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전기차제조업체인 테슬라모터스가 지난 6월 국내에 상륙했지만 보급형 모델3출시와 맞물리며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자동차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완성차업체들과 테슬라간 전기차 시장을 놓고 제대로된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현대·기아차 등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내년 하반기까지 시간을 벌게된 셈이다. 테슬라의 4000만원대 보급형 ‘모델3’가 국내에 상륙하기 이전 이에 맞설 어떤 모델을 출시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14일 자동차판매 조사기관인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국내 시판에 들어간 테슬라모터스가 올 들어 지난 7월말까지 국내에 판매한 전기차는 모델S 47대, 모델X 1대 등 총 48대에 불과했다.

▲ 국내에서 지난 6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모델S 90D. 국내 판매가격은 세제면제 혜택을 받아도 1억원을 넘는다. 지난 7월말 기준 총 판매대수는 40여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테슬라모터스

테슬라모터스는 최근 보급형 전기차종 모델3 출시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에 나섰지만 국내 시판 중인 모델S와 모델X는 보급형에 비해 가격이 비싸 맥을 못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함께 국내 전기차 인프라환경도 테슬라 모터스 판매 부진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인터넷 주문 후 고객에게 인도하고 있는 테슬라모터스는 국내 판매량을 일절 공개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시장조사기관이나 국토교통부 등록 대수만으로 확인이 가능한 실정이다.

테슬라모터스 차종의 국내인도가 시작된 지난 6월부터 7월말까지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차량대수를 보면 6월 34대, 7월 2대 등 총 36대다.

테슬라모터스가 국내 시판 중인 모델S 90D는 현재 개별소비세, 교육세, 취득세 등이 친환경차 혜택으로 면제되고 있지만 국내 시판 가격은 1억1310만원에 달한다.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380Km에 달한다.

반면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지 않은 모델3는 지난해 4월 공개이후 36시간만에 전 세계 온라인 예약이 25만대를 넘어섰다. 지난 7월말기준 예약판매수는 50만대를 돌파했다. 

▲ 테슬라모터스가 지난 7월 미국 시장서 판매에 들어간 보급형 '모델3'. 미국 시장 판매가격은 대당 3만5000달러로 기존 모델3의 3분의 1가격이다. 현재 생산력 부족으로 예약판매 대수는 50만대에 달하지만 인도된 차량대수는 30대에 불과하다. 출처=테슬라모터스 홈페이지.

그러나 미국에서 먼저 인도되고 있는 모델3는 지난 7월 처음으로 30대가 인도됐을 뿐이다. 테슬라모터스측은 올해말까지 2만대 생산 후 예약자에게 인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예약 대기자 수에는 턱없이 모자른 수준이다.

따라서 한국 상륙은 모델3가 예정대로 내년부터 대량 생산(2018년 모델3 생산 목표 50만대)이 가능해진다해도, 2019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모델3가 이처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유는 낮은 가격. 보급형 모델3의 경우 5인승 후륜구동, 1회 충전시 350Km주행가능에 최고속도 시속 210Km인데 가격은 미국에서 3만5000달러다. 한화로는 약 4000만원 수준. 이처럼 한국에서 시판 중인 모델S 90D가 성능면에서 모델3와 큰 차이가 없으면서 가격은 3배가까이 높다보니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급형 모델3의 장거리 트림은 1회 충전시 500Km까지 주행이 가능하고 최고속도는 시속 225Km, 제로백(시속 100Km까지 도달시간)은 5.1초에 불과해 모델S보다 성능은 뛰어난데 가격은 4만4000달러(약 5000만원)이다.

이에 따라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델3가 대량생산에 들어가 한국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8년 하반기나 2019년초까지 당분간 테슬라모터스 전기차의 국내 시판이 뜨겁게 달아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기간동안 국내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에 얼마나 속도를 내느냐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 국내시장에서 본격적인 전기차 판매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오는 2018년 상반기 중 가격을 크게 낮춘 수소연료전지차(수소전기차· FCEV)전용 SUV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 현대차가 개발 중인 수소전지차 연습주행 모습.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보조금 지원시 3000만원대, 1회 충전시 800Km주행이 가능한 수소연료전지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출처=현대차.

친환경에너지인 수소를 주력으로 보조배터리 장치까지 장착한 수소연료전지차는 1회 충전시 80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가격대는 6000만원대로 대폭 낮출 계획이다. 여기에 현재 정부의 지원금 2750만원이 지급될 경우 소비자 가격은 3000만원대까지 낮춰질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존 개발 중인 전기차 모델도 내년초부터 잇따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내년 초 1회 충전에 390Km까지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코나’를 출시하는 등 순차적으로 테슬라모터스 공습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시판중인 코나 모델 전기차를 시판할 계획이다. 전기차 '코나'는 1회 충전 후 주행거리 390Km로 생산할 예정이다. 출처=현대차.

한편 전기차의 성능 기준을 1회 충전시 주행거리보다 효율성, 즉 연비에 맞춰야 공정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은 ‘2017 국제전기차엑스포(2017 iEVE)’에 참석, “전기차도 가솔린이나 디젤차와 마찬가지로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보다 전비(電費·MPGe·전기차의 연비)가 중요한 것인데 제조업체는 물론 언론까지 1회 충전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대·기아 전기차의 경우 테슬라나 GM에서 출시한 전기차들보다 연비가 뛰어나다”고 강조한바 있다.

양 부회장은 당시 미국에서 시판 중인 현대차의 ‘아이오닉일렉트릭’이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공인받은 연비는 136MPGe로 BMW 'i3(124MPGe)'보다 9.7% 가량 뛰어나고 GM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Bolt)'의 미국 공인 연비(119MPGe)'보다는 14.3% 가량 앞섰다고 밝힌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