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화면 내용에 따라 객석이 움직이는 테마파크의 영상을 영화관에 접목하면 어떨까?”

이 단순하면서도 파격적인 아이디어는 영화라는 콘텐츠가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생생함’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고, 현재는 해외 50개국으로 수출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콘텐츠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CGV의 체험형 상영관 ‘4DX’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4DX는 3면 상영관 스크린X와의 결합을 통해 전 세계에서 유일한 체험형 상영관 ‘4DX with 스크린X’로 이전보다 진화된 상영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이 모든 프로젝트의 기획을 이끌고, 계획하고, 실행한 ‘한 사람’이 있다. 바로 CJ 4DPLEX 유영건 팀장이다. “나의 모든 아이디어는 관람객들이 어떻게 하면 영화 관람비용을 아까워하지 않을 정도로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에서 시작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는 최근 영화 <군함도>로 시작된 4DX with 스크린X 상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고의 영화 기술로 우리나라를 콘텐츠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일조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자랑한 CJ 4DPLEX 미래전략팀 기획총괄 유영건 팀장을 만나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을 들어봤다.

 

영화관으로 간 테마파크 기획자

유영건 팀장은 원래 국내 유명 테마파크의 기획자였다. 테마파크 내 시설 배치, 영상 특수효과의 기획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영화 업계에 들어선 계기는 단순하다. ‘영화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마침 유 팀장이 새롭게 입사한 2006년에 CGV에서는 ‘신사업기획’이라는 별도의 팀을 조직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영화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유 팀장은 당시에 대해 “프로젝트의 2가지 화두는 ‘디지털 시네마(Digital Cinema, 컴퓨터를 이용한 편집, 디지털 음향효과가 제작에 반영된 영화)’ 맞춤형 상영관 그리고 또 하나의 ‘어떤 것’이었다”라고 설명하며 “또 하나의 ‘어떤 것’으로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물망에 올랐으나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고민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고민은 "테마파크에서 영상의 내용에 따라 관객석이 들썩이는 효과를 영화관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로 해결됐다. 4DX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테마파크의 기획을 맡았던 유 팀장의 독특한 이력은 십분 활용됐고 프로젝트 성사에 있어서도 그는 중요한 역할들을 도맡았다.

▲ CGV 4DX 메인 이미지 출처= CJ 4DPLEX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 ‘4DX’

체혐형 상영관 4DX의 개발이 시작될 무렵, 유영건 팀장이 속한 CGV의 TF팀은 또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테마파크에서 특수 시설과 함께 상영되는 영상들은 대부분 전용 콘텐츠로 제작됩니다. 객석이 움직이거나, 바람이 나오는 등 다양한 효과를 전제하고 제작되죠. 그러나 영화가 제작단계에서 객석의 특수효과를 전제하고 만들어지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테마파크와 영화관의 물리적 결합을 이룬다고 해서 우리가 의도했던 새로운 상영관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라고 유 팀장은 말했다. 그래서 TF팀은 아예 영화 상영에 적합한 기술과 장비들을 찾기 시작했고, 테마파크와는 차별된 생생함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유 팀장은 “국내 특수기술 업체들을 하나하나 직접 찾아가 우리의 의도를 설명하고 제휴를 맺었고 때로는 필요한 장비들을 매입하는 등 많은 투자가 진행됐습니다. 이후, 수백 차례에 가까운 방법들을 직접 체험해보면서 단점을 보완했죠. 테마파크 기획자 시절 수도 없이 체험했던 효과로 단련된 사람이었지만, 그때는 가만히 서 있어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습니다”라면서 노력의 과정들을 설명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2009년 초 체험형 상영관 ‘4DX’가 완성됐고 그해 1월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했던 탓에 적용 초기에는 큰 반응이 없었으나 2010년 1월 개봉한 <아바타> 4DX가 대박이 나면서 고객들의 요청에 의해 전용 상영관이 계속 늘어났다. “영화 <아바타>의 역동적 액션을 특별하게 즐기는 방법으로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고, 극장들의 상영관 설치 요청이 계속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팀원들과 함께 견뎌냈던 고난과 역경들이 한순간에 싹 잊히는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라고 유 팀장은 말했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새로운 도전

4DX는 전 세계 49개국 395개 상영관에 적용된 첨단 콘텐츠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4DX를 개발했던 CGV의 TF팀은 2010년 ‘4DPLEX’라는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고 6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수익 측면에서도 안정궤도에 진입했다. 이러한 안정을 충분히 만끽하기도 전에 유영건 팀장 앞에는 새로운 미션이 떨어졌다. 더 새로운 4DX를 만들라는 주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유영건 팀장의 주도로 추진된 새로운 프로젝트가 ‘4DX with 스크린X’였다. 정면 스크린과 좌·우 양면 3면에 영상에 송출되는 특수 상영관 스크린X와 체험 상영관 4DX를 하나로 합친 개념이었다. 유 팀장은 “영화관을 테마파크를 접목해 4DX를 처음 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콘셉트가 전혀 다른 두 개의 상영기술을 한 공간으로 합치는 작업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면서 “관객들이 영화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최고의 효과 구현을 위해 4DX와 스크린X 팀원들이 머리를 맞댔다”고 말했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3면에 이르는 관객들의 넓은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4DX 특수 장비들의 배치였다. 이 문제는 장비 중 일부를 영화관의 천장으로 올려 영상 송출의 방해를 막음으로써 해결했다. 세계 최초의 3면 영상 4D상영관 4DX with 스크린X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영화관 기술, 우리나라 대표 콘텐츠 브랜드로 만들고파

유영건 팀장의 목표는 하나다. 우리 손으로 만든 영화관 상영 기술이 하나의 문화 플랫폼처럼 여겨지는 하나의 글로벌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영화관이라는 공간은 여러 가지 의미로 특별한 장소”라면서 “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영화관은 ‘영화가 있어 좋았던 곳’이었지만 4DX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는 ‘극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곳’이었으며 지금은 ‘목표를 실현해 나가는 곳’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관객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은 여태껏 자신을 단 한 번도 배신하지 않았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관을 통해 우리나라 영화 산업, 나아가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인터뷰 말미에 유영건 팀장은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아직 많이 남았다”면서 “기대해달라”고 지긋이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