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기업 한일건설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고려제강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이 과정에서 적용된 ‘스토킹 호스’매각방식이 M&A 관련업계에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파산법조계에 따르면 고려제강 컨소시엄은 서울회생법원의 공식적인 매각절차에 앞서 수의계약 형태로 한일건설의 우선 인수 협상대상자로 선정됐었다.

이 상황에서 회생법원은 한일건설에 대한 매각공고를 내고 지난 4일 본입찰과정을 거쳤다. 본입찰에서는 SM그룹과 세운건설이 입찰자로 참여했다.

두 곳 중에 SM건설이 고려제강 측 보다 약 100억원 이상을 제시, 세운건설과 우선 인수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고려제강 컨소시엄을 제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이때 고려제강 컨소시엄은 주어진 우선매수권을 행사, SM그룹보다 많은 금액으로 272억원을 다시 제안해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됐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스토킹 호스 방식의 기업매각 절차를 회생절차에 도입했을 때 시장가격에 맞게 기업가치를 끌어 올리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이론적 가능성이 한일건설의 입찰과정에서 제대로 실현된 첫 사례" 라고 설명했다.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방식의 매각은 회생절차 과정에서 채무자 회사가 우선 인수예정자를 정하는데, 나중에 더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타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조건부 인수계약이다. 그 후 법원이 공개적으로 입찰자를 모아 서로 공개 경쟁 입찰토록 해 매각가격을 끌어올리는 제도다. 이렇게 사전에 인수예정자로서 채무자 기업과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을 기업을 '스토킹 호스'(위장마 또는 은신마)라고 한다.

스토킹 호스라는 용어는 사냥꾼이 가까이 가면 짐승들이 도망가지만, 사냥꾼이 타던 말이 가까이 가면 짐승들이 도망가지 않아 뒤에 숨어 있는 사냥꾼이 사냥하기 쉽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경매절차에서 참여자가 너무 없으면 대상물건이 헐값에 팔릴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위장 입찰자를 내세워 입찰 흥행을 유도하는 의미로 사용된 용어다.

앞서 송인서적도 우선협상대상자를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인터파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했고 STX건설, 현진, 한국금융플랫폼이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회생절차 M&A를 적용했다.

이제 스토킹 호스는 회생절차 M&A의 뉴트랜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스토킹 호스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수단

법정관리 중에 채무자 회사를 우선 인수하겠다는 회사가 나타났는데 굳이 다시 공개적으로 입찰자를 모아 매각 경쟁을 시키는 것이 `신속한 회생`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 회생절차 이전에, 또는 회생신청 직후에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한 회사가 제시한 금액이 시장가를 반영한 것인지 공개 입찰자들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조건부로 계약한 기업이 제시한 금액보다 후에 입찰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면 기업의 시장가치가 명확해 진다는 것.

▲ 지난 5월 서울회생법원에서 도산 포럼이 있었다. 한상구 변호사는 이날 스토킹 호스의 발제자로 나서 제도의 장, 단점을 설명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DB

지난 5월 27일 서울회생법원 개원 기념 합동 세미나에서는 참석자들이 스토킹 호스 제도를 집중적으로 해부했었다.

이날 발제로 나선 법무법인 화우 한상구 변호사는 스토킹 호스 절차의 핵심적 기능에 대해,  사전에 인수희망자의 제시가격이 최고가격인지 확인하는 것과 유입자금의 극대화로 규정했다. 한 변호사는 “스토킹 호스가 인가 전 또는 인가 후 M&A, 회생절차 중 영업양도와 자산매각 등 모든 회생절차 M&A와 접목이 가능하다”며 “위기에 직면한 채무자 기업에 대해 먼저 인수의향을 제시함으로써 우호적 인수 분위기에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해약보상금 등에 의한 보상이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한일건설의 사례에서,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매각절차가 이뤄지면서 결과적으로 약 100억원이상 매각가격이 상승했다.

 
스토킹 호스 절차도 자료=서울회생법원

우선매수권, 해제보상금은  입찰자들 사이에 

우선매수권은 사전 우선 인수의향자가 공개 입찰 후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한 입찰자가 등장했을 때, 최고가 입찰자의 제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다시 제시해 인수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한일건설의 경우에서 고려제강 컨소시엄이 처음 100억원대를 제시했다가 매각 공고 후 SM그룹이 200억원대를 제시하자, 곧바로 SM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고 다시 고려제강측의 요구(우선매수권행사)에 따라 이보다 많은 272억원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이 때 고려제강 측은 272억원 외에도 별도의 해약보상을 원할 수도 있었다. SM그룹에 일종의 입찰자에 대한 해약보상금(topping fee)이다.

이 보상금은 채무자 회사에 대해 매각 공고 후 사전 인수의향자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타나면 채무자 회사는 사전 인수의향자와의 계약을 해제하고 그 해제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변호사는 이 해약보상금의 범위와 관련 ‘공고 전 인수희망자의 제시가격의 3% 내외’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한 변호사는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할 때 우선매수권과 해약보상금 중 하나를 선택해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토킹 호스, 그래서 문제없나?

공정한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스토킹 호스는 효과적인 제도이지만 한편으로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한 변호사는 “스토킹 호스가 초기 인수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포가 될 가능성이 크고 인수금액과 인수전략이 경쟁자들에게 노출될 수 있다”며 “비교가격 없이 첫 번째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에 너무 높은 가격을 제시할 위험성이 내재하여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회생절차 M&A는 입찰과정에서 인수가액 등 제반 사항이 철저히 비밀로 유지되는 데 반해, 스토킹 호스 제도는 공고 전 인수희망자의 제시가격이 공개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지적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인수인이 확정되고 사전 인수희망자가 해약보상금을 받게 되는 면큼,  새로운 인수 희망자들은 사전 인수희망자가 제시한 인수가격을 참고할 수 있는 것은 적절하다는 반론이다.

그 외에도 인수희망자가 채무자 회사와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법원에 그 계약에 대한 허가를 받는 등 공고 전 절차와 공개입찰절차를 같이 밟아야 한다는 점에서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한 변호사는 “사전에 인수의향 기업이 있는 상황에서 절차가 길어지면 채무자 회사의 수익가치가 계속 훼손돼 공고 전 인수 희망자에게 불리하다”며 “신속한 매각절차의 진행을 위해 실사가 없거나, 단기간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