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응한 중국의 보복조치로 ‘잘 나가던’ 화장품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사드충격으로 매출감소라는 홍역을 치렀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은 자사만의 독특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탈중국화, 시장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신제품으로 내수 시장 탈환을 노리지만 국내 화장품 유통 환경의 급변, 경쟁당국의 엄격한 조사 등 동시다발 리스크에 봉착해 있다.  '뷰티 신화'를 써온 서경배 회장이 국내외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신화를 써야할 때라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사드발 충격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매출에 직격탄을 날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3조2683억원, 영업이익은 50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 30.2% 줄었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은 57.9% 줄었고  매출액은  17.8%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국내사업 매출은 10.1% 감소한 1조9100억원, 영업이익은 32.3% 하락한 3166억원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16% 가까이 내려갔고, 고가화장품이 주도한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7% 감소했다. 

해외 사업 중 중국, 홍콩 등 중화권 지역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다행히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고성장세를 유지해 전년 동기 대비 9.7% 성장했다. 북미 사업은 브랜드 투자 확대와 유통 포트폴리오 재정비로, 유럽 사업은 롤리타 렘피카 브랜드 라이선스 종료에 따라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

‘뷰티 신화’로 불리는 서경배 회장의 ‘아모레호’가 큰 암초를 만난 모습이다. 서 회장은 ‘지역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포스트차이나 찾기(탈중국)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경제 성장과 빠른 도시화로 막대한 구매력을 갖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메가시티로 사업 확장을 주도하고  미국과 유럽, 중동 진출로 거점 지역을 다각화 한다는 계획이다.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 등 강점이 있지만 유통환경 변화 등 위험 요인에 대한 서 회장의 유연한 대응 전략에 따라, ‘아모레호’가 어떤 방향으로 배를 움직일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GOOD POINT. 연구소 기술과 브랜드력·미국 등 개척지 다변화·해외 생산설비 마련

아모레퍼시픽의 강점 중 하나를 꼽자면 연구소의 기술력이다. 대표적으로 전 세계의 화장법을 바꾼 ‘쿠션’제품 등 이미 연구개발(R&D) 투자를 활발하게 하면서 자사만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서 회장은 사드 등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력을 갖춘 신제품을 주문하는 등 브랜드력이 있다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화장품에 집중해 지역 다변화를 꾀한다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공장을 돌리는 생산물류 시설은 한국과 중국 상하이, 그리고 프랑스 샤르트르 뷰티사업장이다. 아울러 말레이시아에서 약 3만1000평 규모로 공장을 짓고 있다. 조호르주 누사자야 산업지역에 세우는 이 공장은 중국과 프랑스에 이어 3번째 해외 공장이다.

또 중국발 충격을 줄이기 위해 태국과 싱가포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3월 이니스프리 첫 매장을 연 인도네시아에서도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오는 9월에는 프랑스 파리 대표 백화점인 라파예트에 ‘설화수’가 입점한다. 또 장기비전으로 미국을 염두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아모레 관계자는 “올해 이니스프리, 라네즈의 미국 진출을 통해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동에 처음 에뛰드 매장을 열고, 중국보단 아세안, 미주를 중심으로 확장해 나설 것”이라면서  “2020년까지 지난해 말 기준 30%인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말부터 탈중국을 가시화하고 가시적인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쿠션' 제품.

 

BAD POINT. 유통환경 변화·공정위 정조준·치약 등 동시 다발 리스크

국내 화장품 유통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아모레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성장 유통 채널이 과거 백화점, 방판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해왔다. 이제는 CJ 올리브영, 롯데 왓슨스 등의 헬스앤뷰티(H&B) 채널이 대세로 떠올랐다. 비전통 채널인 H&B 스토어, 온라인, 홈쇼핑 채널이 고성장 하면서 소규모 업체들이 급성장했고 대형 브랜드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중저가 브랜드 경쟁 심화 속 시장 점유율을 상실하고 있는 추세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아리따움 역시 이 같은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예로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아리따움), 헤라(백화점)는 유통 채널의 변화와 더불어 경쟁업체의 저가 모방 물품이 나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이 특정 제품을 파는 ‘카테고리 킬러’ 유통점을 겨누면서, 아리따움도 불공정거래 실태에 대해 조사를 받는다. 공정위 측은 판촉계약 체결부터 이행·종료까지 들여다본 후 혐의가 확인되면 제재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2013년 아리따움점주협의회는 “아모레퍼시픽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위험을 가맹점에 떠넘기는 거래약정서를 체결하도록 했다”며 갑질 피해를 주장한 적이 있어 이 역시 조사 대상이라 악재가 겹쳤다는 평가다.

매스뷰티 실적도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헤어(샴푸, 린스, 트리트먼트)와 바디(바디워시, 바디로션) 등 생활용품 관련 사업부문은 2016년 매출이 4960억원으로 전년(5008억원)에 비해 1.0% 줄었다.  가습기살균제 성분 검출로 논란이 된 치약 리콜 사태와 추석선물세트 환입 비용이 실적 부진을 이끌었다.  1년 만인 이달 새로운 치약 브랜드 ‘플레시아’를 출시, 재도약에 나서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은 LG생활건강(41.2%)이 선두주자이고 애경(17.8%)이 2위 자리를 낚아챘다.  아모레의 점유율은 15.7%에서 올해는 더 떨어져 1월~4월 누계기준 9.4%에 그치고 있다.

치약 시장에서 LG생활건강과 애경이 견고하게 매출 성장을 거두는 반면 아모레만 내리막길인 것이다. 시장 탈환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업체들의 탈중국 시도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국내의 경우 유통채널 변화로 대기업이 화장품을 팔기에 더 좋지 않은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브랜드력과 기술력을 토대로 아모레퍼시픽의 적극적인 해외 성과가 하반기에는 가시화되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실적 부진을 구조조정의 기회로 보고 있다”면서 “국내 사업의 중국인 매출 비중을 명확히 하고 아리따움 등 국내 로드샵의 전략을 재정립하는 동시에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해외 매출 비중 중 중국과 아세안이 크지만 중장기 계획으로는 미국과 유럽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매출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기 위한 다각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