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인슈어테크’. 인슈어테크란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기술을 이용해 기존 보험산업 서비스를 다각도로 활용한 혁신적 변화를 의미한다. 인슈어테크를 활용한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AI와 IoT 기술을 적극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보험판매 플랫폼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슈어테크 업체들은 기존 ‘재보험사→보험중계사→원수사→보험설계사’의 소위 전통적인 보험 유통단계를 최소화해 인슈어테크 업체를 통한 보험가입을 가능하게 했다. 또 다수의 고객을 확보할 경우 기존 보험료를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을 활용, 고객상담을 진행한다.

최근 들어선 자동차보험의 경우 웨어러블 기기까지 도입해 가입자의 운전습관과 하루 주행거리와 주변도로 상황 등까지 감안해 보험료 차등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우리보다 앞서 인슈어테크가 등장한 미국은 차보험, 건강보험은 물론 애완동물 보험에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IoT를 활용한 보험 판매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인슈어테크 어감상 얼핏 보면 보험업체가 빅데이터를 활용, 보험료는 올리고 지급액을 줄이는데 활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낼 수 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인슈어테크를 활용한 스타트업 보험관련 핀테크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철저하게 고객을 우선으로 하는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보험금을 아끼고 혜택도 볼 수 있는 인슈어테크 재테크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알면 알수록 저렴하게 가입하고 혜택은 더 많이 볼 수 있는 인슈어테크는 어디까지 와 있는지 알아봤다.

가입 안 하면 불안하고 들자니 부담스러운 보험 ‘인슈어테크’를 활용하라

이 정도면 보험산업의 지각변동이라 할 만하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핀테크와 같은 혁신기술이 등장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플랫폼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움직임과 함께 보험업계도 ‘산업 간의 융합’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해 말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인슈어테크 평가와 전망’에서도 보험산업의 산업모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특히 자동차보험이 신기술 발전에 크게 영향받고 있으며, 기타 보험 산업분야에서도 기술 발전으로 보험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최근 새로운 보험사업 모형이 등장하고 있으며, 보험 위험도 과거와는 다르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보험 회사들이 인슈어테크 투자가 증가하면서 국내 보험 회사도 장기적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보험과 기술의 융합… 보험 관련 서비스 범위 확대

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4차 산업혁명과 초연결사회, 변화할 미래산업’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비현금 거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주요국의 현금 결제 비중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금융산업이 기술 발전의 계기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산업 간의 융합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 모바일 서비스와 간편 결제가 활발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일치한다. 해외 글로벌 보험회사들도 모바일과 테블릿 PC 등 개인용 전자기기를 활용한 온라인 상품 구매 활성화에 대응해 인슈어테크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보험회사에서는 보험과 IoT 기반 헬스케어서비스의 결합, 드론보험 등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 기술을 활용해 상품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인슈어테크 분야에서 ICT 관련 기술과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 등을 활용해 사업의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보험업계 인슈어테크 도입… “상품개발부터 보험금 지급 관리까지 다방면”

국내 보험사들의 ICT기술 도입 현황을 살펴보면 판매 채널부터 보험금 지금관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 ‘보험 다모아’는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고 간편한 가입을 도와주고 있다.

‘보험 다모아’가 취급하는 상품은 단독 실손보험,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 연금보험, 보장성·저축성보험이며 소비자들이 쉽게 상품을 비교해 보험 가입까지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통신사와 결합해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도 주목받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KT와 업무 제휴를 맺고 자동차보험 운전자습관 연계(UBI) 전용 상품을 개시했다. 메리츠화재는 차량 내에 설치되는 운행기록자기진단장치(OBD)를 통해 운전자들의 과속 여부, 급제동 등을 파악해 안전 주행 시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상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운행기록자기진단장치를 이용한 보험료 할인 상품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우량 고객을 선별하기 위해서다. OBD 장착으로 차량의 연비 소모량, 주행거리, 사용 유류비 등 모두 활용할 수 있어 보험사들이 빅데이터를 만드는 데도 유리하다.

한화손해보험과 현대해상도 ODB를 이용해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하고 있으며, 동부화재도 지난해 4월 SK와 협약해 운전습관연계보험(UBI) 상품인 ‘SmartT-UBI 안전운전특약’을 출시했다. 그밖에 유통·판매와 언더라이팅(보험계약심사)에도 ICT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라이나생명, 동부화재보험은 카카오톡 기반의 챗봇(Chatbot) 서비스를 도입, 푸르덴셜생명은 언더라이팅(계약체결심사)을 업무의 40~50%가량을 자동화로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ING생명은 지난해 7월 생명업계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시판해 시장을 선점했다. 그밖에 삼성생명, AIA생명, 교보생명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도입해 관심을 모았다.

삼성생명은 보험계약자동심사시스템을 도입해 인공지능과 가깝게 고도화하고 있으며, 교보생명도 빅데이터를 언더라이팅과 클레임 해결에 활용하고 있다.

보험금 청구 서비스에서도 ICT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은 모바일 기기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고, NH손해보험은 스마트 기기를 통한 보험금 청구와 여행자보험 가입 서비스를 출시했다. 또한 라이나생명도 보험금 청구서비스를 스마트 기기로 처리하는 모바일 앱을 도입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마케팅·고객관리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도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NH농협생명, 동양생명, 한화생명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인슈어테크 트렌드 확산… 우리나라도 IT기술 활용 점차 확대될 전망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CB Insight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이 인슈어테크 분야에 투자된 금액은 약 16억9000만달러로 2014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슈어테크 투자는 손해보험에 주로 집중되고 있으며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주로 투자되고 있었다. 인슈어테크 투자건수도 전년 대비 42% 증가한 173건의 계약이 체결됐으며, 인슈어테크 기반 스타트업 투자도 2014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인슈어테크는 고객별로 개인고객 대상 인슈어테크에 78%가 투자되는 등 기업고객보다는 개인고객 대상 기술이 활발하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정승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보험업이 익숙하지 않은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개인고객 대상의 손해보험 비즈니스가 접근하기 쉬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핀테크 선도기업에 포함된 글로벌 기업은 미국의 오스카, 중국의 중안보험, 미국의 콜랙티브헬스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중안보험은 인슈어테크를 활용해 판매다각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안보험은 보험협업 플랫폼 모델을 활용해 3단계에 걸쳐 판매채널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보험회사가 고객에게 직접 보험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협업사를 거쳐 고객에게 도달하는 형태로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같은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도 점진적으로 인슈어테크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한편 정승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인슈어테크에 대한 관심은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인슈어테크의 본격적인 도입은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향후 인슈어테크 도입으로 인한 보험산업의 전반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