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 김영란·이범준 지음, 풀빛 펴냄

 

2015년 3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즉 김영란법이 통과되었다. 2011년 국민권익위원장 김영란이 공직사회 기강 확립을 위해 그해 6월 제안하고 2012년 발의한 것이다. 경향신문 이범준 기자는 김영란과의 대담을 통해 김영란법에 대해 자세히 물었고 이를 책으로 정리했다. 핵심은 다음의 9가지다. ▲대법관 출신 김영란은 왜 김영란법을 만들었나 ▲김영란이 만든 원안과 현행법은 어떻게 다를까 ▲국회에서 사라진 ‘금수저 방지법’을 살려 내려면 ▲김영란법 위헌 시비와 합헌 결정에 관한 속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김영란법이 예방했을까 ▲한국의 엘리트들은 왜 부정과 부패에 취약한가 ▲내부고발자보호법 아직도 성공하지 못한 이유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에 공수처가 왜 대안일까 ▲김영란법 개정하자는 얘기들이 놓치고 있는 것

부패를 처벌하는 것보다 부패를 막는 것이 우선이고, 이를 위해서는 청탁을 근본적으로 막는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김영란은 이 법을 만들어 청탁을 거절할 매뉴얼이 생긴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게 너는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며 살아왔냐고 누가 묻는다면, 저도 그리 자신이 없거든요.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는 데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해요. 그러니까 아닐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문화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지요. 저는 이 법이 그에 대해 조금이라도 훈련을 시켜 준다고 생각해요. 청탁이 들어오면 부정한 청탁이니 거절하라고 말하는 법이니까요. ‘누구든지 부정한 청탁을 해서는 아니 된다. 부정한 청탁을 받으면 부정청탁임을 알리고 이를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라. 그런데도 동일한 부정청탁을 다시 할 경우 신고하라’ 이렇게 되어 있거든요? 제가 이 법을 만든 의도는 ‘아닐 때 아니라고 말해라’예요.”

애초에 이 법은 공직자의 사익추구방지법으로 이름 지으려 했다. 하지만 입법과정에서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빠졌고 부정청탁금지와 금품수수금지만 남았다. 사실 이해충돌방지는 ‘금수저’를 막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김영란은 금수저 방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외교부를 예로 들어 보지요. 외교관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많이 살게 되니까 대부분 외국어에 능통하겠죠. 그런데 외교부에서 외교관을 뽑은 공채가 아니라 외국어 능통자를 특채하면서 자기 가족을 뽑은 장관이 있다고 쳐요. 실제로 그 비슷한 일도 있었잖아요. 그러면서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을 뽑았는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겠죠. 외교관의 자녀라고 해서 무조건 안 뽑을 수는 없잖아요. 상대적으로 외국어를 잘하는 편일 테니까요. 공채를 해서 뽑혔을 경우는 문제가 없겠죠. 그러나 특채로 자기 가족을 뽑은 것은 불공정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하지는 말자는 것이 이해충돌방지의 정신이죠.”

한국은 엘리트가 집단을 이뤄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엘리트 카르텔 사회다. 김영란은 이런 폐쇄적인 커넥션 속에서 스스로를 부패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공고한 엘리트 카르텔은 그 시스템 안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과, 그 안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자유롭게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악영향, 그리고 그것의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청탁금지법이 시행 1주년을 앞두고 있는 시점, 법관 출신으로서의 경험, 법안 통과의 우여곡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금수저 방지법 입법의 좌절, 청탁금지법의 개정 방향을 담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