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파산설이 나돌고 있는 미국 일리노이 주(州) 의회가 지난달 30일  2년만에 처음으로  실질 예산안이었던 1300억달러를 통과시켰다. 이는 일리노이 주정부 예측 및 책임의원회(Commission on Goverment Forecasting and Accountability)가 계획한 국가 연금 자금에 37.6%에 불과하다. 1300억달러 예산으로 파산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일리노이즈주는 주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1만달러 이상 지불해야 할 만큼 부채가 눈덩이처럼 쌓였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주 정부가 필요한 부족 자금은 2500억달러 수준이다. 

이같은 미국의 주 정부 파산위기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는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미국내 폭스(Fox)뉴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일리노이 주는 회복 불능의 심각한 재정위기가 발생, 파산할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고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시카고 소재 투자회사인 트러스트 퍼포먼스 캐피탈파트너스의 디렉터인 브라이언 배틀은 "일리노이주 정부의 문제는 이제 단순한 정치적 차원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일리노이주가 파산 위기에 봉착한 가장 큰 이유는 공적 연금 채무 때문이다. 주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달 말일 기준 미지급 청구서에 대한 이자 및 수수료 규모만 8억달러(약 9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일리노이 주 정부가 만약 3년 연속 예산안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누적된 지방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신용등급을 추가 하향해 정크본드(불량채권)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 역시 현재 일리노이 주 정부의 신용듭급을 정크등급 바로 위인 'Baa3'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디스는 일리노이주의 공무원 연기금 부족 상태와 운영 예산의 40%가 집행되지 못하고 있는 파행 상황을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 브루스 라우너 주지사와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주 의회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일리노이주는 2년째 법원 판결에 의존한 비상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예산안이 통과됐지만 비상 체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원조 없으면 교육 중단되고 교통 마비될 수도

일리노이주는 수년전부터 주 정부의 부채가 증가하면서 사회복지기관 및 대학에 국한해 집행해 온 연방정부에서 내려주는 원조 예산마저 유지할 수 없는 형편으로 내몰렸다. 이번에 통과된 예산안에서 노숙자, 장애인 및 노인을 위한 서비스 예산은 삭감했다. 외신은 일리노이주가 지난달 1일부터 공사업자에게 비용을 지급하지 않아 도로 건설이 중단됐고 대중교통도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리노이주에 대한 원조가 없다면, 주 전역의 교육구는 1년 내내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미국 소아과 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에 따르면, 수천 명의 어린이에게 백신 접종서비스도 중단될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선 미국 파산법상 주 정부는 파산 보호를 신청할 수 없다. 미국에서 지역 파산 신청은 디트로이트와 같은 카운티 지역(우리나라 군에 해당) 및 지방 자치 단체만 신청할 수 있다.

일리노이 주가 심각한 재정난에 빠지면서 주 의회와 주 정부내 관료들은 파산과 같은 급진적 선택사항이 잠재적인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방안이 성사되기 위해선 미 연방 의회가 주 정부가 주 파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연방법을 개정할 가능성이 있다.

로드니데이비스(Rodney Davis) 일리노이 주 공화당 하원 의원은 "파산은 잠재적으로 위헌이 될 수 있다. 미국 헌법 제1 조제 10 항은 주 정부가 계약을 훼손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며 "연금과 같은 것들에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것인지 긴 법정 투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리노이주가 놓인 상황은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와의 비교된다. 푸에르토리코는 올해 초 채권단과의 협상이 실패한 뒤 법원에 파산신청을 통해 700억달러 상당의 부채를 역사적으로 재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리노이주 파산은 이미 한번 언급된 바 있다. 주는 2016년에 이미 위기에 봉착했다. 블룸버그통신이 2016년 일리노이 주의 '주 단계 정산 연간 보증 평가'에서 심사치를 최저치에 둔 적이 있다.

이연호 버지니아 주 변호사는 "이미 주 정부에서 한번 파산이 언급됐다"며 "미국 연금의 연체율이 최대에 달하고 건강보험으로 인한 보험연체율이 역대 최대치에 임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일리노이주가 파산에 돌입하면 미 파산법 1장 10조 챕터 9에 해당하는 회생절차를 밟는 최초의 주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원근 버지니아 주 변호사는 "일리노이주의 파산절차는 푸에르토리코와 동일한 수순을 밟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리노이주는 푸에르토리코와 같이 이해관계 기관들과 협의 후 채무의 상환기간과 규모를 재 조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