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자의 지인은 카카오뱅크에서 받은 신용대출로 2금융권에서 빌린 금리 20%대의 대출을 상환했다. 지인의 대출규모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월 이자가 50만원 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월 50만원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700만원. 지인은 이자지급 감소로 연봉 700만원이 오르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최근 기자의 지인과 같이 인터넷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기존의 고금리 대출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시중은행들은 놀랐는지 은행 앱 개편, 대출금리 체계 점검 등에 나서는 모습이다. 혹자는 “은행들의 이런 대응은 이미 늦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은행은 정부의 지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온실의 화초처럼 성장한 주체들이다. 각종 규제는 은행업의 진입장벽을 높였고 이 규제는 인터넷은행이 성장할지라도 시중은행들에 시간을 벌어준다. 누가 승자인지 말하는 것조차 섣부른 판단이라는 것이다.

한편, 기자는 핀테크 산업 동향을 살피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다. 기존 금융사들이 여러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금융사 자체를 강하게 만들기 위한 ‘수직 계열화’ 형태인 반면, 핀테크 업체들은 이러한 구조는 수평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P2P, 로보어드바이저 등 대표적인 핀테크 산업은 각자의 위치에서 ‘특화’를 추구하고 핀테크 업체 간 서로 손을 잡는 동반자의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분명 기존 금융업의 판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구조다. 또 금융 수직 계열화를 수평으로 바꾼다는 것은 이용자 중심으로 금융업이 변모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핀테크 업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변화의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금융당국은 P2P업체의 자기자본 투자를 금지했다. 증권사로 치면 총액인수 방식을 불허한 것이나 다름없다. P2P는 사실상 은행업보다는 증권업에 가깝다는 점에서 ‘누가 이 규제를 제안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증권사와 경쟁하는 P2P에 자기자본 투자 금지가 얼마나 큰 치명타가 될 수 있는지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구심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금융당국은 P2P업체를 대부업체로 취급하더니 안전을 위해 기존 금융사나 인터넷은행과 연합하는 형태를 유도했다. 그 결과, P2P업체들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기존 금융사들과 손을 잡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물론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P2P가 생소하기 때문에 P2P와 기존 금융사들이 손을 잡는 것은 P2P에 대한 불신을 없앤다는 긍정적 요인도 있다. 그러나 핀테크가 기존 금융업의 수직계열화를 수평으로 만든다는 개념이 모호해진다.

케이뱅크 출범 이후 이용자들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도 놀랐지만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는 물론 기존 은행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이는 카카오뱅크가 이용자를 고려한 UI(사용자인터페이스), UX(사용자경험) 등에서 호평을 받은 결과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을 뛰어넘지 못하는, 즉 기존 금융사들의 수직계열화에 일조하게 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들은 누구인가. 그렇다면 정말 이용자 중심의 금융업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기득권’이란 ‘장벽’은 너무 튼튼하고 높은 반면, 금융소비자들은 이러한 환경에 갑갑해 한다. 물론 장벽이 한 번에 무너질 순 없다. 그러나 변화는 늘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어느새’ 변해 있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주체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향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제 제 1,2 금융권의 선택만 남았다. 이렇게 퇴화할 것인지 혹은 스스로 장벽을 무너뜨릴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