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저녁 청와대 본관에서 기업인들과 이틀째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기업인들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7명이 참석했다. 

분위기는 전날 호프 타임때보다 무거웠다고 한다. 비가 내려 본관 로비에서 진행한데다 문 대통령이 건배사를 따로 하지 않은 것도 이유였다. 더 큰 이유는 참석한 기업인들 마음이 편하지 않았기 때문일 듯. 청와대측 관계자도 "기업인들이 상당히 긴장한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재판이 한창인, 삼성전자, SK, 롯데의 총수와 기업인은 문 대통령과 눈을 맞추고 민망했을테고, 전경련 회장을 지냈던 GS총수도 그러했겠다. 업황 부진으로 구조조정중인 현대중공업, 지난 정부에서 연임된 KT, 땅콩회황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한진해운 파산에도 큰 책임이 있는 대한항공 등 참석 기업인 모두 `문제`를 한두가닥씩 안고 있었다.  

그러나 손님을 맞는 대통령은 나름대로 최선의 배려를 했다 그런 사건들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권부회장에게는 "삼성은 독보적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잘되리라 생각한다"고 덕담했고 현대중공업 최회장에겐 참석자들을 둘러보며 "조선산업 힘내라고 박수 한번 칠까요"고 격려를 끌어냈다.     

칵테일은 세븐브로이 맥주를 바탕으로 한 '레드 아이'와 '맥주 샹그리아'를 준비했고, 안주는 황태절임과 호두·땅콩·아몬드를 갈아 동그랗게 뭉친 원(圓), 치즈를 올린 말린 수박 껍질 등 3가지 메뉴가 나왔다.

또 허창수 GS회장에겐 "전에 만났을 때 걷기가 취미라 하셨는데 어디를 주로 걸으시냐"고 물으면서 "걷기가 우리 회장님의 건강비결"이라며 함께 웃었다.

신동빈 롯데회장에게는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인 문 대통령이 대한스키협회장을 맡고 있는 신 회장을 마주보며 "스키 대표단 전망은 괜찮나. 우리가 상당히 강자가 됐다"며 함께 잘해보자는 뜻을 나눴고, 황창규 KT회장에겐 "세계 최초 오지(5G) 통신을 이융한 것으로 아는데 준비가 잘되시느냐. 이번 올림픽 구호중 하나가 IT올림픽이다. 성공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5G를 `오지`로 발음해 지난 대선에서 3D프린팅 산업을 `삼디` 산업이라 하며 논란이 됐던 사건을 연상시켰다. 황 회장은 자리에서 5G를 `파이브 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태원 SK회장에겐 "사회적 기업이란 책도 직접 쓰지 않았느냐. 투자도 많이 하는데 성과가 어떻느냐"며 맞춤형 인사말을 건넸다.

이날 문 대통령을 대신해 박용만 대한상의회장이 건배사를 선창했는데,박 회장은 3통 건배사를 제안했는데, "문제인 대통령을 위하여, 화합과 소통을 위하여, 새정부와 대한민국 경제의 만사형통을 위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하며 잔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