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미국 주요 IT기업들 [출처:신한금융투자]

8·2 부동산대책 발표로 시중자금이 어디로 향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 하지만 명확한 근거는 없다.

국내 부동산대책과 함께 세법개정안이 발표되면서 국내 주식시장도 된서리를 맞았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투기 과열’ 방지에 목적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낮은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도 ‘버블 차단’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저평가된 자산을 돌아볼 시기다.

지난 2일 정부는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위한 주택시장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부동산대책의 핵심은 지난 6·19 부동산대책에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했던 재건축·재개발 물량 및 다주택자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실시한다는 데 있다.

이에 부동산 시장이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용도로 부동산 매입을 고려했던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코노믹리뷰>는 지난 2014년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 이후 현재까지 월별 주택가격지수, 코스피, 머니마켓펀드(MMF)간 상관관계를 도출한 결과 이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은 부동산의 대체제가 아니라는 점은 확인된 것이다.

따라서 8·2 부동산대책으로 인해 여유자금이 증시로 몰릴 것이란 예상은 다소 근거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8·2 부동산대책 발표 당일 MMF 설정액은 132조1362억원으로 전일대비 2조5433억원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19일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던 개인MMF 설정액이 반등해 눈에 띈다.

그러나 지난 3일 코스피는 전일대비 1.68% 내린 2386.85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8·2 부동산대책과 함께 같은날 발표된 세법개정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세법개정안에는 대주주 주식 양도세율 인상과 대주주 범위 확대안이 포함됐다.

세법개정안은 2018년 1월부터 현행 20%인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과표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25%로 인상된다. 또, 대주주로 간주되는 주주의 범위 역시 확대됐다. 이뿐만 아니라 2021년 4월부터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을 막론하고 종목당 보유액이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대주주로 간주돼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김서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율 인상, 과세 대상 확대는 투자심리에 부정적”며 “시장 충격은 대주주 보유액 기준이 3억원으로 예상대비 크게 낮아진 데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추가된 규제는 2021년 4월부터 시행되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보유지분을 대규모로 출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각에서 우려하는 기관투자자의 양도소득세 부담 증가는 없다는 점에서 세법개정안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문제는 부동산대책과 세법 개정을 투자자들이 ‘긴축’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자산가격 상승은 부양책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양해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에서 논의되는 긴축이 한국시장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는 인식에 대한 자본시장의 반응은 ‘차익실현’”이라며 “이날 유독 한국시장만 반응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양 연구원은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을 실행하는 입장에서 다시 긴축을 행할 이유는 낮다는 점과 한국 시장은 글로벌 경기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최근 글로벌 경기회복 기조는 긴축 우려를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대책으로 자금이 증시로 쏠릴 것이라 단정할 수 없지만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한국 증시가 상승 기조를 이어간다면 시중의 유동자금들은 점차 증시로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국내 시장에서의 ‘긴축’과 미국의 ‘긴축’은 각각 ‘투기 억제’와 ‘버블 차단’에 목표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해왔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미국은 자산 버블의 선제적 차단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며 “우리나라 정부의 부동산대책 및 세법개정안은 각각 ‘투기 억제’라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전체 시장에 악영향을 줄 요인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그간 IT 등 그간 고평가로 분류됐던 업종의 부진은 불가피한 반면 저평가된 철강, 화학 등의 업종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불확실성이 장기화될수록 그 힘은 약해지고 각 자산들은 펀더멘털을 추종하기 때문에 저평가된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