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달성 못한 유가 랠리를 베네수엘라 소사태가 촉발할 수 있다”

미국의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가 29일(현지시각) 내보낸 기사 제목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개헌에 반대해 석유수출 금지조치를 내린다면 국제유가는 급등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미국이 대사관 직원 가족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고 이것이 금수조치의 전조로 여겨지고 있어 가능성은 농후하다. 산유국엔 희소식일지 몰라도 원유 수입국엔 악재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 주도하는 OPEC은 하루 180만배럴의 감산합의를 내년 3월 말까지 이행하고 있지만 유가는 좀체로 배럴당 50달러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감산합의 면제국인 나이지리아와 리비아의 증산, 그리고 비 OPEC 산유국인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으로 국제 원유시장이 공급과잉 상태를 보인 탓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켓워치는 베네수엘라의 혼란사태 악화가 유가 급등을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베네수엘라 30일 제헌의회 선거,미국 제재 발표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석유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자기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30일 제헌의회 투표를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545명의 의원을 선출하고 1999년 제정된 헌법을 대체하는 새로운 헌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국가 질서를 회복하고 정의를 되찾기 위해서는 헌법을 다시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체제 세력들은 제헌의회 구성은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 의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정치음모라며 반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7일 제헌의회 선거에 반대하는 시위나 집회 등을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일체 금지한다고 발표하고 최고 5~1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제헌의회 선거 강행 시 내전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나왔다. 지난주 베네수엘라 유엔특사 자리에서 물러난 이사이아스 메디나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만일 30일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할 경우 우리는 내전의 벼랑 끝에 서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멕시코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인적 제재안을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26일 베네수엘라 전현직 고위 관료 13명을 대상으로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제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 중 4명은 제헌의회 선거를 주도하거나 민주주의를 훼손했고, 5명은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는 폭력과 연관돼 있다. 또 다른 4명은 국영 석유 기업 등의 부패와 연루돼 있다고 설명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7일 “만일 베네수엘라 정부가 30일 제헌의회 선거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보다 강력하면서도 신속한 경제적 제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직접 경고했다. 멕시코 재무부는 27일 미국의 제재 명단 속에 포함된 동일한 인물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온두라스, 멕시코, 파나마, 페루 등 미주기구(OAS)의 13개 회원국들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게 제헌의회 선거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유가엔 호재

베네수엘라 사태가 국제유가에는 어떤 시사점을 갖는가. 유가정보서비스의 국제에너지 분석 대표인 톰 클로자는 마켓워치에 “베네수엘라의 대혼란 가능성이 유가 역할을 바꿀 유일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클로자는 “벤더모니엄(베네수엘라의 대혼란)이 발생한다면 미국 서부텍스산원유(WTI)을 현재 약 배럴당 42달러에서 53달러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WTI는 28일 배럴당 달러로 50달러를 조금 49.7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WTI는 한 주간 8.7%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4주 연속 감소한 것과 OPEC의 추가감산 의지 표명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그럼에도 글로벌 원의 기준이 되는 WTI와 브렌트유는 올들어 약 8% 하락했다. OPEC과 비 오펙 메이저 산유국인 러시아의 감산에도 유가는 좀체로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기회가 온 것이다. 베네수엘라 야당이 힘을 얻고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수입을 금지함으로써 집권세에 압력을 가할 공산이 크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부터 생산량이 감소해왔지만 미국의 최대 수입국이었는데 이마저 중단되다면 유가는 상승압력을 받을수밖에 없다.

미국이 대사관 직원 가족에게 베네수엘라를 떠나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금수조치를 내릴 확실한 지표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페데베사(PDVSA)에 금융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원유시장에는 '기폭제'가 될 것이며 휘발유 소비자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클로자는 전망했다.

상황 지켜봐야

WTRG이코노믹스의 제임스 윌리엄스 에너지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에 “현재로서는 트레이더들은 제재에 관한한 트럼프 행정부가 원유가 아니라 개인을 겨냥하기만을 바라고 있다”면서 “시장은 수입 일시 중지가 아니라 더 복잡한 미국의 대응을 예상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하루 930만배럴 정도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에서 싼값에 중질유를 사들여 전략비축유로 활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이 중단된다면 비축유 문제가 불거지고 미국내 휘발유 소비자가격 앙등도 불러올 수 있다. 수입중단이 말처럼 간단하지 않고 파급력이 대단히 크고 이를 시장은 예의주시한다는 뜻이다.

클로자는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원유가 계속 수출된다면 원유재고량이 감소하고 앞으로 감소한다고해도 원유시장에는 제한된 상승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벤더모니엄이 없이는 우리는내년이나 그 이후까지 낮은 유가환경에 계속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