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DB

“식탁 위에 계란 반찬을 올려놓지 않은 게 벌써 몇 개 월째라 기억도 안 나요. 당장이야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추석에 전 부치는 데 들어가는 계란만 해도 양이 많은데 여전히 가격이 비싸니 고민이죠. 사실 꼭 필요한 게 아니라면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수밖에요.”   -주부 김수영(41세)씨

비싼 계란 가격에 그동안 계란을 사지 않은 주부들이 꽤 많다. 더 큰 문제는 당장 다가오는 추석(10월4일)에도 계란값이  잡히지 않는데다 물량마저 부족해  ‘추석 계란 대란’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14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계란 30알은 이날 7080원, 15알은 5000원으로 나타났다.  구매 제한은 없지만, 물량이 많은 편이 아니라는 게 마트 측의 설명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계란 평균 소매가(특란 30알 기준)는 7592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5382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41.1%이나 오른 가격이다.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된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가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계란 가격은 여전히 요지부동인 것이다다. 사실, 일부 수퍼마켓 등에서 한 판(30알)에 1만원대로 판매된 시기와 비교하면 가격이 내려갔지만, 여전히 값이 비싸고 물량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나마 계란 가격이 조금 낮아진 것은 산란계 사육마릿수가 줄어 공급량이 부족한데다 계란 가격이 수개월째 고공행진을 함에 따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사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또 여름철 시작으로 계란 수요가 줄어들고  초·중·고교 방학으로 급식용 계란 구입도 줄어든 게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다가오는 추석이다. 추석은 계란 수요가 많은 시즌인데 계란 가격은 여전히 비싸고 공급물량은 부족하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6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9월 추석 전까지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알을 낳는 산란계 중 생산성이 떨어지는 늙은 닭이 많고, 태국 등 외국산 수입 계란도  가격 안정에는 기여를 못했기 때문에 가격안정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올해 지속된 계란 가격 급등은 전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강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87% 올랐다. 이 중 계란이 물가 상승에 0.14%포인트나 기여했다. 식탁에 오르는 농축수산물로 범위를 좁히면 계란의 영향력은 더욱 크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7.6% 올랐고 이는 전체 물가를 0.59%포인트 끌어올렸다. 계란이 농축산물 물가 기여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1 수준에 도달했다.

올해 안에는 계란 가격을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입식한 지 얼마 안 된 병아리와 늙은닭 비율이 높아 계란 공급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일정기간 시기가 지나야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부 생산업자와 유통업자들이 계란 가격 대란을 이용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태국산 계란 수입에 이어 계란류 2만8000t가량을 관세 없이 들여오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계란의 관세율을 연말까지 0%로 낮추는 할당관세 규정을 확정했다.   이 같은 조치로 국내 계란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이면서 계란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