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남성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간암은 1인당 진료비 부담 역시 2위를 기록한다.

대한간암학회가 올해 초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간암으로 인한 연간 경제적 부담은 2010년 기준 약 3조 5000억원 정도이다. 암환자 1인당 부담금은 6700만원으로 췌장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다른 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중년기 남성에서 많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사망률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최근 5년간(2012~2016년) 자료에 의하면 간암 환자는 남성 25만4792명, 여성 8만6596명으로 남성 환자가 여성의 3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40대부터 남성 간암 환자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땐 인구 10만 명당 남성 간암 환자가 한국 31.4명, 일본 14.6명, 미국 9.8명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40대 남자라면 간암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간암은 국내 남성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간암의 대표적인 원인은 간염 바이러스이다. 따라서 B형·C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라면 정기 검진을 통해 간암 발병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출처=이미지투데이

B형·C형 간염 예방하면 간암도 덩달아 예방 가능해
간암이 초기에 진단될 경우 높은 치료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간암의 병기별 5년 생존율은 1기 52%, 2기 36%로 조기에는 상당한 생존율을 보인다. 그런데 3기에서는 15%에 불과하고 4기는 6%대로 급격히 감소한다.

간암은 정기 검진으로도 초기 진단을 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다른 암종과 달리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이 뚜렷하게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간암 고위험군은 B형 간염바이러스(HBV, hepatitis B virus)와 C형 간염바이러스(HCV, hepatitis C virus) 보유자다. 실제로 2014년 대한간암학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간암 환자의 72%는 B형 간염바이러스로 인해, 12%는 C형 간염바이러스로 인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간암은 술을 많이 마셔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알코올에 의한 직접적인 원인은 9%에 불과했다.

강동경희대학교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는 “술은 간암의 위험요인이기는 하나 소량의 음주가 간암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단 알코올성 간경변증이 발생하면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알코올성 간경변증 환자에서 간암 발생률은 대략 7~15% 정도”라고 설명했다. 

완치 어려운 B형 간염, 백신 통해 예방해야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가장 큰 원인인 B형·C형 간염바이러스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B형 간염의 경우는 현재로서는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백신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 교수는 “B형 간염은 총 3회의 백신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독되지 않은 기구를 이용해 시술, 수혈, 성관계, 사용한 주사·면도기·칫솔 등을 공동 사용하면 B형 바이러스 보균자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신 교수는 “B형 간염이 술잔을 돌리다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B형 간염은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 것이다”라며 “술잔을 돌리거나 국을 함께 떠먹는 일만으로 감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이미 B형 간염에 걸렸다면 경구 항바이러스제가 투여된다. 그는 “B형 간염은 모든 사람에게서 투약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간염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경구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기 시작한다”면서 “간 손상 없이 간염이 완치된 경우가 아니라면 지속적인 외래 관찰이나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C형 간염의 경우 과거 ‘인터페론’이란 주사제로 초기부터 일정 기간 동안 치료해 왔다. 그런데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완치율이 높으면서 부작용이 적은 경구약제들이 나오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B형 간염 진료비
신 교수는 “완치가 어려운 B형 간염은 정기적으로 혈액검사와 영상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한다”며 “간염약을 투약하게 되면 평생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약제에 따라 다르지만 약값은 월 5만원 정도이거나 그 이하의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백신은 없지만 완치 가능하다? 경구약제로 C형 간염 치료
C형 바이러스는 유전적 변이가 심해 아직까지 개발된 백신은 없다. 따라서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특성을 고려해 감염 경로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만이 최선이다.

다만 C형 간염은 약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신 교수에 따르면 C형 간염의 경우 과거 ‘인터페론’이란 약제로 초기부터 일정 기간 동안 치료해 왔다. 그런데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많았고, 주사제라 불편하고 부작용도 많았다.

최근에는 완치율이 높으면서 부작용이 적은 경구약제들이 점차 낮은 가격으로 시중에 많이 나오고 있다.

신 교수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은 경구약제로, 총 12~24주의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치료기간과 약제의 선택은 환자의 유전자형, 간경변여부, 동반질환과 복용 중인 약제,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C형 간염 진료비
신 교수는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후에도 추적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서 “약제 비용만 총 250~750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이 적용돼 환자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개인의 최종 부담하는 비용은 차이가 클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해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음식 돌려먹으면 A형 간염 위험↑
B형·C형 간염만큼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A형 바이러스도 심각한 간 기능 손상을 야기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A형 간염은 입을 통해 전염된다. 술잔을 돌리거나 국을 함께 떠먹는 행위 등을 통해 A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가 자신도 모르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A형 간염의 경우 오염된 물, 음식 등 입을 통해 전파된다. A형 간염은 걸렸다가 완치되면 A형 간염에 대한 항체가 형성돼 방어 효과가 지속돼 다시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항체가 없는 젊은 층은 A형 간염에 특히 취약해 백신으로 예방할 필요가 있다.

신 교수는 “A형 간염 예방 백신은 총 2회 접종한다”면서 “백신 가격은 의료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이에 대해 개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형 바이러스 백신 접종이 중요한 이유는 A형 간염 증상이 감기 증상과 비슷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A형 간염에 감염되면 보통 피로감이나 메스꺼움 등의 위장관 증상이 있으며, 일부는 발열과 복통이 동반되기도 한다”면서 “이 단계에서 병원에 방문한 경우 간 기능 검사의 이상 소견을 보여 조기에 진단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이러한 증상은 감기로 참고 지내다가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단순 감기라고 하기에는 설명하기 힘든 증상이 오래되고 식사를 하기 어려울 정도의 메스꺼움이나 구토가 지속되면 병원에 오는 것이 조기에 증상을 완화하고 나쁜 경과로 진행하지 않는지 예측하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더 진행되면 눈과 피부색이 노래지거나 소변색이 변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A형 간염은 환자가 증상을 참아가고 잘 견디는 경우에는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간염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고생은 하지만 병원에 오지 않더라도 치사율이 높은 질환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매우 소수의 환자에서는 심각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언급한 증상이 발생하면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개인마다 회복되는 기간이 다르지만, A형 간염은 보통 1달에서 길게는 2~3개월 정도가 지나면 완치된다.

신 교수는 “대부분 간염에 따른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를 시행해 특별한 치료제를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A형 간염 진료비
신 교수에 따르면 A형 간염은 보험이 적용된다. 병실과 검사 비용이 발생하며, 대부분 1주일 정도의 입원치료 후 외래에서 혈액검사를 통한 호전을 관찰하게 된다.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치료를 진행하기도 하며, 이 경우 보험이 적용된다.

간염바이러스 있다면 건보공단 정기검진 무료로 받아야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부터 만 40세 이상 남녀 중 간암발생 고위험군에 해당되는 대상자에게 연 2회 두 가지 검사(간초음파검사,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고위험군은 간경병증이 있거나 B형·C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를 말한다.

정기적으로 간염검사를 받을 경우 간암을 조기진단하는 확률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완치율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