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에너지 특구로 불리는 호주가 잇따른 전력난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을 고집하고 있다. 호주는 2016년 말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약 14.76%에 달하며 풍력, 수력, 태양광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한편 호주는 전세계에서 액화 천연 가스(LNG) 수출량 2위를 자랑하는 국가다(1위는 카타르, 3위는 미국). 따라서 탄소 배출량이 적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호주 일부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전력난이 일어나 전력 정책의 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호주 전력거래소(Austrailian Energy Market Operator)에 따르면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에서 전력 공급량이 전력 수요량을 충족하지 못해 정전 사태가 빚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첫 번째는 지난해 9월 토네이도로 송전탑이 쓰러지면서 12일간 지속된 순환정전(black-out)이었다. 두 번째는 올 2월 여름 온도가 올라가면서 발생한 정전이다. 지구 온난화로 여름 온도가 올라가면서 전력 수요가 늘었지만, 이에 대응할만한 충분한 예비 전력이 부족했다. 따라서 지역 발전 당국은 전력망에 무리가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애들레이드 시(市) 9만 가구에 전력 공급을 중단하는 '부하 차단'(load shedding) 조치를 취했다. 

원래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는 풍력 발전으로 유명했다. 전체 전력량의 약 75%를 풍력에 의존하고 있고, 부족한 부분은 인접한 지역인 빅토리아(Victoria) 주에서 화력발전(갈탄화력)으로 생산된 전기로 충당한다. 풍력, 태양광 등은 기후의 영향을 받는 자연에너지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의 경우를 대비해 다른 발전원으로 충당할 필요가 있다. 

▲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의 한 풍력발전소(출처=Natural gas now 홈페이지)

몇몇 전문가들은 이미 호주에는 재생에너지 위주 전력 공급 체계를 보충할 만한 충분한 액화천연가스(LNG)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 역시 해외로 수출하는 액화천연가스가 많다. 그러나 지난 노동당 정권은 액화천연가스 수출을 장려하면서 만에 하나를 대비한 국내용 연료들을 남겨 두지 않았다. 몇몇 전문가들은 호주에 '재생에너지 위주의 발전으로 인한 위기'가 왔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액화 천연가스 수출 정책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면서 빚어진 일시적 위기인 셈이다.

▲ 오스트레일리아 지역별 에너지원 비중(출처=Reneweconomy 홈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는 계속해서 전통 화력 발전소들을 폐쇄하고 재생 에너지 투자를 장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빅토리아 주의 대표적인 갈탄 화력 발전소인 헤이즐 우드 발전소(Hazelwood Brown Coal Station) 최근 높은 탄소 세(fuel tax) 및 각종 친환경 규제로 인해 폐쇄 결정이 내려 졌다. 맬컴 턴불(Malcom Thunbull) 호주 연방 총리는 액화 천연가스 수출에 열을 올리며 국내에서는 재생 에너지 발전을 주도했던 과거 노동당 정권을 비판하면서도 "태양광, 조력 등과 같은 신 에너지들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해마다 호주에서는 태양광 PV 설치 용량이 500 메가 와트(MW) 씩 늘어나고 있다. 

▲ 태양광 발전 비중 증가 추이(출처=호주전력거래소)

또 호주 정부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Tesla)와 손잡고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에 100메가와트 규모의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의 리튬 이온 배터리 저장 프로젝트"로 불리며 약 3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엘론 머스크는 "호주에서 전력난을 해결할 만한 시스템을 100일 안에 공급하겠다"고 야심차게 밝히기도 했다. 

에너지 전문가로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윤철 요드 인터내셔널(Jord International)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호주 정부는 가스보다는 초기 투자비가 적은 태양광, 풍력 등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이 매니저는 "한 가지 에너지 원에만 의존할 경우 전력망에 무리가 따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에너지원과 복합적으로 사용하면서 재생 에너지 발전의 성능 개선을 꾀하는 것이 호주 에너지 산업의 핵심 과제"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