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NS를 달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1층과 2층이 각각 다른 편의점 체인이 나란히 입점해 일명 ‘한 지붕 두 편의점’이라는 부산 송도의 상업용 건물 사진이었다. 장기 불황으로 편의점이 인기 업종이 된 것과 분양형 상가이기 때문에 층별 건물주가 달랐다는 점 등 달라진 사회상이 빚어낸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

▲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전무.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의 리테일 서비스를 총괄하는 김성순 전무도 흥미롭게 그 사진을 봤다. 그는 “한국의 유통망 부족이 최근 편의점들이 지점 수, 규모 등 덩치를 키우고 있는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국 백화점 점포 수는 100여개이고 편의점은 훨씬 많다. 예컨대 상품을 개발한 업체가 있다면 편의점 체인 한 곳과 판매 계약을 하면 전국 수만개 편의점에 판로가 열리는 셈이다.”

김 전무는 2014년 말 준공한 서울 광화문 디타워 1~6층에 다양한 리테일 브랜드를 유치해 당시로서는 유례없이 파격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담당자였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전략마케팅팀 출신으로 지난 2008년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입사한 이후 국내 리테일 부동산 시장에서 활약해온 전문가다. 

“얼마 전 만난 일본의 유명 투자자가 '명동이 일본 긴자와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를 유지하는 것이 비정상'이라고 하더라. 전세계 명품 브랜드가 모여 있는 일본의 대표 쇼핑거리 긴자와 화장품 로드샵과  저렴한 SPA 패션브랜드들이 조밀하게 모여있는 명동의 임대료는 큰 차이가 없다. 그는 중국 관광객이 아니면 명동상권은 무너질 것이라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김 전무는 상가를 분양하지 않고 자체 운영하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의 쇼핑몰이 대부분 분양형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한국에는 명동만한 리테일 거리도 없고 제대로 운영 중인 쇼핑몰도 부족하다. 실제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지난 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긴자 거리는 3.3㎡당 약 418만원 수준의 월 임대료가 산정되고, 명동의 월 임대료는 3.3㎡당 약 303만원 수준이다.

분양이 일반적인 한국의 상가는 난개발되기 일쑤다. 일산, 판교, 분당 등의 수도권 신도시와 지방에서는 간판만 잔뜩 달린 상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 전무는 이 때문에 리테일 시장 수급도 불균형하다고 했다. “일단 대형 브랜드가 들어갈 만한 쇼핑몰이 없다. 식음료(F&B)나 패션 외에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도 많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라이프 스타일 매장은 국내 공급과 수요가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전무가 최근 리테일 시장의 트렌드 키워드를 3가지를 꼽았다. 도시재생, 스토리, 큐레이션이다. 도시재생은 영등포구 문래동과 성동구 성수동 등에서 이미 진행 중이다. 그는 대규모 개발이 아니라 지역마다의 개성을 살린 도시재생이 업계 화두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또한 업체마다 자신들만 이야기를 갖고 있는 것도 최근의 트렌드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 등장한 전국 맛집들을 모아놓은 ‘식객촌’이나 뉴욕 유학생이던 오뎅집 손자가 물려받아 현대화한 ‘삼진어묵’ 같은 것이 거기에 해당된다.

“마지막 키워드는 큐레이션이다.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가 가면서 이제 오프라인 매장은 더 전문화될 것이다. 이를 테면 샴푸만을 모아놓은 샴푸 전문점이 등장하는 식이다. 이 때 더 세밀해진  제품의 특성과 사용법 등을 이해하고 설명해줄 매장과 직원의 큐레이션 능력과 전문성이 중요해질 것이다.”

▲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전무.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그가 이끄는 리테일팀은 최근 업역을 넓혔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한국 제품을 역직구하는 온라인 플랫폼 회사를 ‘로프트’ 브랜드를 가진 패션 회사가 인수할 때 매각주간을 했다. 온라인 구매가 많은 패션 브랜드의 경우 IT 업종과의 협업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상환경 비즈니스도 시작했다. 상환경 디자인이란 쇼핑몰과 매장 등 리테일 시설 내부의  동선, 구조, 환경을 설계·디자인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설계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을 채용했다. 그는 “앞으로는 공용 공간이 어떻게 꾸며지는가가 입점 업체 자체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운 자리보다 빈 자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요층을 분석한 임대 컨설팅도 시작해 업계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카드 출신의 전문인력을 채용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아모레퍼시픽 사옥. 두산타워의 컨설팅을 맡았다.

컨텐츠 관련 리서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얼마전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는 ‘50’라는 이름의 리테일 무가지를 내고,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서 전국의 리테일 컨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최근 백화점 바이어들이 맛집을 유치하기 위해 연간 10만㎞를 달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현재 리테일 컨텐츠 시장은 대기업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수많은 컨텐츠가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으며 스마트폰 등장 이후 과거에는 접근이 어려웠던 지역까지 대중의 관심이 미치는 중이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올해 100주년을 맞은 부동산회사다. 회사는 단순 중개 업무나 임대 대행, 컨설팅 외에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김 전무는 “‘맥도날드가 실은 부동산 회사’라는 말이 있듯이 리테일과 부동산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권리금 시장이 일반적일 만큼 오피스와는 달리 리테일 부동산은 자리(부동산)가 중요하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좋은 브랜드들이 좋은 자리를 만나서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기회를 갖게 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원래 해외 브랜드의 국내 진출 시 점포 임차 관련 일을 돕는 것이 주업무였는데 올해 라인 프렌즈샵을 뉴욕에 오픈한 이후 한국 브랜드 세계 진출을 돕는 일을 더 계획하고 있다.

김성순 전무는 향후 유망 상권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는 호수나 하천을 끼고 있거나 조망이 좋은 부동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 청계천 상권이나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 인근, 양재천 까페거리, 서울 남산 주변 후암동, 소월로 등은 자연환경을 가게들의 이미지로 활용할 수 있어 앞으로 더 인기가 있을 상권이다”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