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7일(현지시간) 설립 20년만에 처음으로 기업을 인수하며 만화 출판사 밀라월드를 낙점했다. 그리고 디즈니는 8일(현지시간)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넷플릭스와 결별했다. 플랫폼의 명운이 콘텐츠에 달려있다는 절대적 명제에 따라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품는 밀라월드는 마블 코믹스의 핵심 작가이던 마크 밀러가 포진한 곳이다. 킹스맨과 원티드, 킥애스 등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며 판타지와 슈퍼히어로 영역의 강자다. 정확한 인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 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콘텐츠 큐레이션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그리고 최근에는 다운로드까지 영역을 넓히며 글로벌 OTT(Over The Top·인터넷통해 볼 수 있는 TV서비스)시장을 누비고 있다. 하지만 훌루와 유튜브, 아마존비디오의 추격에 직면한 상태에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저변 확대에 나서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투자를 단행하며 로컬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 저예산 콘텐츠에서 블록버스터 콘텐츠로 볼륨을 키우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밀라월드는 넷플릭스의 든든한 콘텐츠 우군이 되어줄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과학 미스터리 콘텐츠에서 점점 슈퍼 히어로 콘텐츠까지 외연을 확장하고 있으나 결정적 한 방이 없다는 말이 많았다. 이런 상태에서 밀라월드의 히어로 콘텐츠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스펙트럼을 크게 넓혀줄 수 있다. 영화 어벤저스의 흥행에서 알 수 있듯이 히어로 콘텐츠는 글로벌 영화 콘텐츠 시장의 대세다.

넷플릭스가 밀라월드를 품어내는 순간 디즈니가 넷플릭스와 결별,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결정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둘 사이의 연관관계는 희박하지만 디즈니가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는 평가다. 앞으로 디즈니 콘텐츠는 넷플릭스에서 내년 말까지만 서비스되며, 디즈니는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자사의 콘텐츠를 방영한다는 계획이다.

▲ 출처=위키미디어

디즈니의 결단에는 유료방송 코드컷팅, 즉 OTT 사업자가 득세하며 사람들이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의 경우 유료방송 가입료가 낮은 편이라 극적인 코드컷팅 현상이 보이지 않지만 미국의 코드컷팅은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상당한 위협이다. OTT 사업자가 몸집을 불리자 기존 방송사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훌루라는 새로운 OTT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가 바로 코드컷팅에 대항하기 위함이다.

그 연장선에서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과감하게 결별,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의 밀라월드 인수와 디즈니의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 구축 시도에는 결국 '콘텐츠가 플랫폼의 질을 바꾼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막강한 OTT 플랫폼을 통해 자체 콘텐츠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전통있는 콘텐츠 역량을 온전히 자신만의 플랫폼으로 묶어내려는 디즈니의 실험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