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이 강조하는 ‘경제적 해자(垓字)’(Economic Moats)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의존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데이터다. 그러나 과거 데이터가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과거의 데이터 중 기업의 성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항목이 있다. 바로 ‘재무비율’이다.

1000억원을 벌어 500억원을 쓰고, 2000억원을 벌어 1000억원을 쓰는 등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일정비율로 재무를 관리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정반대의 기업도 공존한다. 동양·STX그룹은 부도 몇 전부터 재무비율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등 ‘정반대’의 대표적인 기업들이었다.

오래 살아남는 기업은 이유가 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어떠한 경제 환경과 마주해도 그에 맞는 투자 혹은 관리를 통해 적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지나간 기록에 남아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는 말이 있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결과는 계속 기록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는 이 기록들을 다시 되돌아보고 투자자입장에서 실속을 차릴 수 있는 '체리피커식' 투자기법은 무엇인지 기업재무비율 지표를 만들어 추적했다. 상장사들의 재무비율변동 관련 내용은 일부 증권사 연구원, 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업체 관계자들의 조언을 통해 다듬어졌으며 특히 최적·단순화하는 과정에서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다. <편집자주>

지난해 9월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한 때, 재계순위 20위내에 속했던 동양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계열사 및 건설, 시멘트 등이 타격을 입었고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위법 및 탈법경영을 했다.

특히 지난 2013년 현 회장은 상환능력이 없는 동양그룹의 CP, 회사채 등 1조2958억원 어치를 개인투자자 3700여명에게 판매해 물의를 빚었다.

한 증권사 직원은 “당시 동양그룹 채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며 “해당 채권을 파는 직원들은 ‘설마 동양그룹이 망하겠냐’는 말로 고객들을 설득했고 팔지 않은 직원들은 동양그룹이 이미 완전히 망가졌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숫자로 본 동양그룹은 ‘불안했다'

동양그룹의 2003~2016년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 추이는 들쭉날쭉하다. 이 기간 동안 영업이익률 평균은 3.93%, 영업이익률의 표준편차는 4.71%포인트다. 표준편차는 개별기간 동안의 영업이익률이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통상적으로 재무비율 표준편차/평균 재무비율이 50% 이상이라면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다.

동양을 예로 들면 영업이익률 3.93%에 4.71%포인트를 더하면 8.61%의 영업이익률이 도출되지만 3.93%에서 4.71%포인트를 빼면 -0.78%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평균의 개념일 뿐 더 큰 흑자 혹은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은 상황에 따라 흑자 혹은 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장기 데이터를 통해 도출된 영업이익률 표준편차가 영업이익률 평균 수준에 가깝거나 혹은 상회한다면 기업이 일정한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는 기업이 ‘이익 통제’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물론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하는데 있어서도 적합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 동양 총자산회전율 및 영업이익률 [출처: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앤]

영업이익률은 마진의 개념이기 때문에 이 수치가 높을수록 해당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있다. 그러나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에 표본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너무 ‘높다’ 혹은 ‘낮다’는 평가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기업분석의 한계를 극복하기위해 영업이익률 표준편차를 이용해 해당 기업의 재무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동양은 지난 2010년, 2013년에 영업이익률이 각각 -3.5%, -2.5%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전 영업이익률은 1~6%대에서 움직여 같은 기간 평균 영업이익률 약 3% 수준과 비교할 때 급전직하한 셈이다. 금융위기 이전부터 동양의 영업이익률 관리능력은 낮은 수준이었고 위기 후 영업이익률이 하락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는 뜻이다.

동양그룹의 2003~2016년 총자산회전율(매출액/총자산)은 평균 34.02%이다. 일반적으로 총자산 회전율은 최소 100% 이상을 기록해야 하나 이를 현저히 밑돈 것이다. 심지어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에는 총자산회전율이 15.12%에 불과했다. 쉽게 말해, 총자산의 15.12% 수준의 매출밖에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매출액이 총자산의 15.12%라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더 낮은 수준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기업가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 동양 매출액증가율 총자산영업활동연금흐름 회전율 [출처: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앤]

매출액 증가율도 불안정하다. 2003~2016년 동양그룹의 매출액증가율 평균은 3.81%인 데 반해 매출액 증가율의 표준편차는 62.34%포인트로 변동성이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시계열을 좁혀 2003~2008년까지 매출액증가율(37.52%)과 매출액증가율 표준편차(77.4%)를 봐도 변동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출액 증가율은 여타 재무비율과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봐야 한다. 이는 성장의 개념이기 때문에 매출액 증가율 표준편차가 매출액 증가율보다 다소 높을 수도 있다. 물론 매출액 증가율이 매출액 증가율 표준편차보다 높을수록 좋은 것은 당연하다. 다만, 매출액 증가율을 여타 비율과 같이 보는 이유는 해당 기업이 적어도 인플레이션(10년물 국채 금리) 이상의 성장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동양의 경우는 매출액 증가율의 표준편차가 매출액 증가율의 16배 수준이라는 것은 기업의 흥망성쇠는 차치하더라도 그 성장을 예측하기 어렵워 장기투자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한편, 동양의 총자산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 비율은 2003~2016년 평균 0.68%며 표준편차는 7.28%다. 2003~2008년까지로 좁혀보면 총자산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 비율은 2.45%, 표준편차는 2.13%로 장기 측정 기간(2003~2016년) 대비 우수하다. 하지만 총자산영업활동현금흐름 비율에 근접한 표준편차는 역시 불안하다.

▲ 동양 주요 재무비율 및 표준편차(2003~2016) [출처: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지난 2003년 동양의 총자산은 7조502억원에서 2004년 12조562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난다. 이어 2005년에는 2조3561억원으로 줄어 마치 고무줄 같은 변화를 보인다. 세부 내용은 확인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총자산이 이렇게 큰 변화를 보인다면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 한다.

물론 기업의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합병, 분할 등에 따라 총자산이 급변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재무비율의 불규칙한 움직임은 “성장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현재의 동양(당시 동양메이저)을 사실상 지주회사로 두고 계열사들의 주식을 보유하는 형태로 지배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2004~2005년 재무상황이 악화됐고 동양만으로 지배가 어려워지자 기업어음(CP)를 발행해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6년 동양의 총자산은 18조300억원으로 늘었지만 이는 대부분 부채의 증가로 이뤄졌다. 급격히 부채가 늘어난 데 반해 같은해 매출액은 2조7268억원으로 총자산회전율은 직전년도 41.79%에서 15.12%로 급감한다.

기업이 급격히 늘어난 부채를 견디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익이 뒤따라야 한다.

2007년 동양의 영업이익률은 4.59%로 재무구조 악화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같은해 총자산회전율도 23.24%로 소폭 늘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2007년 총자산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28%로 직전년도 5.76%대비 급감했다.

영업이익률과 총자산회전율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실제 현금흐름은 악화됐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후 매출액은 좀처럼 늘어날 줄 몰랐다.

이에 현 회장은 금융위기 이후 또 다시 CP에 손을 댔다. 일명 ‘돌려막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에 동양의 재무비율은 법정관리와 그룹 해체 수순을 암시하듯 이전대비 더욱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혹자는 금융위기가 동양그룹을 망가뜨렸다고 한다. 그러나 동양은 그 이전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사실이다.

STX, 금융위기가 할퀸 상처...그러나

STX는 조선·해상운송·건설 등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는 그룹으로 금융위기 이전까지 놀라운 성장을 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후 불안한 조짐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동양그룹과 마찬가지로 회사채 불완전 판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STX그룹 채권을 판매한 한 증권사 직원은 “STX그룹이 그렇게 무너질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고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있다”고 토로했다.

▲ STX 총자산회전율 및 영업이익률 [출처: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앤]

STX그룹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07년 7.69%까지 상승했으나 2009년에는 -1.13%를 기록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2.18%, 3.93%로 회복하는 듯 했으나 2012년 -10.27%로 크게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총자산대비 매출액도 일정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는 등 재무적 흐름은 안정적이지 않았다.

특히 2011년 STX의 매출액 증가율은 -69.56%로 폭락하면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암시했다. 그렇다면 2011년 이전 STX그룹은 괜찮았을까.

한 자산운용사 채권 펀드매니저는 “기업에 이상이 있으면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에서 먼저 반응이 나타난다”며 “동양과 STX 사태발생 전 양사 채권 흐름은 이미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2003~2011년 STX그룹의 매출액 증가율은 평균 50.05%, 표준편차는 36.8%로 역시나 변동성이 높았다. 또 같은 기간 총자산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평균 7.96%, 표준편차는 8.31%로 나타나 총자산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이어 “같은 펀드매니저들 중 이들의 ‘밝은 미래’를 점치는 이는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 STX 주요 재무비율 및 표준편차(2003~2016) [출처: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셀러리맨 신화’로 유명하다. 또 속도경영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속도경영의 일환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시도했고 동양처럼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도, ‘묻지마’식의 문어발 확장도 아니었다.

조선해운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위해 엔진부품, 선박엔진, 조선, 해운업 등을 위해 체계적인 M&A를 실시했다. 이러한 STX그룹의 변화는 2004~2006년 해운업 호황과 맞물려 STX그룹 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늘 움직이고,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말처럼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다. 물론 금융위기는 STX그룹에 결정적 한방을 날렸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속도경영을 중시하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과정에서 기업의 체력은 이미 약화되고 있었다. 특히 수직계열화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후퇴할 시기를 놓친 결과, 통제가 되지 않는 자금관리 능력이 STX그룹을 해체시킨 것이다.

이처럼 동양, STX그룹은 이전부터 재무비율이 일정하지 않았음은 물론 그 방향조차 ‘좋은’ 쪽으로 흐르지 않았다. 이는 기업의 영속성에 반하는 것이다. 즉, 금융위기는 동양과 STX그룹에 아주 좋은 핑계일 뿐이다.

동양과 STX그룹은 향후 실적개선과 함께 다시 과거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기업 고유의 성향과 습관은 좀처럼 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로 돌아가 동양과 STX그룹이 현재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투자자들이 이렇게 불안정한 흐름을 확인했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경제적 해자(垓字)가 될 수 없는, 즉 영원할 수 없는 기업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