 이체가 되었다는 카카오톡이 온다. 대부분 자동이체는 월 단위인데, 커피값을 아껴서 일단위로 ‘나를 위한’ 비상금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카톡의 최대 장점인 계좌 번호를 몰라도 카카오톡만으로 송금이 가능하다. 올해까지는 이체 수수료도 없고 해외 송금과 대출은 현재 필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는 아니어서 해보지는 못했지만, 시중 은행 대비 수수료 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경제적인 서비스라고 한다. K뱅크의 광고 카피처럼 은행이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친절은 미소가 아니라 돈, 즉 지점의 운영 비용을 이자로 돌려 고객에게 경제적 혜택으로 주는 것이 인터넷전문은행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초기 단계라 은행의 펀드나 투자 상담이 필요한 상품은 은행을 방문하겠지만, 로봇 어드바이저의 수익률이 인공 지능으로 더 발전해 나가면 은행에서의 인적 상담이 아닌 모바일에서 로봇 어드바이저나 챗봇 상담으로 전환될 것이 분명하다. 낯설었던 기술들이 이제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생활에 변화를 주기 시작하고, 대다수에게로 확산되기 시작한다. 순식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