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트로이트 강 어귀 남쪽의 이리호(Lake Erie)에 있는 디트로이트 리버 등대(Detroit River Light). 현재 연방 정부 경매에 나와 있는 6건의 등대 중 하나다.       출처= 미연방 총무청(GSA) 경매국

“탁 트인 바다 전경, 고즈넉하고 고풍스러운 실내. 가격은 1만 달러. 단 수리 필요함.”

미국 미시간주와 메릴랜드주의 수명을 다한 등대가 경매대에 나와 있다. 낙찰자에게는 꿈 같은 일이 실현되는 것이지만, 유지 관리는 꽤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1930년 이전에 지어진 수명을 다한 퇴역 등대 6개가 연방 정부의 입찰에 나와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5개의 물건은 미시간주 오대호를 바라보고 있고, 한 물건은 메릴랜드주의 체사피크만(Chesapeake Bay)에 있다.

멋진 주변 경치를 동경하거나 주기적인 수리를 귀찮아 하지 않을 사람이라면 솔깃한 물건 아닌가?

지금까지 관심을 보인 입찰자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참가를 원한다면, 유지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2015년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역사적인 물건들은 경매 초기에 다 팔려 나간다고 한다.

선박의 항해에 꼭 필요한 등대의 램프를 관리하기 위해 미국 해안 경비대(Coast Guard)가 이곳을 계속 방문하지만, 나머지 시설의 관리는 소유자의 책임이다.

닉 코스타드는 지난 2010년에 5만 6000달러에 보든 플랫츠 등대(Borden Flats Lighthouse)를 낙찰 받고 나서야 등대 관리가 그렇게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인 줄 알게 되었다.

그는 수리업자로부터 수리하는 데 30만 내지 40만 달러가 든다는 견적을 받고, 수리를 직접 하기로 마음 먹었다.

“솔직히 미친 짓이었지만, 모두 수리하는데 3만 달러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136년 된 등대를 수리하는데 1년 동안 300 시간을 쏟아 부었고,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건물이 계속 허물어지고 있어서, 하나를 고치면 곧 또 다른 것을 고쳐야 하지요.”

7월에 시작된 정부의 새 경매 물건 목록은 미 연방 총무청(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의 웹사이트에 나와 있다. 1885년에 지어진 오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Lake Erie)의 디트로이드 등대(Detroit River Light), 1873년에 지어진 체사피크만의 크레이그힐 채널 로여 레인지 프론트 등대(Craighill Channel Lower Range Front Light Station), 1928년에 지어진 오대호의 마지막 연안 등대 중 하나인 랜싱 숄 등대(Lansing Shoal Light) 등이 매물로 나와 있는데,  6건 중 4개 물건은 1만 5천 달러, 한 건은 2만 7천 달러, 또 한 건은 1만 달러다.

지난 2000년에 국가 등대 보존법이 통과됨에 따라, 연방 정부는 해안 경비대가 더 이상 쓰지 않는 등대를 보존할 수 있게 됐다.

새 주인을 찾아 주어야 할 시기가 되면, 정부는 비영리 기관이나 교육 기관 같은 등대를 관리해 줄 수 있는 관리인을 찾는다. 등대를 맡아 줄 기관을 찾지 못하면 이 번처럼 공개 경매에 부치게 되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정부는 133개의 등대를 분류했다. 그 중 78개는 사적(史蹟) 보호 기관들이 무상으로 받아 유지 관리를 하고 있고, 55개는 공개 경매로 처리되었다고 연방 총무청은 밝혔다.

등대의 공개 경매로 인해 정부는 매년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보스턴 근처에 있는 그레이브스 아일랜드 등대(Graves Island Light Station)는 2013년에 93만 달러(10억 6천만원)에 낙찰됐는데, 현재는 별장, 민박, 콘서트장 등 다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 경매 물건 중 하나. 오대호의 하나인 휴런호의 포 리프 등대(Poe Reef Lighthouse)             출처= 미연방 총무청(GSA) 경매국

닉 코스타드는 여름 휴가 시즌에 보든 플랫츠 등대를 1박에 400달러로 대여해 수리 보존 비용에 충당한다. 방문객들은 작은 부엌과 욕조 없는 욕실, TV/DVD 같은 시설을 볼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완전 1800년 시대를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고 보든 플랫츠 등대 웹사이트에 설명되어 있다.

“등대 민박은 매년 매진입니다. 한 시즌에 최고 200명까지 손님들이 다녀간 때도 있었지요.”

코스타드가 등대에 매료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워싱턴주에서 등대지기를 처음 만났을 때였다. 그는 24살 때 첫 등대를 매입했고, 35살인 지금 세 대의 등대를 소유하고 있다. 코네디컷주 뉴런던의 등대 한 곳은 임대로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페인트 칠, 녹 제거, 지붕 수리 등등, 등대 관리가 직업이 돼 버렸다고 그는 말한다.

“일종의 학습 경험이라고 할까요, 등대를 구입하고 나면, 그것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