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픽사베이

항생제에 관해 부모님 세대 때부터 전해 내려온 한 가지 불문률은 반드시 처방 기간 내내 다 챙겨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나쁜 일이 생길 것처럼.

하지만 이제 그런 얘기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일단의 현직 의사들이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기고한 글에서, 항생제를 중단하면 환자들에게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면서, 정책 입안자들이나 교육자, 의사들도 그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항생제를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현대 의학계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박테리아가 항생제를 만나면 항생제에 버틸 수 있는 새로운 변종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항생제를 일체 먹지 않으면 박테리아들이 저항력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항생제 사용을 우리가 좀 더 잘 조절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저항력이 높아진 슈퍼버그(항생제로 쉽게 제거되지 않는 박테리아)가 전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커질 수 있다고 이들은 경고한다.

지난 6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례 없이, 아주 절박한 상황에서만 사용하고 평상시에는 사용을 제한해야 하는 항생제 목록을 발표했다.  

영국 브라이튼 앤 서섹스 의과대학의 전염병 전문가 마틴 를레웰린과 옥스포드 바이오 메디컬 연구소의 팀 피토 박사 등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들은, 기고문에서 모든 항생제를 다 챙겨 먹으라는 조언은, 저항력 문제가 항생제의 사용 부족이 아니라 과다 사용에서 나온 것이라는 이미 충분히 입증된 명확한 사실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바이오 메디컬 연구소의 피토 박사는, ‘항생제를 다 챙겨 먹어야 한다’는 말은 1945년 노벨상 수상자인 알렉산더 플레밍이 한 연설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플레밍의 말은, 연쇄상 구균 인후염을 앓고 있던 환자가 페니실린을 본인이 맞지 않고 자신의 부인에게 맞혔다가 부인이 새로 발생한 항생제에 견디는 변종 구균으로 죽었는데, 플레밍이 이에 관해 떠도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레밍의 말은 심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증거에 따른 것은 아니지요. 우리는 항생제 복용과 관련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만한 연구를 계속 할 계획입니다.”

상당 수 전염병 전문가들도 이 문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동의하면서, 그러나 수십 년 전해 오는 조언을 바로 폐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 질병 관리 예방 센터에서 항생제 연구를 하고 있는 로리 힉스 소장은 연구원은 박사는 특정 질병에 이상적 치료 기간에 관한 연구가 많이 있음을 지적하고, 중이염을 예로 들면서, 한 연구에 따르면, 5일 동안 항생제를 먹은 환자는 10일 동안 계속 항생제를 먹은 환자보다 치료에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힉스 소장은 또, 항생제를 치료 기간 동안 계속 먹지 않으면, 몸 안의 박테리아가 저항력을 키워서 더 심각한 병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증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힉스 소장은 그것을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음을 인정했다.

“어느 상황에서는 항생제를 모두다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항생제를 다 챙겨 먹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상황도 있고요. 불필요한 양의 항생제를 처방해서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에서 면역학 및 전염병을 전공하는 사라 포튠 교수는, 요로 감염증과 장티프스의 경우, 하루 투약이면 충분하며, 통상 1주일 씩 항생제를 먹게 하는 처방은 과잉 처방이라는 연구가 다수 있었으며, 폐결핵의 경우에는 항생제를 일찍 끊는 것이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려 상태가 더 악화되는 사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항생제 처방을 단축하는 것이 양날의 검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연구 사례입니다.”  

항생제를 너무 짧게 처방하면, 항생제에 저항하는 유기체들이 더 풍부하게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셈이 돼, 약에 저항하는 균의 수가 환자가 이겨 낼 수 있는 것보다 많아져, 병이 다시 도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보스톤의 브링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의 전염병과 요나탄 그래드 박사도 의사들이 항생제를 처방하는데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말한다. 그는 많은 전염병에서, 항생제 처방의 기간을 줄이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처방 단축으로 인해 처방 효과를 해쳐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환자가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느낄 때 항생제를 끊어도 좋다고 의사가 말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한다.

“상태가 호전되었음을 어떻게 판단한단 말입니까? 증상이 대부분 사라졌다고요? 혹은 완전히 사라졌다? 일부 증상은 그렇다 쳐도 다른 증상은? 이것은 매우 모호해서 그렇게 권장하는 것은 주관적판단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