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구속된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진술하며 강력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재판부와 특검 등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답변에 긴 시간을 썼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대해서도 토로하며 억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35분부터 시작한 피고인 신문은 잠시 휴정 후 오후 7시부터 재개돼 오후 10시현재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박영수 특검팀이 기소한 핵심혐의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부인하거나 “모른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신문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증언한 ‘삼성 4인(이재용 부회장-최지성 부회장-장충기 사장-김종중 사장)집단지도체제’에 대해서는 “4명이 만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해체에 대해선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이 벌인 일”이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는 “관여한바 없다”고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이 부회장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일에 관여한적 없다”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일에도 관여한 적이 없다”며 “자신은 처음부터 삼성전자 소속이었고, 한 번도 미전실에 소속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내 업무는) 95%가 삼성전자·계열사 관련 일이었다”며 “미전실 해체역시 최 전 실장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도 (미국계 사모펀드)엘리엇의 반대가 시작되자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최 전 실장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펀드회사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주(7%)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반대했었다.

그는 “엘리엇이 반대의사를 표명할 때 최 전 실장께 양사간 합병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생각하자고 건의했다”며 “처음 합병 논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각사 사장이 건의하고 미전실에서 검토했으나 엘리엇이 등장하면서 (본인은)다시 생각해 보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또 “(본인의 이같은 결정은)엘리엇과 같은 행동주의 펀드가 헤집고 나면 회사 지배구조가 엉망이 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사정은 잘 몰랐기 때문 ”이라며 “최 전 실장이 그래도 (합병을)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따랐다”고 덧붙였다.

최지성 "지금도 이해안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실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눈 CEO 면담 문건에 대한 신문도 이어졌다.

특검은 문건에 “(삼성물산이)수주 받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발언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심문했다.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해 “엘리엇의 합병 반대 이후 임직원들이 소액주주들을 설득하느라 백방으로 뛰면서 본업에 매진하지 못하는 부분을 안타깝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국민연금 관계자와 만난자리에서 “경영권을 다음 세대로 넘기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발언은 기억난다”며 “당시 언론과 증권사 등에서 (합병이) 경영권 유지 차원이라는 분석이 많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뜻”이라고 답변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삼성 관계자들 역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대통령에게 뇌물을 줄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날 재판에 이 부회장과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피고로 출석한 최 전 실장도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이미 안팎에서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었다”며 “이 부회장은 사장단 회의 등에서 추대받으면 승계가 끝나는 것으로 생각했지, 법적 프로세스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어 “(사기업인 삼성그룹의 후계자 승계가) 왜 대통령과 연관지어져야 하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간다”며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해 대통령에게 잘 봐달라고 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