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온라인에서는 ‘산후 우울증’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우울증이라고 해도 자신의 아이를 살해할 수 있냐’는 입장과 ‘산모의 처지를 이해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산후 우울증은 말 출산 후 4주에서 6주 사이, 즉 산욕기 동안 우울증 증상을 앓는 질환으로, 산모의 10~15%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후 우울증의 원인은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조금 다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정현 교수에 따르면 산후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는 급격한 호르몬 변화이다. 출산을 하면 기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우울한 기분이 들 수 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출산 후 오는 육체적 고통과 육아로 인한 과한 스트레스도 원인이다. 김정현 교수는 “수시로 우는 아기를 돌보는 엄마들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어렵다”면서 “그런 와중에 살림까지 병행하면 육체적으로 힘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처음으로 아기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육아에 대한 불안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임신 전후로 급격히 늘어난 체중 변화, 부부관계 문제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산후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은 기쁜 일이지만 산모에게는 희생해야 하는 요소들이 많다”며 “특히 원치 않은, 계획되지 않은 아이를 가진 경우 아이를 인생의 방해요인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우울증 심해지면 아이 살해할 수 있어…가족이 도와야 치료 가능
산후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 심한 감정 기복, 불안감, 불면, 과도한 체중 변화, 의욕 저하, 집중력 저하, 죄책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우울증 증상이 악화되면 망상이나 환청 등 ‘산후 정신증’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런 경우 자살이나 영아 학대,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산후 우울증은 산모와 아이를 위해서라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환이다”라며 “24시간 아이를 돌봐야 하는 산모의 특성상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치료를 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무기력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산모 스스로가 병원을 찾아야겠다는 인식을 갖기 어렵다”면서 “배우자나 가족들이 산모를 전문가에게 연결해주는 도움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산후 우울증 치료에는 상담과 약물치료가 시행되지만, 모유 수유를 하는 산모의 경우 약물치료는 제한될 수 있다. 

김 교수는 “다만 자살이나 아이를 해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우울증이 심한 산모는 약물치료를 위해 모유 수유를 중단할 수 있다”면서 “치료 기간은 보통 빠르면 1~2달. 길게는 5~6달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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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의 관심이다.

김 교수는 “산후 우울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엄마가 된다는 것은 여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살림과 육아를 동시에 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힘이 든다. 산모가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우자나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진료비
한편 산후 우울증에 필요한 치료는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상담 치료의 경우 시간에 따라 비용이 다르게 발생한다. 45분 동안 진행되는 상담의 경우 1회당 4~5만원이 발생한다. 외래 진료는 1~2만원 내외로 진료비가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