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에 성공한 차세대 원전 모델(출처=한국수력원자력)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차세대 원전 연구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차세대 원전 연구를 중단한다는 선언이다.

이에 대해 전통 에너지 업계에서는 "원전의 위험성이 충분히 감소되고 있는데 지금 연구개발을 중단하게 되면 국제 에너지 업계에서 불신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과기정통부의 결정은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원전 기술을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보틱스 등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과 결합, 신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지원하겠다고 여러 번 피력해 왔다. 그러나 이날 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는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의 박홍준 원자력단장이 원자력 기술 개발을 비(非) 원전 중심으로 전환할 뜻을 밝혔다. 기획재정부도 미래 원자로 개발 예산을 축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기정통부 측은 “차세대 원전 연구개발(R&D)사업도 오는 12월까지 공론화 과정을 거쳐 향배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고, 당장 파이로프로세싱(핵연료재처리) 기술과 소듐 고속 냉각로 관련 개발 사업도 중단 가능성에 직면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에 수출이 예정된 스마트 원전(현재는 연구용 원자로)과 관련된 사업은 지속하겠지만, 이 역시 공론화 과정에서 문제시 될 경우 어느 정도 방향을 가늠해 봐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탈(脫)원전을 이야기하는데 해외에서는 수출을 진작하기가 논리적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일부 매체가 ‘스마트 원전’을 존속사업으로 지목했지만, 사실은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다.

당장 원자력계는 여기에 반발하고 있다. 양재영 한전 원자력 대학 교수는 자기 SNS에 “신고리5,6호기와 관련한 다수호기(고리 1~3호기 이후의 원전) 안전성 평가결과도 현재 국내법과 IAEA 안전기준을 모두 만족하고 있는 상황인데 갑자기 원전 연구를 중단하게 되면 타격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원자력 R&D의 발전으로 인해 안전 상의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됐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염려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도 “여러 가지 환경 상의 문제, 위험물질 방출 사고 등을 대비하는 심층 방어 차원에서 안전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고, 더 안전하게 원자력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원전 연구는 필요하다”고 SNS에 언급했다.

재생에너지 분야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한 태양광에너지 전문가는 “만에 하나의 위험이 있다 하더라도 위험은 위험 아닌가”라면서 과기정통부의 관점에 동의하는 발언을 했다.

원자력 분야와 태양광 에너지 분야에 공히 경험을 갖고 있는 또 다른 전문가는 “이번 과기정통부의 조치가 원자력 관련 기술에 대한 정부의 전체적인 시각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나는 만큼, 전체 전력망의 관점에서 각 발전소마다 전기를 생산하는 분산형 전원 모델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 데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전통 에너지 업계에서는 태양광, 풍력 등의 분산형 전원 모델에 치중하게 되면 그만큼 한전이나 전력거래소 등이 전체 전력망을 통제하기 어려워 전력 계통 상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비판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