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청 설립 21년 만에 중소벤처기업부를 출범시키면서 창업가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9개 부처에 300여개가 넘는 지원기관으로 흩어져 있던 유사 사업들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창업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기 위한 승격인 만큼 중복지원이 없는 유효적절한 지원을 해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창업지원 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직 세부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으나 대선 당시 캠프의 ‘일자리 보고서’와 지난 7월 20일에 발표한 ‘국정과제 관리계획’ 등을 토대로 향후 창업지원 정책들을 미리 예측해 보고자 한다.
우선 벤처창업을 적극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확보된 올해 일자리 예산 17조5000억원 가운데 약 13%인 2조2000억원에다 11조에 이르는 추경예산의 일부까지 추가하면 그 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022년까지 벤처펀드 5조원을 조성해서 벤처기업 약 4만개를 육성하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조치로는 벤처기업 지정요건을 완화하고 IPO 즉 주식시장 공개상장 문턱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또 벤처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기존의 25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국민 아이디어 창업 허브(HUB)로 전면 개편해서 ‘민간 주도형’, ‘민관 협력형’, ‘정부지원형’으로 유형화한 다음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을 하게 된다.
전에 없던 새로운 정책으로는 사내벤처 육성을 이끌어보겠다는 의지도 갖고 있다. 사내벤처 육성제도의 정책적 접근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방법으로는 더 없는 혁신정책이 될 것 같다. 성공적인 사례는 많다. 과거 데이콤의 대리로 재직 중 소사장제를 통해 인터파크를 창업한 이기형 회장의 성공사례를 보면 기업이 벤처를 육성해 분사(Spin-off)하는 방식이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1995년 인터파크 분사 당시 데이콤 직원 수는 800명에 불과했으나, 현재 인터파크의 직원 수는 2500여명에 이르고 있고, 2000년에 인터파크가 사내벤처로 다시 분사한 G마켓(2009년 이베이코리아에 매각)의 직원도 650명이나 될 정도로 사내벤처 육성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일등모델임이 확인된 바 있다. 이러한 효과에 힘입어 인터파크는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인 ‘I-벤처’를 전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도가 대기업과 중견 벤처기업에서 시행된다면 일자리 창출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창업기업 10개 중 4개가 창업 후 1년 안에 폐업하고 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에서 창업기업 생존율이 가장 낮다. 이 통계가 주는 메시지는 돈만 대주고 말 게 아니라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육성해줘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상공업 활성화와 가맹점 보호정책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를 위해 2019년부터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수료를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성실사업자를 대상으로 교육·의료비의 세액공제 한도를 늘리고 내년부터 1인 사업자의 고용보험료를 30%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재 105만명인 노란우산공제 가입자는 2022년까지 16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자영업을 위한 조치로는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해서 “이 업종들은 대기업이 하지 마라”고 강제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 건물주들의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상가는 주택과 달리 인테리어 비용이 많게는 수억원까지 들기도 해서 기존 5년이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데는 짧다는 지적이 있었다. 더불어 현재 9%인 보증금·임대료 인상률 상한도 낮추기로 하고 인상률 상한 조정을 위해 정부가 올해 12월까지 시행령을 고치기로 했다.
소상공인 창업자금 지원금액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 3월 말 현재,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는 100만개 기업에 19조원가량 대출했고, 신용보증기금에서는 20만개 기업에 43조원을,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는 7만2000개 기업에 21조원을 이미 지원했지만 추경을 통해 추가지원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 외에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혁신형 소상공인’을 집중 육성한다거나 각자의 역량을 상호 보완해서 창업에 이를 수 있도록 소상공인 협업화도 지원계획에 들어 있다. 이러한 정책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해서 소상공인 전용, 기술공유 플랫폼 구축계획도 포함됐다.
이전과 다르게 이제는 혼자 창업하기에는 버거운 창업환경으로 바뀌어가고 있어서 앞으로 협업화는 창업의 필수조건이 될 것이다. 그래서 기술개발이나 마케팅을 공동으로 전개하거나 공동창업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등의 지원을 해주겠다는 의도다.
가맹점 창업자는 보호정책 위주가 될 것이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가맹본부의 원가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는데 이는 가맹점들에게 지워진 부당한 유통마진을 자발적으로 줄여달라는 의사표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동안 유통수익 중심으로 운영되던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미국이나 일본처럼 로열티 위주로 바꾸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국내에서도 ‘짐보리’나 ‘한솥도시락’과 같은 브랜드들은 론칭 당시부터 로열티 중심의 기업운영을 해오고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BBQ’나 ‘놀부’처럼 유통마진 중심으로 경영해온 대부분의 가맹본부들은 체질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부 가맹본부들이 법적인 하자를 들어 원가공개를 거부하고 있지만 결국 가맹점 보호라는 대의를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여 가맹점 창업자들은 미국과 같은 로열티 5~8% 수준의 가맹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청년창업자를 위해서는 은퇴자와 청년 간 협업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청년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은퇴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상호 협력하면 보다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도 이런 욕구가 상당한 데다 청년층과 은퇴자들의 일자리를 동시에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적 정책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한 청년들에게는 전통시장에 문화․체험․쇼핑이 결합된 ‘복합 청년몰’ 100여곳을 조성해서 지원할 계획도 잡혀 있다. 다만 이 정책은 이전에 지원했다 지속성장에 실패한 서울 ‘유진상가’나 광주 ‘대인시장’ 등의 실패원인을 분석해서 보완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소위 사회적 경제 사업에도 적잖은 지원예산이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기업의 경우 올해 지원예산은 총 700억원에 불과하지만 정부가 청와대에 사회적 경제 비서관을 둘 정도로 적극적인 데다 SK, 현대와 같은 대기업의 협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효적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서 현재의 민간 지원기관 체계를 지원센터로 전환하는 계획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패한 창업가의 재기를 돕는 정책도 나온다. ‘삼세번 재기지원 펀드’가 그것인데 소위 패자부활전의 다른 표현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한 벤처기업인이 평균 2.8회 창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패한 횟수가 많을수록 성공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패자부활을 도우려는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창업해서 실패할 경우, 대부분 취약계층으로 전락해서 복지예산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런 복지예산을 미리 창업자금으로 지원해서 부활시켜보자는 의미가 있고, 다른 하나는 최초 창업보다 두 번째 창업이, 두 번째보다 세 번째 창업의 성공률이 높아서 결과적으로 지원 대비 고용효과가 크기 때문에 지원자금을 매몰비용으로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패자부활펀드 3000억원에다 올해 2000억원을 더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생산적 수단으로 창업을 적극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 기회에 정책지원을 마중물 삼아 창업에 도전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만 창업은 업태에 따라서 생태계가 다르고, 대상에 따라서도 창업환경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과 창업방향을 미리 점검해 보고 맞춤형 지원정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