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재성 기자

일상과 가젯에 얽힌 그렇고 그런 이야기, 일상가젯

올해 여름휴가는 특별했다.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이번에 취업한 동생이 여행 가자는 얘기를 먼저 했다. 이럴 때 보면 형보다 낫다. 우리 어릴 때나 넷이 여행 갔지, 커서는 간 기억이 없으니 특별할 수밖에.

장소는 영덕. 동생이 알아서 콘도까지 예약하더라. 영덕이란 장소도 자기가 골랐다. ‘엄마는 대게를 좋아해’란 생각이 머리에 박힌 탓이다. 직접 가보니 영덕엔 러시아산 대게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맛있었어 재욱아.

 

인스탁스, 너로 정했다

여행 가기 전에 이런 고민을 했다. 어떤 카메라를 가져갈지. 흔한 일이 아니니 뭐라도 더 찍어서 남기고 싶은데 폰카메라는 왠지 아쉬우니까. 플래그십 DSLR? 미러리스 카메라? 액션캠? 아니면 항공촬영 드론?

고심 끝에 인스탁스를 골랐다. 흔히들 폴라로이드라고 부르는 즉석카메라 말이다. 장단점이 분명한 카메라이긴 하다. 즉석으로 사진을 인화해주는 아날로그 감성이 사랑스럽지만 제약이 많아 문제다.

인스탁스로 사진 찍을 땐 신중해야 한다. 잘못 찍어도 무조건 사진을 인화해주니까. 1장에 1000원 돈인 필름 값도 부담스럽다. LCD 액정도 없는 주제에 몸집은 산만하다. SNS에 찍은 사진을 공유하려면 스캐너부터 사야 한다. 인화한 사진을 다시 폰카로 찍든지. 시대 착오적이다.

▲ 출처=한국후지필름

 

디지털×아날로그 하이브리드

제약을 즐기려고 인스탁스를 고른 건 아니다. 이번 여행을 함께한 인스탁스는 특별한 녀석이다. 올해 새로 나온 인스탁스 스퀘어 SQ10이란 물건이다. 기존 인스탁스가 클래식하거나 귀여운 디자인이라면 스퀘어는 요즘 물건 같은 세련된 인상이다.

스퀘어는 세상에 없던 즉석 카메라다. 호들갑이 아니다. 최초로 디지털 기술이 들어간 하이브리드 인스탁스다. 사진을 무조건 즉시 인화하는 게 아니라 메모리에 저장한 다음에 골라서 뽑을 수 있다. 사진을 찍고 보정한 뒤에 인화도 가능하고.

디지털 카메라와 즉석 카메라가 합체한 듯하다. 인스탁스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은 살리면서도 괜한 제약을 없앴다. “즉석 카메라라고 해서 꼭 불편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나요?” 스퀘어 존재 자체가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느낌.

 

예쁜 사진 골라서 여러 장 뽑기

스퀘어는 이번 여행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일반 인스탁스였다면 찍는 즉시 사진이 나와서 주섬주섬 주머니에 챙겨야 했을 거다. 스퀘어로는 다 찍은 다음에 숙소로 돌아와 예쁜 사진만 골라서 인화했다. 세상 못생기게 나온 사진은 즉시 삭제하고.

무엇보다도 같은 사진을 여러 장 뽑을 수 있다는 점이 혁명이다. 예전 인스탁스로는 오직 1장만 인화되니까 친구들끼리 누가 이 사진을 가질지 정해야 했다. 스퀘어로는 한 사진을 계속 인화할 수 있으니까 사이 좋게 나눠가지면 그만이다.

▲ 사진=조재성 기자
▲ 사진=조재성 기자
▲ 사진=조재성 기자

3인치 LCD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다는 점도 유용하다. 코딱지 크기 뷰파인더 말고 큼직한 화면으로 이미지를 확인하고 촬영 가능하니까. 찍은 사진도 일반 디지털 카메라처럼 화면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필터도 10가지나 된다. 필터 없이 찍는 게 내 취향엔 가장 맞더라. 사진 찍고서 명암, 비네트 효과 같은 걸 보정할 수도 있다. 이중노출로 이미지를 겹친다든지 벌브모드로 장노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기존 인스탁스보단 조금 더 전문 장비 느낌이랄까.

사진 인화할 때 애니메이션 효과도 깨알 같다. 프린트 버튼을 누르면 이미지과 화면 위로 천천히 올라가더니 위쪽에서 사진이 실제로 뽑혀 나온다.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이다.

출력 전 사진은 내장 메모리에 저장된다. 약 50장까지 저장할 수 있으니 많진 않다. 추가로 마이크로 SD나 마이크로 SDHC 카드에 저장도 가능하다. 특히나 메모리카드를 이용하면 다른 카메라에서 찍은 사진을 스퀘어로 프린트할 수 있다. 카메라가 포켓프린터로 변신하는 순간.

▲ 사진=조재성 기자

 

#가족여행 #스퀘어 #성공적

스퀘어가 기존 인스탁스와 다른 점이 또 하나 있다. 이름처럼 사진이 정사각형 프레임이다. 인스타그램 포맷이다. 사이즈는 62×62mm로 전보다 훨씬 크다. 시원시원하다. 그만큼 필름 가격(10장에 1만5000원)도 올랐지만.

가격 얘기도 빼먹을 순 없다. 30만원 중반대다. 인스탁스 미니 시리즈는 10만원 밑으로도 살 수 있으니 스퀘어가 비싸게 느껴진다. 다만 다른 디지털 카메라를 생각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필름 값도 선택해서 뽑을 수 있으니 전보다 아낄 수 있지 않으려나.

이번 가족여행은 내게 더없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동생이나 부모님도 마찬가지 생각이겠지. 그런 특별한 순간을 특별한 카메라 스퀘어가 특별하게 기록해줬다. 가족여행, 스퀘어,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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