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10일(현지시간) 크리스퍼(CRISPR-Cas9) 가위 기술을 이용해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를 제거한 유전자 편집 돼지와 관련한 연구결과를 사이언스(Science)지에 게재했다.

▲ 과학자들은 2년 내로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안전하게 이식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전세계 장기기증 부족 문제 심각…과학자들, 대체 장기 발견 몰두

장기이식 기증자의 부족은 전 세계적인 문제다. 국내에서도 많은 장기이식 대기자가 장기기증 부족으로 사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장기이식 대기자는 2만7444명인 반면 장기 기증자는 대기자의 9.3%인 2565명에 그쳤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했다. 특히 여러 동물 중에서도 돼지는 장기의 크기가 인간에게 이식하기 적절하고 임신 기간이 짧으며 개체수가 많다는 점에서 유망한 장기 이식용 동물로 인정받고 있다.

하버드 연구팀 “2년 내로 사람에 돼지 장기 이식 가능해질 것”

그러나 돼지 장기에 존재하는 돼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PERV, porcine endogenous retrovirus)가 이식을 가로막았다. 이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침팬지로부터 생긴 에이즈(HIV)처럼 인류를 위협하는 심각한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돼지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기 위해선 PERV를 돼지의 몸속에서 제거하는 것이 필수다.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돼지의 세포에서 모든 PERV를 비활성화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를 주도한 조지처치 박사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이 2년 내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 간 이식이 넘어야 할 ‘윤리적 문제’ 화두

동물보호단체는 이 같은 이종(異種) 간 이식은 윤리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동물의 장기가 얼마나 과학적으로 효용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동물을 죽이며 인간에게 장기를 이식해야 하는 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물실험에는 3R(Replacement, Reduction, Refinement) 원칙이 있다. 첫번째로 `대체(Replacement) 원칙`은 동물 대신 세포나 조직배양, 수학적 모델로 동물실험을 대체하자는 것이고,  `감소(Reduction)의 원칙`은 유용한 목적에 활용하기 위한 동물실험에 최소한의 동물만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제(Refinement) 원칙`은 동물실험을 하는 자는 실험의 절차를 정교화하고 동물의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취제 등을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이른다.

실제로 최근에는 화장품 실험 등에서 동물 이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공피부를 사용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올해 서울대병원 최태현 성형외과 교수팀이 실리콘 위에 인체 세포를 키운 피부 모델 마이크로칩을 개발했다.

최일택 팀장은 “인공피부 사례처럼 사람에게 이식할 인공장기도 가급적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고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리 문제 중요하지만…"죽기 전에 장기이식 받았으면"

장기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다림은 고되다.  

특히 몸속 노폐물을 걸러주는 신장의 기능이 마비된 신장병 환자들은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안전하게 이식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 돼지 신장을 곧 인간에게도 이식이 가능해진다는 글에 한 네티즌이 댓글을 달았다.출처=네이버 '신장병 환우 모임' 카페 캡쳐

네이버 '신장병환우모임' 카페의 한 네티즌은 돼지 신장 이식이 곧 가능해진다는 글에 대해 "뭐든 좋으니 죽기 전 이식받을 수 있을 때 (돼지 장기이식법이) 나왔으면"이라며 간절한 마음을 댓글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