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이전시의 해외환자 유치 수수료가 높아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관광공사의 의료관광센터가 에이전시 기능을 하며 병원과 외국인 환자를 연결시켜 주고 있다.


의료관광 분야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17대 신성장동력 분야의 하나로 본격적인 의료관광이 시작된 지 3년째 접어들고 있다. 의료관광이 활성화되며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되는 가운데 한국의료관광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논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광을 접목한 뷰티의료와 중증환자를 위한 전문의료의 특성을 살린 Two- Track 정책이 국내 의료관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말한다.

# 외국인 코디네이터로 근무하는 김성원(32)씨.
몇 달 전 정부에서 시행하는 의료관광 비즈니스 컨설팅 행사에 참여했던 그녀는 “타깃 국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실질적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외국인 유치에 있어 컨설팅을 해준다기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기대하고 참가했지만 상담한 지 15분도 되지 않아 그녀의 마음에는 먹구름이 감돌았다.

병원의 타깃 국가인 러시아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했지만 상담자가 러시아에 대한 정서 이해는 물론 필요한 데이터가 없었으며 결국 러시아 책자를 주며 참고하라는 말을 끝으로 상담을 끝낸 것이다. 일하는 시간을 빼 달려온 자린데 시간도 아까웠지만 왠지 보여주기식 행사를 진행하는 느낌이 들어 씁쓸했다는 김씨다.

#지난해부터 의료관광 마케팅을 시작한 치과에서 근무하는 코디네이터 이정희(29)씨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벌써 8통째 새로운 에이전시와 통화 중이다. 치과라고 하니 외국인들이 많이 찾지도 않고 미백 위주의 치료를 받아 수익성도 낮다며 선을 긋고 전화상담을 하는 에이전시 때문이다.

마음이 상한 그녀는 수수료율을 듣고 또 한 번 놀랐다. 치료 한 건당 수수료가 20~30%라는 것, 정부 권고는 15%라고 하던데 수수료가 그렇게 높으면 외국인 환자 수가 많던가 그들에게 받는 치료비가 한국인들보다 높아야 된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만 높은 비용을 적용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높은 수수료에 한숨을 쉰다.

#병원컨설팅사에서 컨설팅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원기(46)씨. 미국 환자 유치를 위한 전략수립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하다가 한국이 싱가포르나 태국보다도 경쟁력이 없음을 깨닫고 결국 현지 교포를 대상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의사소통 때문이었다.

외국인 환자 방문 시 의사가 영어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병원이 생각보다 적었다며 의료관광의 메카인 태국 범룻랏 병원은 의사 중 1/3이 미국 의사면허증을 가지고 있고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지적한다.

의료관광산업은 외국인 환자 2명을 유치하면 중형차 1대를 수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100명을 유치할 경우 6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산업이다. 그러다보니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까지 경쟁적으로 의료관광산업에 많은 정책과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관광산업이 어느 정도 두각이 나타나자 여러 다양한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먼저 정부 정책의 대부분이 현장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부족한 채로 전략화 되다보니 현실성이 결여되고 국내에서 개최되는 행사들이 보여주기식 실적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정책들이 유치를 위한 홍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단발성의 설명회나 알맹이 없는 비즈니스 자문행사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다채롭지 못한 콘텐츠 구성으로 관심을 끌지 못해 큰 행사장이 텅텅 비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한 각 기관에서 코디네이터 교육을 많이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업무시간에 교육이 진행돼 참여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양성교육은 많으나 대부분의 병원이 주말에도 일을 하기에 참여하기 힘들다는 것. 근무환경을 고려한 실질적인 실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높은 유치 수수료, 언어소통 해결 최우선 과제
둘째, 의료관광에 있어 환자 유치를 담당하는 여행업계 및 에이전시의 높은 수수료가 문제다. 해외 환자가 늘어나다 보니 의료관광 에이전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환자 유치를 미끼로 고액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등 시장이 혼탁해 지고 있는 것.

강남의 한 성형외과 개원의는 “진료비의 30%를 수수료로 떼어가는 브로커도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고수수료를 받는 해외 브로커가 난립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성형외과에는 수술비만 주고 환자에게 얼마 받는지 궁금해 하지 말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300만원짜리 수술을 하는 환자에게 수술비를 600만원으로 부풀려 나머지는 챙기는 식이다.

이에 정부는 시장 건전화를 위해 과도한 수수료 등 시장 교란 행위 시 등록취소 및 2년간 재등록을 금지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셋째, 언어소통을 비롯해 의료기관들의 의료관광을 위한 준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국제적인 인증 체계, 국가별 의료 서비스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 병,의원의 비즈니스 마인드 부족, 쇼핑·휴양·치료 등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복합형 기능을 갖춘 국제병원이 한 곳도 없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넷째, 한국 의료관광에 대한 외국인 인지도 부족을 들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인들의 40%가 한국의 의료관광에 대해 모른다는 통계가 나왔다. 의료관광 마케팅 업체인 휴케어가 지난 5월 상하이 세계관광자원교역회(WTF)를 방문한 중국인 2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 의료관광에 대한 인지도를 측정하는 문항에서는 ‘전혀 모른다’는 응답비율이 6%, ‘자세히 모른다’는 응답이 38%에 달했다.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한국의 의료관광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의료관광 SWOT를 분석한 결과에도 해외에 비춰지는 한국의 이미지가 좋은 반면 의료관광국으로서의 이미지는 부족하다고 나타났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외 홍보 활동을 하고 있지만 시행기간이 짧아 인지도가 낮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정부의 지원이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에 치우쳐져 일반 개원의까지 경제적인 지원이 닿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다. 그 외 외국인 의료분쟁에 대한 대처 방안이 미비하다는 지적과 의료기관 내 숙박시설 미비, 전문인력 양성 부족, 법과 제도의 미비, 의료기관들의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 필요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방의료는 특화된 의료기술로 국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기존의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한, 양방 의료합진은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성형·피부미용 등 뷰티의료 높은 경쟁력
태국과 싱가포르, 인도 등 동남아 해외 의료 선진국의 모습을 보면 각 나라별 의료관광의 성격과 강점이 눈에 띈다. 태국은 관광자원과 서비스가 특화된 관광 중심 의료관광의 성격이 강하며 싱가포르는 지리적 이점과 언어, 의료 서비스를 앞세운 의료형 관광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 성격으로 가야 할까? 전국글로벌의료관광협회 이상준 이사장은 “중증환자를 위한 전문의료와 관광을 접목한 뷰티의료를 조화시켜 나가는 투 트랙(Two Track) 정책이 그 답”이라고 말한다.

사실 정부는 수익성이 높은 중증환자를 위한 의료에 중심을 둔 나머지 성형이나 피부과 의료관광을 가볍게 여기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한류를 중심으로 의료관광의 물꼬를 튼 것은 성형관광이었다. 한류를 통해 일본이나 중국인 등의 1차적 방문을 유도했고 한국 연예인과 닮고 싶다는 그들의 욕망이 해외에 국내 성형기술을 알리는 원동력이 되었다.

결국 피부시술 및 성형 등의 뷰티의료와 중증환자를 대상으로한 전문의료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 한국형 의료관광의 모습이라 강조한다.
한편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김양균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에이전시 전략을 제안한다. 우리나라보다 의료 수준과 가격 수준이 높은 미국, 유럽 등을 대상으로 현지 보험사 및 여행사와의 협약 또는 국내 보험사의 지사 설립을 통해 의료관광 상품을 판매하는 에이전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업체가 해외 진출 시 현지의 법적, 제도적 절차를 지원할 수 있도록 현지 대사관, 무역공사 등 관련 기관 등에서 국내 업체의 사업자 등록 절차 등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지원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외 국가 간 치열한 의료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내 전문화된 병원을 장려하고 양, 한방의 협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병원은 대부분 전문화를 표방한다. 특히 암의 경우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국립암센터를 비롯한 주요 병원들이 전문센터화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김안과는 안과 질환으로, 미즈메디병원은 불임을 비롯한 산부인과로, 송도병원은 대장항문병원으로, 자생한방병원은 척추 추나요법으로 전문화하고 있다. 특화된 국내 전문병원은 해외 환자들에게 신뢰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외국인에게 낯설은 한방분야를 양방과 협진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양, 한방 협진병원인 대구가톨릭대 병원은 대구한의대 부속병원과 협진 및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헬레나 의원은 피부와 비만치료에 양, 한방 협진을 적용하고 있다. 원초당 한의원 역시 허리 디스크 치료에 양, 한방 협진을 시행하고 있다. 기존 의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체의학 분야에서 양, 한방 협진은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어 양, 한방의 경쟁력을 살려 외국에 홍보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