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면 오히려 이전의 기억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억울했던 기억, 헤어진 연인 생각이 잘나는 이유는 뭘까. 

술을 마시면 이상하게도 잊은 줄 알았던, 혹은 잊고 싶었던 과거의 기억이 강하게 떠오른다. 영국의 한 연구결과가 이 같은 경험을 하는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영국 엑세터 대학의 연구팀이 24일(현지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한 연구에서, 술을 마시면 이전에 배운 정보를 더 잘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다른 연구팀은 실험실 연구에서 알코올이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밝혔다. 엑세터 대학 연구팀은 이 같은 사실을 실제 자연적이고 일상적인 환경에서도 지속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연구팀은 88명의 사람들에게 단어를 기억해야 하는 과제를 주고 참가자를 두 군으로 나눠 한쪽은 학습 후 자유롭게 술을 마시게 했고 나머지에겐 술을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실험은 참가자의 집에서 진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가 술을 마신 직후와 다음 날 아침에 기억력을 테스트 했다. 술을 마신 참가자들의 평균 음주량은 82.59g(약 86㎖)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쪽도 똑같은 시간에 기억력을 두 번 측정했다.

그 결과 학습 후 술을 마신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들보다 배운 단어를 덜 잊어버렸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신 사람일수록 더 많은 단어를 기억했다.

이처럼 술을 마시고 기억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역행 기억 촉진(Retrograde Memory Facilitation)’이라고 부른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다보면 취한 뒤 사건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블랙아웃(Black Out)'과는 반대의 개념이다. 역행 기억 촉진은 술을 먹기 직전의 기억을 강화하지만, 블랙아웃은 술을 먹고 난 직후의 기억을 잃는 것이다.

연구팀은 술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막으면서 오히려 이전에 배운 것을 더 잘 기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 같은 효과가 제한적일뿐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과도한 음주가 정신과 육체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