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코스. 출처: 필립모리스코리아

# 직장인 최준호(35세)씨는 수입담배업체 필립모리스코리아의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를 피우기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됐다. 출시 이후 바로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다고 들었지만 여러 군데 돌아다녀도 “물량이 없다”는 말만 들었는데, 최근 운 좋게 입고된 제품을 구입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살짝 구수한 냄새가 나긴 하지만) 담배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입냄새와 텁텁함이 많이 사라져 만족한다. 그러나 한 갑을 다 피우고 나면 기기를 세척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비싼 가격(권장소비자가격 12만원)은 부담이다. 연속으로 필 수 없고 매번 충전을 해야하는 게 가장 귀찮다는 게 최 씨의 의견이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장점도 있지만, 단점 역시 보이는 건 사실. 그런 와중에 BAT코리아에서 ‘글로(glo)’라는 전자담배가 나온다는 말에 그가 솔깃해져 있다. 갈아타야 하나 고민이라고 한다.

전자담배 시장이 찌는 더위만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일반 연초담배와 전자담배의 장점만을 모아 ‘쪄서 수증기를 피우는 방식’을 쓴다는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아이코스’가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판매를 시작해 연일 뜨거운 인기몰이를 하면서 물량이 부족하다는 소비자들의 아우성이 높다.  그만큼 인기가 높다. ‘아이코스’는 궐련형 담배를 피우는 기기이고 아이코스 전용 담배 명칭이 ‘히츠’이다.

여기에 대항마로 이달 중순 BAT코리아가 ‘글로’를 시장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아이코스’ 보다 약 2만원(할인가 기준) 싼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 등을 내세워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애연가들을 다시 흡수하겠다고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세금정책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BAT코리아는 오는 10일 ‘글로’ 간담회를 통해 정확한 제품출시 일정과 가격 등을 공개하면서 필립모리스에게 도전장을 던질 계획이다.

‘아이코스’는 편의점 CU를 시작으로 미니스톱과 세븐일레븐까지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으며, 서울에서 이제는 부산과 대구 편의점에서도 판매하는 등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글로’는 편의점 GS25를 통해 판매처를 이미 확보했다. CU 측 역시 ‘글로’의 판매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물량만 확보되면 얼마든지 판매를 늘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예상치 못한 인기에 국내 담배시장의 최강자 KT&G 역시 관련 시장 출사표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아이코스’는 물량 부족 탓에 소비자들의 수요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U 관계자는 “서울에 이어 부산 등 지방 지역에서도 아이코스를 판매하고 있는데 현재 물량 부족으로 매장에 방문했다가 구입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소비자가 많다”면서 “이탈리아 현지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제품이라 물량 조달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판매된 물량은 공개되기 어렵지만, 일단 ‘아이코스’가 입고되면 바로 팔린다고 보면 된다.

필립모리스 측은 “국내에 들여오는 물량은 모두 이탈리아 현지에서 가져오는 것이라 물량 조달이 쉽지 않다”라며 “최근 본사에서 타 지역 공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4만개 시대를 앞두고 격심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편의점 점주는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 애를 태우고 있다.  

서울 삼성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아이코스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기기 3대와 담배 3보루씩을 공급 받았는데 금방 다 팔았고 이후 조달이 되지 않는다”면서 “본사에 문의해도 제공할 물량이 없다는 답변 뿐”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조사와 과세 논란이 변수

‘아이코스’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바뀔 여지는 적지 않다. 우선 주부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달부터 ‘아이코스’의  유해성 평가에 착수할 예정이다. 식약처 평가결과 전자담배에서 일반 연초담배로 분류되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까지 흡연 방식과 흡연 충족 효과만 봤을 때 궐련형 담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식약처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필립모리스 측은 “아이코스에서 발생하는 증기에는 일반 담배연기와 비교해 유해물질이 90%가량 적다”고 주장한다.

담배 업계 관계자는 “일반담배에 적용되는 세율 문제와 기존 담배와 같은 경고 그림 표시 등의 규제가 있는데, 식약처 평가 결과 일반담배로 분류되면 업계의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면서 “출시를 앞둔 글로 역시 이와 같은 논란의 대상이 된다면 전자담배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과세 논란도 뜨겁다. 현재는 전자담배로 분류돼 세금이 일반담배의 50~60% 수준으로 낮다. 그러나 전자담배의 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돼 국회 논의를 앞두고 있다.

세정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아이코스를 전자담배로 분류했다. 국내 일반 담배가 한 갑당 약 3000원의 세금을 내고 있지만 전자담배 세금은 한 갑당 약 1400원에 그친다. 그 결과  세수 손실액이 3500억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각종 복지 수요 증가로 지출을 늘려야 하지만 마땅한 재원이 부족한  정부가 지나치지 어려운 대목이다.  

자유한국당의 김광림 의원과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은 전자담배의 세율을 궐련형 20개비당 594원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담배회사들은 가격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어 전자담배 시장은 또 새로운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재 ‘아이코스’는 권장소비자가격이 12만원, 할인가 9만7000원이다  ‘히츠’의 가격은 4300원이다. ‘글로’는 권장소비자가격 9만원대, 할인가 7만원대다. 글로 전용 담배 ‘네오스틱’은 ‘히츠’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담배 업계 관계자는 “아이코스의  단점 중 하나로 비싼 가격이 꼽히는데,  전자담배 세율 관련 법안이 통과한다면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의 호응 역시 줄어들 수 있는 등 전자 담배 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