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일 안팎으로 가까워지면서 한국의 고3 학생들은 뜨거운 한여름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을 것이다. 여름방학임에도 학교에 나가 자율학습하는 것은 물론이고 방학 특강, 학원 강습에 독서실까지 하루가 모자랄 것이다.

미국의 고등학생들도 여름부터는 마음이 바빠지고 대학 입시 준비에 여념이 없다. 가을학기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학제에서는 이미 한국의 고3에 해당되는 12학년들은 졸업을 하고 9월부터 시작될 대학생활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여름방학을 긴장된 마음과 함께 분주히 보내는 사람들은 가을학기에 12학년이 되는 11학년들이다. 많은 사람이 미국에서 대학 가기는 쉽고 고등학생들도 한국에서처럼 공부만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고등학생이 대학 가기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물론 미국에서는 대학을 가지 않는 학생들도 많고 유명하지 않은 지역 내의 대학을 가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소위 아이비리그로 대변되는 유명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그 노력이 대단하다. 고등학교 내신성적(GPA)은 당연히 높아야 하고 수능성적(SAT)도 거의 만점에 가까운 수준으로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성적이 높다고 해도 무조건 명문대를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에세이를 통해서 학생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 대학교와 자신이 어떻게 잘 맞는 사람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봉사활동이나 수업 외 특별활동을 어떻게 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 고등학생들은 수십시간에서 수백시간까지 봉사활동이나 과외활동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 외 특별활동은 주로 악기나 스포츠인 경우가 많다. 교내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했거나 스포츠를 잘해서 대회에서 수상을 한 경력이 있거나, 팀의 주장을 맡는 등의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 직장 동료들에게 필자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으면 스포츠를 못 해서 대학에 못 갔을지도 모른다고 농담하는 이유가 바로 이 특별활동 때문이다.

악기의 경우에도 워낙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악기 한두 개를 다루는 것이 흔해서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비교적 흔한 악기를 하면 그다지 영향력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스포츠에도 소질이 없고 악기 연주도 특출나지 못한 학생들은 봉사활동에 더욱 매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자원봉사도 단순히 단체에 소속되어 우르르 몰려가서 시간만 때우고 오는 것은 평가절하된다. 자신이 스스로 봉사프로그램을 기획한다거나 자신의 미래 전공과 연계한 봉사를 한 경우에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이렇게 어렵사리 들어가는 대학을 때때로 돈을 내고 비교적 손쉽게 들어가는 ‘기부입학제’가 미국에는 있기 때문에 대학이 들어가기 쉽다는 고정관념도 있고 또 기부입학으로 들어간 사람들로 인한 빈부격차도 지적되곤 한다.

가장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자레드 쿠시너가 하버드 대학교 입학 당시 기부금을 내고 입학했다는 논란이 생긴 바 있다. 기부금 입학은 부유한 부모가 상대적으로 ‘학업성적이 뛰어나지 않은’ 자녀들을 돈으로 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입학의 가격: 미국의 지배계층이 어떻게 유명대학 입학을 돈으로 사는가-그리고 누가 그 문을 통과하지 못하나>라는 책을 쓴 작가 대니얼 골든은 책에서 쿠시너의 아버지가 1998년 하버드에 250만달러 기부를 약속했고 자레드 쿠시너는 1999년 입학했다고 밝혔다.

자레드 쿠시너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교사들은 쿠시너의 내신과 수능성적이 좋지 않아서 하버드 입학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가 입학을 하자 깜짝 놀랐다고 전한다.

쿠시너 측은 하버드 대학에 대한 기부금은 입학과 전혀 무관하다고 답변했지만 논란은 더욱 커져서 자레드 쿠시너가 뉴욕대에서 법학석사(J.D.)와 경영학석사(MBA) 공동 학위 과정 입학 시에도 300만달러의 기부금을 냈다는 루머까지 나오고 있다.

자레드 쿠시너의 기부금 입학이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이런 논란이 나오는 것은 남들은 죽자사자 공부하는데도 입학이 어려운 곳을 돈만 내고 턱하니 입학하는 문제점 때문이라서 미국에서도 대학 입학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