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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오디오테크니카 #그남자의물건오늘의 물건, 오디오테크니카 ATH-DSR9BT
   
▲ 출처=오디오테크니카

그 남자는 어떤 물건을 사랑할까, 그 남자의 물건

내가 공부하러 매일 가는 카페에 오늘도 그 남자가 왔다. 자리도 많은데 항상 내 주변에 앉아 곁눈질하는 느낌이다. 날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니어야 해. 외모부터 내 취향 아니다. 맙소사, 오늘은 내 옆 테이블에 앉네.

그 남잔 모르긴 몰라도 음향기기 덕후(오타쿠) 같다. 매일 헤드폰을 착용하고 있다. 헤드폰 부자인지, 매번 다른 모델을 가지고 온다. 내 관심을 끌고 싶어서일까. 애석하지만 난 그런 취미 없다.

모델은 달라도 다 같은 브랜드 헤드폰이란 점을 알아챘다. 같은 로고가 박혀 있으니까. 물건들이 내 눈엔 그다지 예뻐보이지 않는다. 왠지 성능 좋은 오디오 마니아 장비 같다. 아이돌로 치면 “쟤는 엄청난 실력파일 거야!” 소리 듣는 멤버 같다고 할까.

   
▲ 사진=노연주 기자

오늘도 그 남자는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들고 가방에서 헤드폰을 주섬주섬 꺼낸다. 역시 이름 모를 그 브랜드다. 어쩌다가 내가 그 남자를 관찰하고 있는 거지. 이번 헤드폰은 조금 달라보인다. 처음으로 괜찮은 디자인이다.

하던 공부가 집중이 안 된다. 그 남자 때문일까. 아니면 헤드폰? 에이, 설마. 아니다. 아무래도 헤드폰 같다. 그 물건이 궁금해진다. 저 물건, 이름이 뭘까? 그 남자한테 직접 물어볼까나. 그러다가 자기 좋아하는 줄 알면 낭패인데.

“죄송한데, 헤드폰이 좋아보이는데 혹시 그 브랜드 뭐죠?” 생각보다 말이 빨랐다. 내가 그 남자한테 먼저 말 거는 날이 올 줄이야. 그 남자, 거만하고도 변태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오디오테크니카.” 말이 짧다.

난생 처음 들어본 브랜드다. 갑자기 그 남자가 말을 이어나간다. “일본 음향기기 전문기업입니다. 1962년에 설립됐으니 벌써 55년 된 회사네요. 2009년부터 일본 헤드폰·이어폰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브랜드입니다.”

덕후 맞구나. 3초 정도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남자가 이 틈을 파고들었다. 장황하게 자기 헤드폰 자랑을 해댈 것 같은 저 입모양은 뭐지? 대박 단단히 잘못 걸린 듯한 이 느낌은 뭐지. 불길하고 또 불길하다. 나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그 남자가 말하기 시작했다.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이 제품은 오디오테크니카 사운드 리얼리티 시리즈 최신 모델입니다. 모델명은 ATH-DSR9BT. HRA(고해상도 오디오) 사운드를 선호하는 오디오파일을 위한 시리즈죠. 원음에 가까운 현실감 있는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이번 모델은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이에요. 세계 최초로 오디오테크니카가 새롭게 개발한 퓨어 디지털 드라이브 시스템이 적용됐습니다. 이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블루투스 환경에서 디지털 음원 전송시 발생하던 음질 손상을 없애기 위해 개발된 기술입니다. 디바이스에서 송출되는 무선 오디오 신호를 사운드가 구현되기 직전인 헤드폰 드라이버까지 완벽한 디지털 상태로 전달합니다. 덕분에 무선 환경에서도 원음에 가까운 고해상도 사운드를 구현해주죠. 또 ATH-DSR9BT는 오디오테크니카의 노하우를 담은 기술력으로 새롭게 개발한 45mm 트루모션 D/A 드라이버를 탑재했습니다. 디지털 신호를 공기 진동에 치밀하게 직접 변환해 미세한 음 하나까지 정확하게 포착합니다. 여기에다가 4심 연선 구조의 고순도 7N-OFC 쇼트 보이스 코일을 통해 디지털 신호의 풍부하고 세밀한 정보량을 남김 없이 진동판까지 전달합니다. 진동판에 강성을 높이는 DLC 코팅으로 고역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선명한 고음을 감상할 수 있고요. 무선 상에서도 원음의 선명한 사운드 전달을 위해 압축 손실이 적은 Apt-X HD, Apt-X, AAC 블루투스 코덱을 지원하며 NFC를 통해 간편 연결이 가능합니다. HRA 사운드는 전용 USB 케이블로 유선 연결해야 들을 수 있습니다. 어때요, 대단히 혁신적이죠?”

오늘은 망한 날이라고 해두자. 고개는 가끔 끄덕였지만 영혼은 유체이탈한지 오래다. 그 남잔 자기가 멋져 보였을 거라고 생각하겠지. 정체가 뭘까 저 자식. 일단 쏘아붙였다. “오디오테크니카 직원이세요?”

“아닙니다. 그저 팬일 뿐.” 그 남자가 그랬다. 일단 카페를 뜨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눈치를 챈 건지 제안을 해왔다. “한번 들어보세요. 백날 설명 들으면 뭐하겠어요? 직접 들어봐야 소리가 좋은지 알 수 있죠.” 속으로만 한마디 했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장황한 설명 듣느라 버린 시간을 이렇게라도 보상받아야 하지 않겠나. 그 남자로부터 헤드폰을 건네받았다. 생각보다 가볍다는 표정을 지었더니 그가 바로 이러더라 “315g이거든요. 스마트폰 2개 무게니까 가볍죠.” 안 물어봤어요 아저씨.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착용감이 부드럽더라. 소재 덕이다. 오래 착용해도 무리 없을 것 같고. 헤드폰이라서 그런지 주변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 남자와 내가 격리된 느낌이라 좋았다. 잠깐이었지만.

다시 벗고 그 남자가 안내해주는 대로 내 폰과 헤드폰을 연결했다. 무선 블루투스 제품인데, 연결 과정이 쉬워보였다. 버튼 몇 번 누르니까 끝나더라. 헤드폰 겉을 터치해 재생·정지를 조작하는 방식도 특이하고.

우리 옹성우님 목소리가 담긴 '나야 나(Pick Me)'를 틀었다. 세상에나. 재생을 시작한 순간부터 여긴 카페가 아니라 워너원 콘서트장이나 다름없었다. 분명 귀 바로 앞에서 소리를 들려주는데 공간감이 느껴졌다. 귀와 드라이버 사이에 거대한 리스닝룸이 존재하는 것만 같은. 소리는 맑고 섬세했다. 막힌 나의 막귀가 뻥 뚫리는 느낌? 귀가 승급이라도 한 것 같다. 막귀가 좋은 소리의 맛을 알아버렸다.

“옹성우님, 이거 얼마예요?”

“네? 정신 차려요. 70만원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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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성 기자  |  jojae@econovill.com  |  승인 2017.08.06  10: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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