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휴가철이 돌아오면 인천공항은 여름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매년 출국자 숫자가 경신된다. 올해 2017년의 경우 인천공항을 통해서 출국한 이용객의 숫자가 10만9430명으로 지난해 7월 31일 세운 10만4000명의 기록을 깼다.

한국 직장인은 여름의 한정적인 기간 동안만 휴가를 갈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매년 여름이면 하루 출국자의 숫자가 고공 행진을 하는 기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여름휴가 때면 하루 출국자의 숫자와 함께 언급되는 문제가 많은 한국인이 휴가를 해외에서만 보내려고 한다는 부분이다. 최근 임시공휴일 지정 등으로 공휴일을 늘리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공휴일이 늘어나면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외여행만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이에 기인한 것이다.

최근 한 시장조사 전문기업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을 선호한다는 사람이 47.8%인 반면 국내여행을 더 선호한다는 사람은 36.8%로 그 수치가 낮았다. 해외여행이 국내여행보다 좋다는 사람은 해마다 늘어나서 2015년에는 42.3%에서 5%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주도로 여행을 가는 것보다는 동남아 여행이 낫다(46.9%)고 생각해 제주도가 좋다는 의견(41.7%)보다 많았다.

해외여행을 가는 한국인 여행객 수는 지난 2016년 2000만명을 넘어서 전체 인구 5000만명의 약 40%가 해마다 해외여행을 가는 셈이다. 유효한 한국 여권을 소지한 사람의 숫자는 272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0%가 여권을 소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대부분이 해외여행을 가고 있다.

여행 지역은 아무래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46.2%), 동남아(30.3%), 중국(9.7%), 유럽(6.6%), 남태평양(4.7%), 미주 (2.5%) 지역의 순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강국으로 여겨지는 미국의 경우 사정이 조금 다르다. 유효한 미국 여권을 보유한 미국인의 숫자는 1억1340만명 선으로 전체 인구의 약 36%만이 여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64%는 여권이 없다. 캐나다 인구의 65%가 여권을 보유하고 있고 영국인과 호주인들의 75%가 여권을 보유한 것과 비교해서 크게 낮은 수치이고 한국의 50%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미국인들의 해외여행지로 인기가 가장 높은 곳은 역시 지리적으로 가까운 멕시코가 1위이며 캐나다가 2위, 영국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3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여행지로 선호되는 곳은 해외가 아니고 국내로, 과거 한 조사에서는 라스베가스와 디즈니 월드가 꼽히기도 했다. 미국인들이 돈을 아끼기 위해서 해외여행을 안 가는 것도 아니라서 여름휴가 동안 미국인 1명이 쓴 돈은 나이에 따라서 조금 다르지만 대체로 1300~2600달러 선이다. 한국인들이 해외여행에서 여름휴가로 쓰는 비용은 1인당 1006달러로 미국인에 비해서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인들은 해외여행을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적게 가는 것일까? 흔히 미국인들의 연간 휴가일수가 유럽에 비해서 월등히 적어서 해외여행을 다닐 수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미국인들의 연간 휴가일수는 12일로 한국인들의 연차휴가도 약 15일 정도인 데다 이것도 절반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중요한 이유는 아닌 셈이다.

해외여행이 비싸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름휴가로 인당 2000달러를 사용한다면 사실 해외여행이 비용 문제로 걸림돌이 될 것은 아닌 듯싶다. 일부에서는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세계에서 3번째로 크고 어느 나라에 비교해서도 다양한 문화와 지역색이 존재하는 만큼 해외여행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나라가 넓다 보니 국내도 다 보지 못하기 때문에 해외여행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소리인데 가장 믿을 만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