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데이터>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최원식 옮김, 로드북 펴냄

스몰데이터란 충족되지 않은 요구나 욕망을 나타내는 사소한 행동에 대한 관찰이며, 브랜드를 반전시키는 혁신적인 방법과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토대가 된다.

빅데이터는 의미가 없다. 분량은 방대하지만 사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며 데이터의 활동성, 인프라 구축, 전문 분석가 부재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한 분석가는 저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경영진이 빅데이터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빅데이터 이후에 무엇이 올지 찾고 있으며 그 답은 스몰데이터다.”

저자는 15년 동안 77개국의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거주 문화를 그들의 관점에서 관찰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집단을 형성하는가? 그들의 핵심 신념은 무엇인가? 무엇을 열망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어떻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가? 각 문화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지역의 신념, 습관이나 의식에는 어떤 보편적인 의미가 있는가?’라고 질문하며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사람들은 의례, 습관, 몸짓, 호감 등 진정한 자아를 총체적으로 내보이는 일련의 스몰데이터를 매일 남긴다. 이것들은 너무 사소하고 의미가 없어 정체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몰데이터의 관점에서 보면 자기 자신을 비롯해 가까운 사람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스몰데이터 하나는 어떤 예시를 구축하거나 가설을 만들 만큼의 의미는 없지만, 전 세계에서 수집한 통찰력과 관찰이 통합된 데이터가 모두 모이면 미래의 브랜드나 비즈니스의 기초가 되는 해결책이 생긴다.

책은 저자가 러시아, 미국, 인도, 유럽, 중동, 브라질, 중국 등을 돌아다니며 모은 스몰데이터를 통해 이루어낸 혁신들을 소개한다. 열한 살 독일 소년의 낡은 운동화 한 켤레는 레고 사에 엄청난 사업 전환의 계기를 가져다주었다. 독일 중소도시에 거주하던 소년은 가장 자랑스러운 물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쪽 면이 울퉁불퉁하게 닳은 낡은 아디다스 운동화를 가리켰다. 레고광이면서 동시에 열정적인 스케이트 보더였던 소년에게 그 운동화는 소년이 이 도시에서 최고의 스케이트 보더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상징이었던 것이다. 레고 연구팀은 아이들이 어떤 것이든 자신이 선택한 기술을 통달해 최고 수준에 오르면, 친구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 기술이 유용하고 가치 있다면 아이들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끈기 있게 매달린다는 것도 말이다. 레고는 자사의 핵심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출자금도 늘렸다. 블록을 더 정교하게, 난이도를 높여서 더 많은 노력을 들이도록 제품의 방향을 바꾸었다. 한층 어려워진 레고는 열정적인 소비자들을 만들었고 10년 뒤 레고는 당시 세계 최대의 완구 제조사 마텔을 넘어섰다.

한낱 평범한 팔찌가 어떻게 일 년 만에 제니 크레이그 사의 고객 충성도를 159%나 끌어올렸을까. 덴마크의 보석 브랜드 트롤비즈를 착용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들은 보석이 자신을 멋져 보이게 만들며 다른 여성과 감정적인 교감을 나눌 때 이것이 중요한 화두가 된다고 답했다. 요컨대 트롤비즈를 착용하는 여성들은 자신들만의 유대가 강했으며, 또한 각 보석 하나하나가 그녀에게 특별한 기원과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었다. 체중 감량 및 영양식 회사인 제니 크레이그는 트롤비즈에서 힌트를 얻어 제니 크레이그 비즈를 만들었다. 장식이 달린 이 팔찌의 각 비즈는 경험, 성공, 희망, 때로는 좌절을 상징하게 했는데, 체중 관리 프로그램을 지속하겠다는 일종의 징표 역할을 했다. 상담사는 고객에게 팔찌를 전할 때 반드시 두 손으로 전했는데, 이는 선물하는 사람의 열과 성을 담은 것이며 두 사람의 계약을 대표하는 것임을 고객에게 상기시켰다. 제니 크레이그와 고객 간에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관계를 구축하게 만든 이 전략은 엄청난 고객 증가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외에도 ▲10㎞ 상공의 노이즈리덕션 이어폰은 어떻게 펩시 사의 트레이드마크 사운드를 만들어냈는가 ▲로마 사람들이 교회에 내딛는 발걸음은 어떻게 디즈니 테마파크를 회생시켰을까 ▲오스트리아 소녀 침실에 놓인 테디 베어 인형은 어떻게 20개국 1000개 패션 매장을 혁신시켰는가 ▲자동차 대시보드의 인체공학적 레이아웃은 어떻게 룸바 진공청소기의 디자인을 바꿨나 등 스몰데이터를 통해 이루어낸 혁신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브랜딩 전문가로 월트디즈니, 펩시, 네슬레, 레고, 레드불 등 기업의 고문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