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산업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정도로 1~2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 마켓의 급속 성장 탓에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매출 부진에 허덕이던중, 1인 가구의 등장과 편의점 도시락 등 다양한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편의점만이 유일하게 고성장을 이어갔다.

이제는 달라졌다. 올해 하반기 편의점 업계마저 전망이 우울하다. 호황 속 가려졌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과다 출점 경쟁으로 인해 매장 당 매출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최저시급이 올해 대비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돼 편의점 점주들의 부담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수는 3만 4376개다. 인구 1491명당 매장 1개 꼴이다. 이는 인구 2226명당 점포 1개가 있는 ‘편의점 왕국’ 일본 보다 많은 수치다.

6월말 기준 업계 1위는 1만1799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CU. 뒤를 이어 GS25가 1만 1776개, 세븐일레븐 8944개, 미니스톱 2396개다. 가장 늦게  사업에 뛰어든 이마트24는 2168개로 미니스톱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최근 편의점 근접 출점 논란이 가시화되면서, 공정위의 조사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려 업계가 또 긴장하고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프랜차이즈 등 불공정 거래 관련 문제가 이슈인데다 공정위가 실태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그 칼날이 편의점을 향할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편의점 왜 우후죽순 늘었나

편의점이 급속도로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편의점은 최저 자본 2000만원으로 매장 점주가 될 수 있어, 본인 부담 비용이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A사 편의점의 경우 ‘위탁 점포’로 출점하면 가맹비 770만원과 상품보증금 1400만원이면 매장을 낼 수 있는데, 이 중에서 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한 예로 B사 프랜차이즈 출점 비용은 8000만원대로 4분의1 수준이다. 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판매직군이라 창업을 하는데 있어서 부담이 덜하다는 이유도 있다.

편의점의 경우 공정위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도보거리 250m 내 출점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는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에만 해당된다. 타 브랜드는 바로 근처에도 출점을 할 수 있어, 사실상 이 법안에 대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에 편의점 점주들은 협회를 통해 근접출점 금지를 본사 측과 국회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측의 입장은 이는 업체 간의 경쟁을 저해하는 것으로, 한 업체에만 특정 상권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주는 것이 될 수 있어서 관련 규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A사 편의점 점주는 “결국 편의점 본사가 나서서 점주와 함께 살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인데, 답답할 따름”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요 편의점, 결국 질적 성장이 해답

국내 편의점 점포당 매출액은 올해 2월 사상 처음으로 전년 동월대비 3.5% 줄었다. 지난 6월까지 계속해서 하락 추세다. 또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상위 3개 업체의 전체 매출은 2015년엔 전년 대비 26.5% 늘었지만, 2016년엔 18.2%로 성장세가 꺾였다. 올해 1분기 12.1%, 2분기 10.8% 성장하는 데 그쳤으며 하반기 전망 역시 우울하다.

이에 주요 업체들은 해외 진출과 새로운 서비스 도입 등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CU는 이란 ‘엔텍합 투자그룹(Entekhap Investment Development Group)’과 마스터 프랜차이즈(Master Franchise) 계약을 체결하고 이란 시장에 진출했다. GS25는 베트남 손킴그룹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베트남 진출을 선언했다. 연내 1호점 출점을 목표로 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새로운 시도도 눈에 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국내 최초로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열었다. 정맥결제 시스템 ‘핸드페이’를 통해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선보였으며 향후 관련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미래 편의점의 핵심 전략 방향인 FFS(프레시 푸드 스토어)로 정하고, 이를 위해 차별화 도시락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뷔페처럼 밥과 각종 반찬 등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는 신개념 도시락 ‘내맘대로 도시락’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마트24는 서울 코엑스 점포에 셀프계산대를 도입하고, ‘프리미엄 편의점’으로 변모해 질적 경쟁을 펼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프리미엄 편의점을 표방하며 위생과 서비스를 강화한 ‘밥 짓는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냉장밥이 아닌 고급 품종 쌀인 ‘고시히카리’로 직접 지어 따뜻한 밥을 담은 프리미엄 도시락과 덮밥을 제공한다.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폐점률 역시 급속도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산업 자체가 본사는 호황이지만 점주가 수익을 크게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최저임금 증가로 편의점 업태의 수익성 개선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편의점 점주들의 비용 부담은 편의점 본사의 신규 출점 등 수익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본사 차원의 점포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올해 들어 가시화 되는 기존점 매출성장률 둔화와 최저임금 인상은 향후 편의점의 실적 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자사만의 질적성장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