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내년 3만 달러 문턱을 넘어 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예상대로 이뤄진다면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한국전쟁이후 불과 70년도 안돼 만들어진 성과이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6일 올해 말 우리나라의 GNI가 2만9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지난해 우리 경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637조4200억원에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적용해 올해 GDP를 1712조7400억원으로 추정했다. 올해 상반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142원, 통계청이 추정한 올해 인구는5144만6000명이었다. 이에 명목 GDP를 올해 인구로 나누고 이를 평균환율로 계산해 달러화로 환산하면 1인당 국민소득은 전년 대비 1700달러(6.2%) 늘어난 2만92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예상대로라면 우리의 내년 GNI가 3만달러를 넘어서는것에 큰 문제는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GNI 의미를 보면 우리가 앞으로 풀어야할 당면과제가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GNI 3만달러 시대라는 것은 산술적으로 4인가족의 경우 연간 소득이 1억2000만원 정도 된다는 것이지만 현실에선 괴리감이 크다. 게다가 청년실업률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고 헬조선이라며 한국을 떠나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GNI 3만달러 넘으면 선진국일까

예상대로 내년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서게된다면 2만달러 돌파이후 12년만에 이뤄낸 결과물이다. 다만 3만달러를 넘어섰다고 곧바로 선진국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GNI 상위권에는 카타르 마카오 등이 속해 있지만 이들 국가들은 세계 주요국 그룹인 ‘G7’에 속하지 않는다. 심지어 주요 경제통계를 보면 이들 국가들이 선진국에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중국은 지난 2016년 10월기준 GNI가 8000달러대에 불과했지만 세계 경제 2강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물론 중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이처럼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준을 놓고 볼 때 선진국은 한 국가의 복지수준과 실업률 등을 종합해 평가하는 것이고 또 국제정치관계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때 부여 받는 것이다. 우리가 3만달러를 넘어 선다고 곧바로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티켓을 받는 건 아니다.

김수형 현대경제연구원은 “선진국을 평가하는 기준이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국가들의 평가를 통해 얻게되는 것”이라며 “국제 학술지나 저명한 언론 등을 통해 선진국 부류에 속하게 되는 것이지 GNI 등 수치만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예컨대 IMF(국제통화기금)이 이날 내놓은 자료에서 2016년 10월기준 한국의 GNI는 2만7633달러로 세계 29위다. 기재부 예측대로 한국의 GNI가 내년 3만달러를 넘어설 경우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GNI부문에서 앞서게된다. 그러나 GNI 순위가 바뀌었다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이들 나라보다 곧바로 우위에 올라서는 것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G7과 사회안전망, 복지 등 격차 줄여야 

GNI는 숫자일 뿐이고 국제 무대에서 선진국으로 평가받기위한 과정일 뿐이다. GNI 3만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 사회, 경제, 복지 수준은 선진국 수준일까.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기 G7 국가와의 비교’를 보면 G7국가와 한국을 비교할 경우 한국의 ▲근로여건 ▲최저임금 ▲복지 등에서 큰 격차를 드러냈다.

이런 격차를 줄이지 않고는 GNI 3만달러 진입은 일부 계층에게만 해당할 뿐, 선진국으로 진입은 요원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G7국가와 비교를 통해 개인소득 3만달러에 대비한 국가 경영 플랜을 가동한다면 진정한 3만달러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1인당 GNI 3만달러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지만 경제 발전 속도에 비해 민생 경제의 개선속도는 느린 것으로 지표상 나타나고 있다”며 “1인당 소득 3만달러 돌파보다 중요한 것은 체감할 수 있는 민생 경제의 회복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G7과 비교1. 임금과 근로여건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G7국가에 비해 20% 더 일하고 임금은 20%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지난해 한국의 시간당 실질 법정 최저임금(5.8달러)은 3만달러 도달 시기 G7 평균(7.1달러)의 81.7%였다. 고용노동부가 2018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고시하면서 6.68달러로 크게 오르긴 했지만 아직도 20여년전 G7국가의 최저임금 수준을 밑돌고 있다.

연간 실질 평균임금의 경우 지난해 현재 한국은 G7의 81.0% 수준이었다. 한국의 지난해 평균임금은 3만2399달러, G7평균은 3만9992달러였다. 반면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지난해 기준 2069시간으로 나타나 G7평균치 1713시간의 120.8% 수준이었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G7과 비교2. 사회안정망 수준도 격차 벌어져

한국의 지난 2014년 기준 실업급여의 순소득 대체율은 10.1%로 G7평균 25.2%의 절반 수준도 안됐다. 한 국가의 저소득자 인구분포를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을 보면 한국의 경우 2014년말 전체인구의 14.4%였고 G7평균은 11.8%로 였다. 상대적 빈곤율은 전국민의 가처분속득의 중간값 이하에 포진한 인구비율을 나타낸다. 사회복지지출 비율역시 G7평균은 20.7%였는데 반해 한국은 10.4%에 불과해 절반 수준이었다.

G7과 비교3. 구직 안하는 니트족 증가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청년실업률의 경우 한국은 지난해기준 9.8%, G7은 평균 10.9%로 우리가 양호했다. 다만 구직 활동은 물론 구직 관련 교육도 포기한 소위 니트족의 경우 한국은 2013년기준 18.0%였고 G7평균은 14.5%로 우리가 더 높았다.

김 연구원은 “1인당 소득 3만달러시대에 대비한 새 성장 모델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민 생활과 직결된 실업률을 낮추고 평균임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사회안전망을 G7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국가 정책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NI 3만달러 돌파 변수도 많아

정부는 올해와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을 3.0%로 가정하면 올해 경상성장률은 4.6%, 내년에는 4.5%로 추산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은 경상성장률이 4%대 중반으로 올라서기 위해선 경제성장률이 3%대를 유지해야 하는 정부의 추정치가 현실화돼야 한다.

또 원·달러 환율과 경제성장률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달러 약세기조에서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에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달러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은 여럿있다. 특히 올해 미국의 금리인상과 양적축소에 나 설 경우 달러약세는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김 연구원은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선 “경제 성장의 결실이 민생경제까지 파급될 수 있는 성장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며 “복지정책에 대한 양적·질적 확대를 실현해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