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techbiteme.com

최근 애플은 중국 앱 스토어에서 VPN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라는 중국 정부의 명령에 따라 60여 개의 앱을 삭제한 바 있다. 애플의 결정으로 앱이 삭제된 업체들은 “검열의 손을 들어준 애플에 실망했다”든지 “타당한 명분도 없는 중국의 압박에 굴복하다니 실망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바로 이틀 뒤, 중국에서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운영하는 베이징 신넷 테크놀로지(이하 ‘신넷’)도 지난 7월 28일과 31일 고객에게 이메일을 보내, 중국 정부가 차단한 콘텐츠에 접근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말했다.

VPN은 ‘Virtual Private Network’를 줄인 말로, 네트워크 보안을 위해 사용된다. VPN을 통하면 국가가 금지한 콘텐츠에도 접근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 정부는 VPN 사용을 단속해왔으며 지난 1월에는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모든 VPN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일컬어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고 부른다.

오는 10월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당국은 인터넷 통제 강화책의 하나로 해외인터넷 우회접속 통로인 VPN을 사실상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AFP 통신이 7일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누리꾼은 물론 기업인과 대학 연구진, 언론인 등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에 접속하기 위해 당국의 인터넷 통제망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우회할 수 있는 VPN을 사용해왔으나, 이마저도 완전히 막힐 상황에 처하게 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VPN 서비스를 사실상 불법화하는가 하면 7월 1일부터는 VPN 서비스 폐쇄 명령을 내리는 등 VPN 완전 차단에 본격 나섰다.

자국내 3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 모바일(中國移通), 차이나 유니콤(中國聯通), 차이나 텔레콤(中國電信)에 내년 2월 1일까지 해외인터넷 우회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 접속을 차단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특히 중국 공안당국 등은 최근 베이징 시내 호텔들에 대해 VPN 사용을 중단하도록 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에 대해서도 VPN 관련 서비스를 폐쇄하도록 하는 등 VPN 완전 봉쇄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에 이어 아마존도 중국 측 파트너인 광환신망(光環新網)을 통해 고객들이 만리방화벽을 우회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등 중국 공안부와 통신 당국의 검열 강화 조치에 무릎을 꿇었다.  

뉴욕타임스는 애플과 아마존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중국이 미국의 테크 공룡들을 중국 법에 따르게 만들려고 얼마나 압박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예일대 법과대학원의 그레이엄 웹스터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VPN 단속이 여러 차례 실시됐으나 소규모에 그치거나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했다"면서 "그러나 이번 단속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인터넷정보센터(CNNIC)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중국의 인터넷 보급률이 작년 말보다 1.1% 포인트 늘어난 54.3%로, 인터넷 이용자가 7억5천100만 명에 달한다.

주중 유럽 상공회의소는 성명을 통해 "VPN 차단과 관련한 공식 문서는 아직 접하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 회원사들의 절반 정도가 인터넷 통제 강화로 사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퍼지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윌리엄 자리트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도 성명을 통해 "우리 회원사들의 성공은 전 세계 정보에 대한 신속한 접속과 전 세계 관계사 및 고객들과의 자유로운 소통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VPN 접속을 제한하는 것은 국가 간 데이터 소통에 불확실성을 창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사이버 주권' 운동에 발맞춰, 중국 정부가 VPN을 통한 만리방화벽 우회로를 엄중 단속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VPN 접속을 좀 더 통제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려 하고 있을 뿐"이라며 "해외인터넷 접속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기대하지도 않을 것이며 목표도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