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진짜 부동산 대책이 2일 발표됐다. 골자는 이랬다. 조정대상 지역으로 돼 있는 서울과 과천, 세종시 모두를 투기과열지구로 다시 묶었다. 여기에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강남 4구와 용상과 성동, 마포 등 11개 자치구와 세종시는 대출 규제 등이 추가로 강화되는 투기 지역으로 지정돼 삼중규제를 받는다. 또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일괄축소된다. 아울러 1주택자 비과세 요건이 강화되고 2년 이상 거주해야 양도세를 면제하도록 했다.

대책이 발표되자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머드급’ 대책이니 ‘초강력’ 대책이니 하는 말로 이번 대책의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공감한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내놓은 것은 11.3대책이나 6.19 대책으로 거래와 금융규제를 강화했는데도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갭투자(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만을 활용한 투자)’가 상징하는 부동산 투기열풍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은 것 같다. 다주택자의 부동산 매수비중이 2012~2015년 5~7%에서 2016~2017년 14%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는 부동산 열풍을 말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번 대책에 공감하는 이유는 또 있다. ‘부동산 시장’이나 ‘서울 부동산’ 등 애매모호한 지역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 상승의 근원지인 ‘강남 4구’와 용산, 성동, 마포 등 11개 자치구를 특정해 처방전을 내놓았다는 점은 대단히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주택자의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기로 한 것도 돋보이는 정책이다. 조정대상 지역에서 양도소득세율(현행 6~40%)을 올려 내년 4월 1일부터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 이상자는 20%포인트씩 양도소득세를 더 내도록 했다. 다주택자가 투기를 해도 남는 게 없도록 한 것이다. 가히 양도세 핵폭탄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무엇보다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들이 강남 4구를 비롯해 조정대상지역에 많이 산다는 점에서 이들의 반발을 이겨내고 이런 정책이 나왔다는 것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LTV·DTI도 투기억제에 효험을 낼 대책으로 평가할 만하다. 둘 다 공히 40%로 현행보다 각각 20%, 10%포인트씩 낮췄다. 그만큼 빚을 내 집을 살 여지가 줄어든 것이다. 투기억제는 물론이요 가계부채 증가세에도 제동을 걸 수 있는 ‘두 마리 토끼잡이’ 대책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여전하다. 아무리 대출을 조인다고 해도 넘치는 돈이 부동산 말고는 갈 곳이 없는 탓이다. 이번 대책에서 LTV와 DTI를 강화한 것 말고는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을 근본으로 줄일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아파트값을 올린 근본 원인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경기를 부양한답시고 정부는 기준금리를 1.25% 수준까지 낮췄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돈만 풀려 결국 부동산 열풍의 단초를 제공했다.

넘치는 유동성은 머지않은 장래에 물가상승으로 한국 경제에 해를 끼칠 것이다. 내년에는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른다. 국제유가도 배럴당 50달러를 넘을 태세다. 국제유가는 2014년 6월 말 배럴당 114.81달러를 기록한 이후 자유낙하하듯 곤두박질쳤는데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저성장에다 고물가를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곧 발표될 가계부채 대책에는 반드시 이 대책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강남의 부동산 시장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강남 시장은 그냥 국내의 부동산 시장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시장이라는 점을 정책 당국자들은 알아야 한다. 입지가 좋고 생활여건이 좋아 누구든지 매수하려 하는 시장이다. 해외 투자자들도 눈여겨보는 시장이다. 이들은 서울의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을 홍콩과 싱가포르, 도쿄 등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투자한다. 한국인들의 눈에는 비싸게 보일지라도 그들 생각에 ‘싸다’는 판단이 든다면 아무리 막아도 투자자금은 강남 시장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강남 부동산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닌지 정책 당국은 정밀하게 짚어봐야 할 것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서울지역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을 기초로 대책을 세워 강남 4구에 적용했으니 아무런 효험이 없었다. 강남 지역이 갖는 위치의 특성, 글로벌 투자자라는 존재를 도외시한 채 단순히 투기세력의 투기로만 보고 대책을 세웠으니 강남 집값이 잡힐 리 없었던 것이다. 아니 잡으려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인지도 모른다. 대단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앞으로 부동산 대책, 금융대책은 이런 오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강남을 한국과 서울에서 떼어내고 강남만을 겨냥한 맞춤형 부동산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전체 부동산 시장을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오류에서 벗어나고 부동산이 중요한 투자의 수단으로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